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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화와 그리스도인의 책임

현대문화와 그리스도인의 책임

정주영 | 예영커뮤니케이션 | 2000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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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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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79쪽 | 425g | 153*224*20mm
ISBN13 9788983501943
ISBN10 898350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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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정주영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에서 영문학,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1986년부터 1996년까지 경민중학교 교사를 지냈다. 1989년 12월부터 1999년 2월까지 청소년 문화선교를 목표로 청문선 쪽지를 발행했으며, 1991년 2월에는 음악선교단 에배네도를 창단하여 1997년 12월까지 음악사역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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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가 돌아왔다. 지난 1996년 1월 "가요계를 영원히 떠나겠다"며 은퇴를 선언한 그가 돌아온 것이다. 서태지는 지난 1998년 7월에도 "음악은 나의 전부이기 때문에 음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과 함께 음반을 낸 적이 있다. 당시 음반 제작사 측은 방송이나 공연을 일절 않고 그냥 음반만 내는 것이므로 컴백이라고 할 수 없다며 애써 컴백설을 부인했다. 언론은 새로 나올 앨범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서태지는 그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일순간 판매 백만 장을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 왜 이처럼 서태지의 일거일동이 뉴스거리가 되는가. 지난 시절 그들이 청소년과 가요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끼친 엄청난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들은 1992년 데뷔하여 1996년 1월 공식 은퇴할 때까지 단 네 장의 앨범을 내고도 '가장 성공한 가수'로 기록되었다. 당시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서태지 음악에 심취하던 청소년과 그 부모들, 청소년문화에 관심을 가진 문화평론가들 사이에는 대단한 사건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서태지와 아이들과 기업경영」이라는 내부 보고서를 만들어 기업 마케팅전략의 연구대상으로 삼았을 뿐 아니라 서울대학교에서도 서태지를 가르치고 연구한다는 사실은 그들이 사회전반에 끼친 영향력이 어떠했는지를 짐작케 해준다.

어쨌든 서태지의 컴백으로 우리 청소년들은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이니 '하드코어 록'(Hardcore Rock)이라는 음악 전문용어를 배웠지만 서태지의 음악적 실험과 철학에 다소 어리둥절해했다. 새 앨범은 예전의 인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박'을 터뜨렸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 진보적이고 난해하여 오히려 이전의 인기를 상쇄하는 결과를 낳았다. 어떤이들은 서태지의 인기를 비틀즈에 비유하지만 그들이 비틀즈처럼 여전히 음악적, 상업적 가치를 지닐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새삼 서태지에 대한 평가를 재음미하는 이유는 대중가요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 면에서 그들의 음악이 대표가 될 만하고 그들의 음악에 깃든 메시지가 우리 자녀들의 정서와 영성에 상당한 관련이 있으리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서태지의 음악을 위시한 대중가요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주의 깊게 살피고 그 가운데서 우리 자녀들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가야 할지를 한번쯤 고민해 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분명 서태지의 활동은 우리 나라 음반 역사상 신기원이었다. 그런 만큼 1996년 1월에 있었던 그들의 갑작스런 은퇴는 지금까지 많은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그들은 "팬들의 인기에 부응하기 위한 중압감을 견딜 수 없다"며 은퇴를 발표했다. 그런 그 시기가 4집 을 발매(1995년 10월)하고 불과 석 달 남짓 지난 후였다. 당시 음반은 시장을 석권했고 인기순위에서도 다른 가요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이어 방송출연이나 순회 공연을 해도 몇 달 동안은 확실히 정상을 달릴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갑자기 그 모든 것을 포기해 버렸다. 그 배경으로 4집 앨범의 출발 자체가 갖고 있던 몇 가지 저항요인을 들 수 있다. 첫번째는 그들이 도입한 갱스터 랩이 외국가수의 곡을 베낀 것이라는 표절 시비이다. 창작을 하는 사람에에 표절은 예술가로서의 양심을 의심받는 일로서 연예 생명에 치명적이다. 또 하나는 수록곡 중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필승> 등 세 곡을 사전심의와는 다르게 가사를 임의로 고치거나 첨부하여 시중에 발매함으로 공연윤리위원회의 고발을 당한 사실이다. 이 사건은 공연윤리 준수를 내세우는 정부와 예술 창작의 자유를 내세우는 대중예술가들 사이에 해묵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한편으로 그들의 가사가 비록 부분적으로 거칠고 혐오스럽기는 하지만 입시지옥으로 내몰려 쉴 곳과 탈출구를 잃은 청소년들의 상황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으며, 사회의 부조리를 심도 있게 고발했다는 옹호론이 일각에서 나왔다. 대중문화계의 중심에서 인기 스타가 누리는 긍정적인 기대와 부정적인 비판을 동시에 받은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연예활동 이외의 문제로 처신에 심각한 부담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외적인 저항요인만으로 그들이 잠적했고 떠밀리다시피 은퇴를 선언했을까? 그보다는 좀더 심각한 내적 요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곧 이 시대의 대중문화가 갖고 있는 자기 모순이라는 한계다.
--- pp.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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