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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야 기다려

라마야 기다려

: 네가 기다려준, 내가 기다려온 우리가 함께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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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에세이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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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2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88g | 140*195*16mm
ISBN13 9788956059365
ISBN10 8956059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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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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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던 라마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덴티 츄 봉지 뜯는 소리를 듣고 살아난 케이스는 대한수의학회에서도 풀지 못한 미스터리로 남았다고 한다.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방법으로 라마를 깨우려고 했던 원장님의 ‘특효 처방’은 그분이 많은 시간을 라마와 함께 보냈고 그만큼 라마를 아꼈기 때문에 유효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도 훨씬 오래전, 하릴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라마를 살갑게 보살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 28쪽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수줍게 작품 앞에 서 있는 엄마의 모습에 나는 일순 현기증을 느꼈다. 일흔이 넘은 엄마가 인생의 황혼 녘에 숨은 재능을 찾아 스스로 결과물을 일구어냈다는 사실에 한층 마음이 벅찼다. 그저 저 잘난 맛에 늘 바쁜 척하며 부엌에 있는 엄마의 모습만 간직했던 나는 부끄러움 속으로 숨어들었다. ? 76쪽

나는 혼자서 목욕탕에 가는 게 가장 싫었다. 엄마랑 같이 온 아이들이 딸기 우유를 빨며 물놀이하듯 목욕탕을 뛰노는 모습이 보기 싫었고, 혼자 왔느냐며 친절을 베푸는 아주머니들이 싫었다. 등을 밀어준다며 내 때수건 말고 당신들이 쓰던 때수건으로 나를 돌려 앉히고 때를 미는 게 너무너무 싫었다.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선뜩하게 다가와서. 동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보이듯 빤해서. 하지만 나는 보채지 않았다. 엄마가 보고 싶어도 참았고, 그렇게 보고 싶던 엄마를 봤을 때도 담담한 척했다. ? 96쪽

‘나는 행복한가? 행복해지려고 하는가?’
단순하기 그지없는 이 질문 속을 헤매던 끝에 당도한 또 하나의 질문.
‘나는 무엇이 되려고 하는가?’
나는 두 개의 철로를 동시에 달리려는, 머지않아 전복될 것이 분명한 한 량짜리 기차였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그 두 개의 철로를 어떻게든 하나로 연결시켜야 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화두는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로 향했고, 꼬박 일주일간 한자리에서 나만을 바라보며 고민한 끝에 아주 단순한 진리 하나를 찾아냈다.
‘나를 기다려주는 곳은 무대. 그리고 나는 그 무대에 서기를 강렬히 열망한다.’ ? 105쪽

그런데 우리에겐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이상한 열기 같은 것이 있었다. 자잘한 사고와 부상이 끊이질 않고 까딱하면 폭발 사고까지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면서 배우들은 스태프들에게 감동하고 스태프들은 배우들에게 감동했다. 모두가 함께 최악의 여건을 묵묵히 견뎌준 끝에 오로라 공주는 태어났고, 내게 지금까지 감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과 자신감을 주었다. ? 147쪽

“인생이란 다 그런 거야.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아픔과 슬픔이 찾아오는 거야.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아직 나는 고작해야 갓 겉껍질을 떨어뜨리기 시작한 정도이리라. 흩어진 그 잔해들을 치우다 보면 불현듯 목련이 피어나듯이, 언제고 나의 꽃도 피어나겠지. 그 아픔과 슬픔도 다 보배롭고 귀하게. 하여 나의 어리석음 때문에 그날이 지체되지 않도록 늘 깨어 있기를 발원하나이다.
?274쪽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라던 황지우의 시구는 우리 모두를 두고 하는 복화술이다. 살아 있는 한 기다림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림을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다면. 지나치는 그 순간 청춘은 지루하고 무료하게 느껴지지만, 인생의 절반을 넘어서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바삐 뛰어다니느라 놓치는 것들이 많아진다. 조금 헐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여 비축해두면, 훗날 절망을 수월히 견딜 수 있게 하는 축대가 되리니. ? 281쪽
__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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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인가 라마를 본 적 있는데 유난히 젊잖고 잘생긴 견공이었다. 14년 동안 라마와 함께한 추억을 징검다리 삼아 솔직하고 편안한 필치로 풀어놓은 방은진 감독의 기록들. 그녀가 결코 녹록하지 않았던 삶의 역경과 슬픔을 이겨내는 방식은, 차분하게 그러나 깊은 믿음 속에서 주인을 기다리던 라마의 그것과 많이 닮아있다.
- 임순례(영화감독)

내가 아는, 세상 사람들이 아는, 방은진은 항상 당차고 자기 주의主義가 강한 사람이었다. 그
녀에게는 늘 ‘홀로’ 무엇을 했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부착돼 있다. ‘홀로’ 연극배우가 됐고, ‘홀로’영화배우로서 입지를 다져냈으며 무엇보다 ‘홀로’ 영화감독이 돼 인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은 그녀의 그 ‘홀로’가 이제는 꽤나 외롭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녀는 어느덧 성공한 배우이자 감독이 됐지만 이제는 진정으로 인생에서 홀로 성공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늘 그랬지만 그녀의 선택이 맞다. 무던히도 외롭고 힘들었을 때 라마가 곁에 있었던 것이 새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에서 ‘끝까지’라는 단어를 이제 더 이상 믿지 않게 됐지만 방은진과 라마, 더 나아가 방은진과 세상이 비교적 끝까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 오동진(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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