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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느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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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11쪽 | 461g | 148*210*30mm
ISBN13 9788982813320
ISBN10 898281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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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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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우리다. 도리없이 현실로 돌아올 밖에 없는데 이 대목에서 그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기껏 남의 번다한 격식을 흰눈질하다가 속없이 신문에 실린 자신의 부음을 가상의 허공에 그리며 세 번 웃는다. 장성한 아들 딸들과 사위 직함의 하잘 것 없음에 한 번 웃고, 스스로의 속절없는 망상에 또 웃는다.
--- p.111
"나 지금 농담을 하고 있으니 너무 놀라지 말게."
"표정은 정색인데 입으로만 농담이라고 하면 누가 믿어."
"그래? 내 얼굴이 정색한 얼굴이라고?"
"말장난 그만두게. 내 진담에 대답할 차례야."
"그 전에 내 말 더 듣게."
"계속 힘들게 만드는구먼."

"누구는 힘 안 드는 줄 아나. 나에겐 말일세. 세월과 더불어 차차 지워지기는커녕 갈수록 덩치가 커지는 수치심이랄까 회한이 몇 가지 있네. 아냐 그것들이 새끼를 치는 바람에 생긴 소소한 것들까지 합치면 수도 없다구. 불시에 엄습하여 잠을 설치기 일쑤라네. 그러라고 누가 다그치는 것도 아냐. 사서 지랄하는 거지. 자네도 알잖나. 내가 고등학교 졸업장을 위조해서 삼류대학이나마 들어간 것. 뿐인가. 나는 자기 살림도 말이 아닌 친구 하나가 가족 몰래 빌려준 돈까지 떼어먹었다네. 그가 일찍 죽었거든. 당연히 유가족을 찾아 저간의 사정을 고백하고 돈을 갚았으면 좀 좋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아주 기회를 놓치고 인생 제대 말년에 이중 삼중으로 겹겹이 안고 살아."

"그러기로 들면 누군들 마음이 편할까."
"속이 편하고 불편하고를 떠나 연만한 자는 내남없이 그만한 자충수와 싸우는 것 같애."
"지나치게 소극적인 내거티브 발상이야. 이룬 업적은 어쩌고. 크건 작건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기를 써 가족 먹여 살리고 자식 기르는 일이 어딘데. 얼마나 벅차고 보람 있는 사업인데."
"우리가 지금 문제 삼는 건 그런 상식이 아니잖아."
---pp.60~61
"나 지금 농담을 하고 있으니 너무 놀라지 말게."
"표정은 정색인데 입으로만 농담이라고 하면 누가 믿어."
"그래? 내 얼굴이 정색한 얼굴이라고?"
"말장난 그만두게. 내 진담에 대답할 차례야."
"그 전에 내 말 더 듣게."
"계속 힘들게 만드는구먼."

"누구는 힘 안 드는 줄 아나. 나에겐 말일세. 세월과 더불어 차차 지워지기는커녕 갈수록 덩치가 커지는 수치심이랄까 회한이 몇 가지 있네. 아냐 그것들이 새끼를 치는 바람에 생긴 소소한 것들까지 합치면 수도 없다구. 불시에 엄습하여 잠을 설치기 일쑤라네. 그러라고 누가 다그치는 것도 아냐. 사서 지랄하는 거지. 자네도 알잖나. 내가 고등학교 졸업장을 위조해서 삼류대학이나마 들어간 것. 뿐인가. 나는 자기 살림도 말이 아닌 친구 하나가 가족 몰래 빌려준 돈까지 떼어먹었다네. 그가 일찍 죽었거든. 당연히 유가족을 찾아 저간의 사정을 고백하고 돈을 갚았으면 좀 좋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아주 기회를 놓치고 인생 제대 말년에 이중 삼중으로 겹겹이 안고 살아."

"그러기로 들면 누군들 마음이 편할까."
"속이 편하고 불편하고를 떠나 연만한 자는 내남없이 그만한 자충수와 싸우는 것 같애."
"지나치게 소극적인 내거티브 발상이야. 이룬 업적은 어쩌고. 크건 작건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기를 써 가족 먹여 살리고 자식 기르는 일이 어딘데. 얼마나 벅차고 보람 있는 사업인데."
"우리가 지금 문제 삼는 건 그런 상식이 아니잖아."
---pp.6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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