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재빠르게 두드리는 소리가 작게 나자 버니가 속삭였다.
'이상없습니다. 가시죠,러브조이양'
배리가 서둘러 출입구로 나오는 동안 버니는 유연하게 운전석에서 빠져나왔다. 자니가 밖에서 문을 활짝 열어주더니 땅으로 내려오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괜찮소?'
쟈니는 조용히 물었다. 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소리가 나오지 않을것 같아서가 아니라 너무 지쳐서 말이 헛나올 것 같았다. 항상 그렇듯 그는 아무 설명 없이도 이해한 모양이었다.
'한두 시간만 참으면 안전하게 항공모함에 닿을거요. 그때면 실컷 잘 수 있소.'
하지만 그때 자니는 곁에 없으리라. 이 말로 할 필요도 없었다. 행여나 그가 두 사람의 관계를 지속시키고 싶다 해도 아직껏 배리에게 그런 언질을 줄 낌새조차 풍기지 않았는데, 막상 승선한 다음에 그렇게 나올 리는 없었다. 두사람의 관계가 자니에게는 일시적이었다는 사실이, 그들의 관계가 친밀해진 것은 온종일을 같이 있었던데다 그녀의 요구때문이었다는 사실이 확실해지는 그 순간을 늦출 수만 있다면 영원히 잠을 자지 않을수도 있을것 같았다.
배리는 울지 않기로 했다. 불평 한마디 하지 않겠어. 그녀는 다짐했다. 하루 동안 꼬박, 그것도 더할 나위없이 관능적인 하루동안 자니를 차지하지 않았던가. - 중략 -
배리는 순간 신음소리를 들었다. 동시에 무엇인가가 그녀의 몸위로 쓰러졌다. 누군가가 총에 맞은 것이다. 부상자를 도와야겠다는 일념에 그녀는 육중하게 짓누르는 몸무게 밑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쳤다. 하지만 완전히 밑에 까린 형국이라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남자는 신음을 했다. 배리가 아는 신음 소리였다.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공포가 배리의 혈관속을 마구 치달렸다. 그녀는 목쉰 비명을 지르며 육중한 몸무게를 밀어내고 빠져나와 간신히 자니를 옆으로 눕혔다. 몸에 휘감김 차도르를 벗은 즉시 두꺼운 탄피가 오른쪽 빰을 스쳤지만 그녀는 알아채지도 못했다. 그녀는 간신히 무릅으로 기어 일어나 자니쪽으로 다가갔다.
'안돼'
배리는 거칠게 소리쳤다.
'안돼!'
폭발로 야기된 빛 때문에 사물이 온통 뚜렷한 백색으로 드러났다. - 중략 -
'젠장할, 자니 맥켄지.'
배리는 격하게 말했다.
'만약......'
그녀는 말을 끊었다. 차마 말을 입밖에 낼수가 없었다.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조차 인정하기 힘들었다.
--- p.151-155
자니를 응시하는 배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그녀를 위해 이미 총탄을 맞은 경험이 있는 이 남자는 다시금 똑같은 위험을 무릅쓰려 하고 있었다. 그의 말이 옳았다. 그녀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나 학창 시절의 점수는 몰랐지만 그라는 인간을, 그 사람됨을 잘 알고 있었다. 배리는 자니의 근본을 알고 있었고 그녀가 그토록 쉽사리 격렬하게 사랑하게 된 것은 바로 그의 근본이었다.
그는 그녀가 바라던 것만큼 붙임성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잘 대처해 나갈 수 있었다. 그의 자제력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엄청나다거나 그 기민한 눈동자가 어느 하나 놓치는 것이 없다 한들 무엇이 대수이랴? 그래서 크리스마스나 그의 생일이 돌아왔을때 깜짝 놀라게 해주기가 어렵다 한들 어떠랴? 배리는 그 점 역시 아주 기쁘게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갈 셈이었다.
--- p.247
'안돼'
배리는 거칠게 소리쳤다.
'안돼'
폭발로 야기된 빛 때문에 사물이 온통 뚜렷한 백색으로 드러났다. 자니는 완전히 기력을 잃고 반쯤 모로 누운 상태에서 복부를 양손으로 누르며 고통으로 몸부림쳤다. 눈을 감은 그이 얼굴은 핏기 하나 없었고 찡그린 입매 사이로 이가 드러나 보였다. 검은 셔츠의 왼쪽에 젖은 자국이 크게 번져 있었고 몸 아래에는 계속해서 피가 고이고 있었다. 배리는 차도르를 움켜쥐고 뭉친 다음 상처에 대고 강하게 눌렸다. 그의 목 깊은 곳에서 짐승의 울부짓음에 가까운 신음이 낮게 맴돌았다. 고통 때문에 몸이 활처럼 휘어졌다.
'산토스'
배리는 차도르를 상처에 대고 자니를 진정시키려 애쓰면서 외쳤다.
'산토스'!
옹골찬위생병이 욕설을 중얼거리면서 어깨로 길을 트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오ㅆ다. 그는 잠깐 차도르를 집어들고 보더니 다시 제자리에 갖다대고 그녀의 손을 잡아 놀러야 할 부분으로 가져갔다.
'누르고 있어요'
그는 외쳤다.
'꼭 누르고 있어야 합니다'
--- p.154
배리는 무엇을 먹고 있는지도 거의 알지 못했다. 임신 초기의 입덧을 유발시키지 않을 만한 무자극성 음식이란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음료수로는 물만을 마셨다. 보복을 해야만 페어플레이가 된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의 입매나 다리 사이를 빤히 바라보면서 음식을 천천히 씹었다. 그녀는 일부러 입술을 빨았고 그의 얼굴색이 변하면서 턱에 힘이 들어가는 광경을 보고 기쁨으로 전율했다. 그녀는 물잔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어루만져 그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의 숨결이 한층 더 빨라졌다. 식탁 아래로 그녀는 자니의 탄탄한 장딴지에 발을 비벼댔다.
--- p.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