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산상수훈인가?
표준설교 44편은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웨슬리는 감리교 설교자들이 설교할 때 일종의 표준으로 삼을 것으로서 표준설교를 제시했기 때문에, 44편을 고를 때 매우 신중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44편의 설교들이 성경 본문이라든지 내용 등에 있어서도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각 설교들은 주제설교로 이루어져 있어서 설교마다 특정한 메시지에 대해 집중해서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독특한 것은 이 표준설교에 말씀을 강해한 강해설교 시리즈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44편이라는 설교가 많다고 보면 많겠지만, 수만 번 설교했던 웨슬리를 생각하면 사실 굉장히 추리고 또 추려낸 것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포함시켜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래서 웨슬리는 각기 다른 본문과 주제와 내용으로 이 44 표준설교를 구성하기도 했지만, 무려 13편이나 되는 설교를 본문 강해설교 시리즈로 넣었는데, 이는 사실은 상당히 눈여겨볼 만한 것이다. 분량으로 치면 산상수훈 강해설교는 표준설교의 삼분의 일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왜 웨슬리가 이 산상수훈을 이렇게 특별히 취급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웨슬리는 산상수훈의 메시지가 감리교의 신앙적 고백을 잘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첫 번째 강해인 표준설교 16번에서 기독교의 모든 면모를 산상수훈만큼 온전하게 담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산상수훈을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감리교 또한 그것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에서 그는 44편으로 추리고 또 추린 표준설교 가운데, 무려 13편이나 되는 설교를 산상수훈에 대한 강해로 편성하여 표준설교에 채워 넣었다. 실제로 산상수훈 강해를 보면 감리교가 지향하는 신학적 세계관이 다른 표준설교들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방법
이 책을 번역할 때 나는 몇 가지 사항들을 염두에 두었다.
1) 편하게 읽기보다는 연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쪽으로 좀 더 치중하여 번역했다. 따라서 이 책은 될 수 있는 대로 원문에 충실한 문자적 번역(literal translation) 방식을 선택했고, 의미 전달이 모호해질 수 있는 부분은 유진 나이다의 역동적 의미 동등성(dynamic equivalence) 방식을 최소한으로 선택하여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오해를 줄이려고 했다. 따라서 필요한 경우 본문을 직접 크게 의역하기보다는 직역에 가깝게 하고 대신에 각주를 붙여서 보충설명을 했다.
2) 연구용이기 때문에 용어 번역의 통일성에 신경을 썼다. 번역을 하다 보면 똑같은 영어 단어도 문맥에 따라, 혹은 보다 효과적인 메시지의 전달을 위하여 다른 한국어 단어로 번역하는 것이 일반적이고도 자연스러운 번역방식이다. 그러나 연구를 위하여 될 수 있는 대로 다소 어색하더라도 같은 영어 단어 - 특히 중요한 용어일 때는 더욱 - 는 같은 한국어 단어로 대응되도록 번역했다.
3) 연구를 위하여 성경관주 작업을 했다. 웨슬리는 ‘한 책의 사람’이라는 별명답게 설교문 가운데 자연스럽게 성경 말씀을 사용한다. 그럴 경우 본인이 직접 성경 출처를 밝히기도 하지만, 그것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경우 마치 자신이 말하듯이 성경을 사용해서 말한다. 따라서 나는 웨슬리의 설교 한 구절 한 구절마다 성경인용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찾아보았다. 사실 이 작업은 무척 힘이 들었고, 한 편의 설교에 성경관주 작업을 하는 것에는 그 설교 한 편을 번역하는 것과 비슷한 시간이 소용되었다(특히 웨슬리가 보았던 영문 킹제임스 성경을 갖고 성경관주 작업을 했기 때문에 더 시간이 소용되었다). 왜냐하면 웨슬리가 어떤 표현을 사용했을 때 그가 어떤 성경 구절을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했을까 일일이 추측해 가면서 성경관주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성경관주를 보면 설교 본문과 해당 성경 구절의 표현이 다른 것들이 종종 발견될 것이다. 그 이유는 성경관주 작업을 할 때 웨슬리가 사용한 것으로 믿어지는 킹제임스 성경(KJV) 구절을 갖고 검색했고, 우리말 번역은 우리말 성경을 기초로 삼아서 그 부분의 설교 본문을 번역했기 때문이다. 즉, 성경관주와 설교 본문이 서로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을 독자가 발견했다면, 비록 우리말 성경에는 좀 다르게 표현되었지만 그 부분의 웨슬리설교 영어원문과 영문 킹제임스 성경은 서로 표현이 같거나 비슷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즉 웨슬리는 그 부분을 말할 때 킹제임스 성경의 해당 구절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설교문을 작성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4) 설교 번호 표기방식은 다음과 같다. 설교 번호는 보통 세 개의 번호로 되어 있다. 첫 번째 번호는 그 설교 번호를 뜻한다. 이 설교 번호는 53 표준설교가 아닌 44 표준설교 번호를 따랐다. 두 번째 번호는 그 설교 안에 있는 파트 번호다. 설교문 안에는 로마자 번호로 표기되어 있다. 세 번째 번호는 해당 파트 안에 있는 문단 번호로서, 설교문 안에는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되어 있다. 이 모든 번호는 웨슬리의 표준설교 원문에 표기된 번호다.
5) 주요 용어 해설(Glossary)을 뒷부분에 첨가했다. 감리교의 신학적 체계에 있어서 중요한 몇 가지 개념들을 선택하여 간략하게 해설을 덧붙였다. 이 해설은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신학적 · 교리적 해설이 아니라, 몇 줄로 간단한 용어의 개념을 파악하는 것이기에 깊이가 떨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다만, 용어 해설을 함에 있어서 나의 생각을 통해 걸러서 나온 것은 절제하고, 될 수 있는 대로 웨슬리가 설교 본문을 통해 직접 말한 것을 정리해서 독자들이 직접 웨슬리의 목소리를 듣도록 했다. 이 용어들은 표준설교에 나오는 것으로만 국한했기에 깊이나 넓이에 있어서는 제한적임을 밝혀 둔다.
6) 각 설교문 앞에 한 페이지 정도로 간략하게 그 설교문이 작성된 배경(있는 경우에만)과 그 설교문의 내용을 요약했다. 그래서 독자들이 나중에 그 설교의 내용을 정리하여 기억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했다. 다만, 독자들이 설교 본문을 직접 읽어보지 않고 이 요약과 해설에만 의지하지 않기를 바란다. 웨슬리 신학을 제대로 알려면 웨슬리의 설교문을 직접 다 읽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7) 이 설교문 번역 작업은 단순히 독자들이 설교문을 읽고 끝나지 않도록 방향설정을 했다. 이 작업은 그저 설교문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내용을 새기고 연구하고 이 설교문을 갖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도록 하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따라서 각 설교가 끝난 뒤에 그 설교문으로 개인적으로나 그룹별로 공부할 수 있도록 문제지를 첨가했다. 이 문제지는 해당 설교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핵심 메시지들을 다시금 점검하는 것에 일차적 목표를 두었고, 더 나아가서 그것을 바탕으로 교인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신앙적인 고민과 도전을 서로 던지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따라서 각 교회에서 이 책을 속회 모임이나 성경공부, 혹은 제자 훈련의 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만일 이것을 교재로 삼아 공부한다면 13주 코스로 구성할 수 있고, 새로 복음을 접한 초신자를 대상으로 해도 무방하나, 새신자 훈련 과정을 마친 사람들의 제자 훈련 교재나 평신도 지도자 훈련 교재로 활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
--- 「서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