Name: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Rating: 7.0 (1 reviews)
Author: 안이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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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19쪽 \| 468g \| 14821030mm
ISBN13	9788982813276
ISBN10	8982813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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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안이희옥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출판계에서 이십 년 넘게 편집자로 일했다. 1995년 이진선이라는 필명으로 장편소설 '여자의 첫 생일'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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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는 벌떡 몸을 일으켜 라디오를 발작적으로 끄고 말았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서랍을 열고 약을 찾았다. 내 불면증 약이 어디 있지? 이걸 먹고 잠을 자두지 않으면 내일 일하는 데 지장이 있겠다. 어떤 신경정신과 의사는 자기도 약을 먹으면서 환자들을 치료한다고 한다. 그정도로 해가 없는 약이라니 먹어두자. 설혹 약에 중독됐다 해도 빨리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빨리 죽을 수 있다면 오히려 다행이지.

현주는 약을 털어넣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이마의 진땀을 닦으며 보일러의 온도를 낮추었다. 약을 처음 먹게 됐던 날의 기억이 떠오르려 했다. 세차게 고개를 저어 기억을 떨궈냈다. 지난 이십 년 동안 모든 것이 무섭도록 빨리 변해버렸다. 옛날 생각은 그만 하자. 그저 약으로 잠들고 커피로 깨먼서 나날의 일상을 끌고 나가는 수고만이 변하지 않았을 뿐이다. 한마디로 내게는 살아남은 것 자체가 욕이고 분노다.

현주는 책상으로 다가가 분노로 죽어가기라는 시상을 끼적거렸다. 그러다 약기운이 돌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잠들고 말았다.

--- p. 55

' 한국의 성문화, 특히 남성들의 성문화를 그림으로 그린다면 이럴 거야. 넓은 광장에 남자들끼리 몰려다니고 있어. 남자들은 팬티를 벗어 장대 끝에 깃발처럼 높이 쳐들고 성기를 곤두세우고 술병을 들고 사방으로 여자들을 쫓아다니지. 여자들은 이리저리 도망다니고 움츠려. 그러나 개중에는 그런 남자들한테 짝 달라붙는 여자들도 많아. 나는 그 광장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어. 거친 남자 친구들은 나를 발길로 차면서 놀리지. 야, 이 고자야, 뭐 해? 그러면 나는 할 수 없이 다른 남자들 흉내를 내. 하지만 곧 다시 구석자리로 돌아와 술이나 마시지. 술을 마시면서 광장의 수라장을 무료하게 쳐다봐. 그러면서 꿈을 꾸지. 어디 나같이 소외된 여자 없나? 진짜 사랑을 하고 싶은데.....'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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