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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의, 여덟 살

마흔 살의, 여덟 살

: 애매한 천재 꼬마의 짠한 성장기

리뷰 총점9.1 리뷰 7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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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74g | 145*210*22mm
ISBN13 9788993691269
ISBN10 8993691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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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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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승부욕으로 내 똥을 힘껏 밀어내는 어느 날이었다. 그 절정의 사투, 긴장되는 순간 갑자기 똥간의 문이 열리고, 형이 등장했다. 잠시 우리의 사이는 진공 상태가 되었다. 똥냄새만 멈추지 않고 피어올랐다. 형이 내 손을 잡았다. 밖으로 질질 끌고 나갔다. 엉덩이를 깐 채 나는 오리처럼 바깥으로 딸려 나왔다. 형은 나를 내팽개치고는 내가 앉았던 자리를 차지했다. --- p.182

나는 누군가가 뭔가를 먹고 있으면, 한입만 했다. 핫도그 한 입만, 하드 한 입만, 엿 한 입만, 솜사탕 한 입만. 그렇게 한 입만을 조르면 다섯 번에 한 번은 내 입에 그것들이 들어왔다. 나는 늘 굶주려 있었다. 내게 한 입만 주던 아이들도, 점점 나를 피했다. 친구도 별로 없었는데, 한 입만으로 다 떨어져 나갔다. --- p.196

어머니는 새벽 일찍 김밥을 마셨다. 부엌이 좁아서 도마와 프라이팬을 방에 놓고, 달그락 달그락 김밥을 마셨다. 좁은 방이 해표 식용유와 참기름이 반반씩 섞인 냄새로 일순간에 환해졌다. 온몸이 기쁨의 온기에 졸여지고, 그 따뜻함이 일정 비등점에 도달하면, 저절로 눈이 떠졌다. 김밥의 양 끝 부분만 따로 한 접시에 쌓여 있었다. 모자이크처럼 예쁜 김밥이 검정색 찬합에, 정색을 하고 나란히 누워 있었다. 먹기 싫은 당근도, 시금치도 그 속에서 그림이 되어 있었다. 고요함과 따뜻함과 김밥이 있었다. 형 역시 그 따뜻함을 못 견디고 눈을 떴고, 우린 터진 김밥을 하나씩 입에 물고, 어머니가 김밥을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 p.199

내가 자부심을 느껴도 될 만큼 못난 애들이 학교에 바글바글했다. 유치원을 안 다니고, 한글을 모르고 들어온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절반 이상은 한글을 몰랐다. 깜짝 놀랄 만큼 멍청한 아이도 많았다. 똥간에 신발을 빠뜨리고 선생님께 꺼내달라고 우는 아이들이 한 반에 한 명씩은 꼭 있었다. 그러면 선생님은 긴 막대기를 어딘가에서 구해와 똥으로 범벅이 된 신발을 꺼내, 수돗가에 내려놓으셨다. 멍청하고, 한심한 아이들은 울면서 신발을 닦았다. 자신감이 생겼다. 똥간에 신발을 빠뜨리는 천하의 바보들보다는 확실하게 내가 위였다. --- p.243

1월 1일은 MBC 10대 가요제를 본 다음 날 정도였다. 조용필이 가수왕이 되었다. ‘창밖의 여자’가 조용필을 가수왕으로 만들었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를 여러 번 반복했는데, 이쯤이면 끝내겠지란 기대를 번번이 무너뜨리면서 ‘누가 사랑이 아름답다 했냐’며 따졌다. 미아리에선 아무도 사랑이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다. 혐의 없는 미아리 사람들이 왜 저런 추궁을 들어 줘야 하는가 말이다. 예의가 없는 노래였다. 그렇게 느리고, 축 처지는 노래로 어떻게 혜은이를 누를 수 있었을까? ‘쨍하고 해 뜰 날’의 송대관이 미국에서 돌아오지 않는다면 한국 가요계는 춤도 흥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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