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으며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다. 2006년 7월 9일 일요일 오후에 나는 베를린에서 낮잠을 자고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을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그라운드에 나가서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 p.55
진정한 의미에서 나의 첫 번째 승리는 내 동료들이 나에게 패스한 횟수보다 나를 걷어찬 횟수가 적어졌던 순간이었다. 훈련 첫날 그 비율은 10:1(10번의 살인태클 대 거의 실수로 나에게
연결된 1번의 패스)이었다. 시간이 가면서 점점 그 비율은 좋아져서 마침내 패스가 파울보다 많아진 시점이 다가왔다. --- p.57
빌어먹을!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 그렇게 무산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아무 고민도 하지 않고 레알 마드리드와 사인했을 것이다. 그들은 밀란보다 더 영광스러운 클럽이었고, 더 나은 전망과 더 많은 매력을 가진, 모든 것에서 더 나은 클럽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상대 팀에 공포를 선사한다. --- p.67
이브라히모비치는 과르디올라 감독을 ‘철학가’라고 부르며 그가 감독을 모욕했다고 생각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건 사실은 멋진 칭찬의 말이었다. 철학가가 된다는 것은 생각하고, 지혜를 찾고, 스스로가 하는 일에 영향을 주는 것들에 대한 자기만의 원칙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또 일상적인 것들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고,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것이며, 결국에는 어떤 경우에도 선한 의지가 악을 이겨낸다고 믿는 것이다. 그 길에 조금의 고통이 따를지라도. --- p.78
간단히 말해, 이탈리아가 더 중요하다. 인터 밀란, AC 밀란, 유벤투스 또는 그쪽 어떤 클럽보다도. 이탈리아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 p.91
옛날에는 축구팀들이 각 팀의 상징이 되는 선수, 반디에라Bandiera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각 클럽은 그 반디에라 아래에서 팀의 깃발, 깃대, 밧줄, 천, 바람에 해당하는 세세한 것들의 중심을 잡는 것은 물론 팀의 명예를 지키고, 특별한 경우에는 그 팀의 방향과 강도에 변화를 줄 수도 있었다. 요즘에는 오로지 중요한 한 가지가 돈을 아끼는 것이다. 급여를 줄이는 것, 그것이 모든 구단에서 동의한 것이다. --- p.108
순수하게 기술적인 능력에 대해서라면 호나우두가 내가 함께 뛰어본 선수 중 가장 천재적인 선수였다. 그는 압도적인 전차 같은 선수다. 그러나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파올로 말디니가 최고의 선수다. 진정한 수비수,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수비수, 앞으로도 최고일 수비수. --- p.136
내가 축구를 그만둘 생각을 했던 것은 이스탄불에서의 경기 후에 그 어떤 것도 말이 안 됐기 때문이다. 2005년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정말로 나를 질식하게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승부차기에서 진 것이 예르지 두덱Jerzy Dudek(골라인에서 춤을 추며 우리를 놀려대고는 우리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면서 상처 위에 소금을 발랐던 그 멍청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고통스러웠던 것은 우리 스스로가 그 모든 것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었다. --- p.152
맨유는 그로 하여금 날 막게 했고, 그게 박지성이 생각한 오직 한 가지였다. 자신의 임무에 대한 그의 헌신은 거의 감동적이었다. 그는 이미 그 스스로의 능력으로 유명한 선수였음에도 그 자신이 갖고 있는 고유의 능력을 기꺼이 억제한 채 경비견이 되는 데 동의한 것이다. --- p.187
나는 축구계의 진부한 표현인 “오직 팀의 성공이 중요하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을 견딜 수가 없다. 그건 개인적인 야망이 없는, 클래스가 부족하거나 개성이 부족한 사람들이나 하는 성가신 불평 같은 말이다. 나에게도 물론 팀이 아주 큰 부분이지만, 만약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잊어버린다면 나는 결국 팀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고 말 것이다. --- p.197
다른 팀에 적대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은 이탈리아의 전문 분야다. 그들에게 첫 번째 계명은 ‘네 상대를 욕하라’이며, 시간이 좀 남는다면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것이다. 내가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원정팬들에게 나는 쓰레기이거나 창녀의 아들이다. 내가 그들의 팀 선수에게 차이기라도 하면 그들은 나에게 죽어버리라며 소리를 친다. --- p.209
낡고 비효율적인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일종의 의무사항이다. 그라운드 위에서 벌어지는 일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축구의 지배계급이 안락의자에 앉아서 졸기만 하는 것은 이제 그만둘 때다. 한쪽 눈만 뜨더라도, 혹은 양쪽 눈을 조금만 떠도 충분할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옛날 사고방식이 얼마나 주심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 p.226
내 아버지는 21일에 태어났다. 21일은 내가 결혼식을 올린 날이자, 세리에A 데뷔전을 치른 날짜이기도 하다. 그 숫자는 내 커리어 초기부터 나의 등번호였고 나는 절대 그 번호를 놓친 적이 없다. 그 숫자는 내게 행운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이 20장에서 끝나는 이유다. 나는 이다음의 장이 아직 쓰이지 않은 미래에 있을 또 다른 이야기와 경험으로 채워질 여백의 페이지였으면 한다.
--- p.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