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고 있는 팀의 득점과 실점을 바탕으로 ‘예상 승률’을 정의한 빌 제임스의 공식은 몇 번이고 곰씹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실제와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피타고리언 승률은 시즌 중반 팀의 득실점을 가지고 최종 승률을 구하는 용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전반기에 5할 승률에서 몇 게임 더 나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득실차가 마이너스인 팀을 생각해 보자. 만약 이 팀이 계속 같은 비율의 득실점 상황을 보인다면, 피타고리언 승률 공식에 따라 이 팀의 후반기 승률은 5할 이하일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팀의 시즌 최중 승률은 전반기에 실제로 거둬들인 승수에, 후반기 남은 경기 동안 기대할 수 있는 승수로 계산될 것이다.(102쪽)
인플레이된 모든 공이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인 통으로 나뉘어서 들어간다고 가정해 보자. 이를 통해 아홉 명의 수비수가 각 통에 들어간 공들 중 아웃으로 만들어낸 공의 평균치와, 특정 구역으로 떨어진 공이 가지는 득점의 기대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1루 선상으로 빠져나간 공이 1, 2루 간을 통과한 공에 비해 장타의 비율이 높기에, 득점 기대치 또한 높다는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모든 수비수에게 이 방법을 적용하여 리그 평균치와 비교한다면, 각 선수의 수비 능력을 알 수 있게 된다. “수비하는 구역에서 얼마나 많은 점수를 막아냈는가?” 이것이 UZR(Ultimate Zone Rating)의 기본적인 개념이다. UZR의 최종값에는 송구 능력, 볼 처리 능력, 병살 능력 등도 포함되어 있다.(148쪽)
우타자들은 우투수들을 상대하는 것이 어렵고 좌타자들은 좌투수를 상대하는 게 훨씬 어렵다고 오랫동안 알려져 왔다. 분명히, 투수의 팔이 나오는 각도가 많이 다르고, 타자들 또한 자기와 다른 팔을 쓰는 투수의 공을 대할 때 “공을 더 잘 볼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변화구들, 특히 우투수가 우타자에게(또는 좌투수가 좌타자에게) 던지는 슬라이더는 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움직임을 갖기 때문에, 타자의 입장에서 치기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실 1995년 이후 좌타자들은 우투수 상대 OPS가 반대에 비해 0.069 높았고(우투수 상대 0.782 / 좌투수 상대 0.713), 우타자들은 좌투수 상대 OPS가 0.042 높았다(좌투수 상대 0.773 / 우투수 상대 0.731). 이런 차이가 소위 ‘플래툰’의 이점을 말해준다.(166~167쪽)
사실 희생 번트가 기대득점값을 낮춘다는 말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희생 번트가 항상 나쁘다는 생각은 바보 같은 생각이다. 경기 초중반까지는 기대득점값 자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기대치 자체보다는 ‘한 점의 가능성’을 높이는 행위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더 북》의 저자들이 강조했듯, 기대득점값 또한 상황에 따라 달리 볼 필요가 있다. 투수와 타자 모두가 리그 평균 수준인 경우는 아주 드물기 때문에, 기대득점값의 계산 또한 상황마다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감독이 지시할 수 있는 것은 희생 번트가 이니다. 단지 희생 번트 ‘시도’를 지시할 뿐이다. 희생 번트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렇게 되면 대체로 이전보다 더욱 안 좋은 쪽으로 상황이 흘러가게 마련이다.(174쪽)
이는 구단 승률에 따른 매출 변화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 각 구단의 시장 크기와 승률을 같이 고려해 본다면, 분명히 구단별로 추가 승수에 따른 매출 변동 폭이 다를 것이고, 아주 큰 변동 폭을 가진 구단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뉴욕 양키스의 추가 1승은 캔자스시티의 추가 1승보다 훨씬 많은 금전적 가치를 지닐 것이다. 뉴욕에는 기꺼이 돈을 쓸(수입이 넉넉한) 이들이 더 많이 살고 있으며, 다양한 방법(광고, 후원 계약, 귀빈석 구매 등)을 통해 매출을 올려줄 기업 또한 많다. 그래서 경쟁력 있는 팀을 꾸리려는 동기가 캔자스시티에 비해 강할 수밖에 없다.(230~231쪽)
선수 개인 단위의 생산성을 평가할 때 야구보다 좋은 조건을 가진 스포츠 종목이 없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보면 야구 선수 시장에서 이런 비효율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수도 있다. 야구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한 분석 자료와 지표가 나와 있고, 거기에는 시장 비효율에 대한 증거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실은, 선수 생산성과 구단 연봉 총액 등에 대한 수많은 공개된 자료가 존재하는 이상, 이런 비효율성은 점점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어떤 구단이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다른 팀들도 해당 능력(또는 지표)에 대해 재평가를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1990년대 후반 오클랜드가 이득을 취했던 볼넷이란 지표는 2003년을 기점으로 시장 전체에서 재조명받기 시작한다.(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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