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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그대에게 가는 길

이중섭, 그대에게 가는 길

이중섭 | 다빈치 | 2000년 10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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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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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05쪽 | 387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9348009
ISBN10 8989348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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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중섭
살아서는 궁핍했으나, 죽어서는 신화가 된 화가. 가장 한국적인 화가라는 후대의 평가를 받고 있으며, <흰소><달과 까마귀> 등의 작품이 널리 알려져 있다.
1916년 4월 10일 평남 평원군에서 이희주와 안악 이씨 사이의 막내로 태어났다. 평북 정주의 오산고등보통학교 시절, 교사이던 화가 임용련, 백남순 부부의 집중적인 지도를 받았으며, 일본에 유학하여 자유주의적인 분위기의 사립 문화학원 미술과에 다녔다. 여기에서 2년 후배인 운명의 연인 야먀모토 마사코를 만났다.

1945년 마사코가 원산으로 와서 결혼식을 올렸으며, 마사코란 이름을 남덕으로 바꾸었다.

1950년 전쟁이 터지자 부산으로 피난을 갔으며 이듬해에는제주도 서귀포로 거처를 옮겼다.

1952년 가난을 견디지 못해 아내와 두 아들은 일본의 친정으로 떠나게 되었으며, 이때부터 편지 왕래가 시작되었다.

1956년 영양실조와 간염으로 고통을 겪으며 음식을 거부하다가 서울 서대문 적십자병원에 입원했으며, 9월 6일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는 가운데 쓸쓸히 숨을 거두었다. 향년 41세, 사흘 뒤 이 사실을 안 친구들이 장례를 치르고 망우리 공동묘지에 안장했다.
편자 : 박재삼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경남 삼천포에서 성장하였으며, 고려대 국문과 중퇴. 1955년 <현대문학>에 시 「정적」, 시조 「섭리」가 추천되어 등단. 시집으로 『춘향이 마음』『천년의 바람』『허무에 갇혀』등이 있다. 1997년 지병으로 사망했으며, 김소월로부터 발원돼 미당 서정주로 승계된 한국 전통 서정시의 계보를 이어나간 노래꾼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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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는 온갖 고생을 해왔소. 우동과 간장으로 하루에 한 끼 먹는 날과 요행 두 끼 먹는 날도 있는, 그런 생활이었소. 열흘 전쯤부터는 심한 기침으로 목이 쉬고 몸도 상당히 피곤한 상태요. 지난 겨울에는 하루도 옷을 벗고 잘 수 없었고 최상복 형이 갖다 준 개털 외투를 입은 채 매일 밤 새우잠이었소. 불을 땔 수 없는 사방 아홉 자의 냉방은 혼자 자는 사람에겐 더 차가위질 뿐 조금도 따뜻한 밤은 없었소. 게다가 산 꼭대기에 지은 하꼬방이기 때문에 거센 바람은 말할 나위가 없소....

이제 조금만 더 참으면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만난다는 희망과, 생생한 새로운 생명을 내표한 '믿을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지시하고, 행동하는 회화를 그릴 수 있다는 희망으로 참고 견뎌왔던 것이오.
--- pp. 12-16
좀 무리가 되더라도 사흘이나 이틀에 한 통은 꼭 편지를 보내주시오. 태향은 현재로선 귀여운 당신에게서의 반가운 편지와 하루발리 당신들 곁으로 가는 것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소, 나는 당신들을 온 정성으로 사랑하고 또 사랑해 마지않소, 대향 이상으로 아내를 열렬히 사랑하는 화공은 세상에 달리 없으리라고 확신하고 있고, 그럼 이제부터는 몸 성히 건전한 정열로 살아가면서 어떤 가난에도 끄떡없이 눈부신 일을 산처럼 쌓아 놓고 세상에 널리 표현해 봅시다. 내가 좋아 못견디는 발가락 군을 손에 쥐고 당신의 모든 것을 길게 길게 힘껏 포옹하오.
--- p.28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소중한 아내를, 진심으로 모든 걸 바쳐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결코 훌륭한 일을 할 수 없소. 독신으로 제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고리(이중섭)은 그런 타입의 화공은 아니오. 자신을 올바르게 보고 있소. 예술은 무한한 애정의 표현이오. 참된 애정의 표현이오. 참된 애정에 충만함으로써 비로소 마음이 맑아지는 것이오. 마음의 거울이 맑아야 비로소 우주의 모든 것이 올바르게 마음에 비치는 것 아니겠소? 다른 사람은 무엇을 사랑해도 상관이 없소. 힘껏 사랑하고 한없이 사랑하면 되오. 나는 한없이 사랑해야 할, 현재 무한히 사랑하는 남덕의 사랑스런 모든 것을 하늘이 점지해 주셨소. 다만 더욱더 깊고 두텁고 열렬하게, 무한히 소중한 남덕만을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열렬히 사랑하고, 두 사람의 맑은 마음에 비친 인생의 모든 것을 참으로 새롭게 제작 표현하면 되는 것이오.'
--- pp. 120-121
아고리(이중섭)은 그런 타입의 화공은 아니오. 자신을 올바르게 보고 있소. 예술은 무한한 애정의 표현이오. 참된 애정의 표현이오. 참된 애정에 충만함으로써 비로소 마음이 맑아지는 것이오. 마음의 거울이 맑아야 비로소 우주의 모든 것이 올바르게 마음에 비치는 것 아니겠소? 다른 사람은 무엇을 사랑해도 상관이 없소. 힘껏 사랑하고 한없이 사랑하면 되오. 나는 한없이 사랑해야 할, 현재 무한히 사랑하는 남덕의 사랑스런 모든 것을 하늘이 점지해 주셨소.
--- p.120
소의 말

높고 뚜렷하고 / 참된 숨결
나려 나려 이제 여기에 / 고웁게 나려
두북 두북 쌓이고 /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 맑게 두 눈 열고
가슴 환히 / 헤치다

(1951년 봄 피난지 제주도 서귀포 이중섭의 방에 붙어있던 것을 조카 이영진씨가 암송하여 전한 이중섭의 시)
--- p.
나의 귀여운, 나의 기쁨의 샘, 가장 아름다운 나의 아내
소중한 소중한 나의 남덕 군

진심어린 편지, 세 사람이 찍은 것과 친구와의 사진 넉 장 받고 기뻐, 기뻐, … 이렇게까지 나는 행복해서 꿈과 같은 마음이란 지금의 나의 심경을 말하는 것이겠지. 사진에 있는 남덕, 태현, 태성이의 귀여운 모습은 그대로 통째로 마시고 싶을 만큼 귀여운 얼굴이군요. 당신은 실로 아름답고 소중하고 훌륭한 내 사람이오. 빨리 만나 오래 오래 포옹하여 …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하나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멋들어진 일을 해냅시다.

정성을 다해서 만들어 보낸 서류 고맙소. 히로카와 씨의 서류, 되는대로 곧 등기로 보내 주시오. 다음에 만나면 당신에게 답례로 별들이 눈을 감고 숨을 죽일 때까지 깊고 긴 긴 키스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해드리지요. 지금 나는 당신을 얼마만큼 정신없이 사랑하고 있는가, 어떻게 글로 쓰면 나의 마음을 당신의 마음에 전할 수가 있을까, 내가 얼마나 훌륭한 그림을 그려야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요. 나의 귀엽고 너무나도 귀여운 선생님, 제발 가르쳐 주시오. 그대들만 곁에 있다면 굉장한 대작이라도 척척 그려내겠소. 자신만만이오. 올바르게 완성하지 않아서는 안 될 새로운 시대의 회화를 짊어지고 최장거리 마라톤(달리지 않고)을 끈기있게 충실히 걷고 또 걸어 기어코 완성시키고야 말 작정이오.

우리 세 식구 크게 응원해 주시오. 지금부터는 목숨을 거는 겁니다. 있는 힘을 다해 캔버스에 닥치는 대로 칠을 해 제치면 되는 겁니다. 당신의 귀여운 발을 부디 소중히 … 카메라로 빨리 찍어 보내주시오.

중섭 대향 구촌

남덕 군, 클라스 여러분께 안부 전해 주시오. 어머님, 당신 언니께도 두루 안부 전하시오. 남씨가 노근성 씨의 서장 작성 비용으로 10불 당신에게 가져갔는데 받았는지요? 회답 주시오.
--- pp.1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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