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물다섯 살에 지방 채용으로 일본담배산업(JT)에 입사했다. 지방 채용으로 입사한 사람은 근무 지역이 한정되어 있었고, 아무리 노력해도 출세하지 못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관례를 깨 고 역대 최연소 지점장으로 깜짝 발탁이 되었다. 그리고 전국 31개 지점 가운데 25위 이상을 해본 적이 없는 만년 B급이었던 다카사키 지점을 1년 만에 일본 최고의 지점으로 탈바꿈시켰다.
더욱 놀라운 점은 다카사키 지점의 전 직원이 A급 이상의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JT에는 SS, S, A, B, C라는 5단계 평가체계가 있는데, 어느 지점에든 일정 비율로 B 이하의 평가를 받는 직원이 있기 마련이었다. 한 지점의 직원 모두가 A급 이상의 평가를 받은 것은 회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가 거둔 성과를 들은 사람은 백이면 백 모두 ‘원래 재능이 있었으니까 가능한 일이었겠지’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과거 다카사키 지점을 거쳐간 지점장들이 능력이 없다거나 경험이 부족했던 건 절대 아니었다. 그들과 내가 달랐던 건 단지 하나, 사람을 믿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였다.
_ ‘서른부터는 적을 만들지 말라’ 중에서
이제 막 리더가 된 사람은 ‘내가 뛰어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부하직원이 따르지 않을 거야’, ‘유능하지 못한 사람은 리더로 있을 자격이 없어’라는 생각에 불안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 보자면, 부하 직원은 유능한 리더를 따르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을 인정해 주고 자신에게 의지하는 리더를 따른다. 당신이 부하 직원이었을 때를 떠올려보기 바란다. ‘대단히 유능한 리더(하지만 당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 리더)’와 ‘당신을 훌륭하다고 인정해주고 당신에게 의지하는 리더’가 있다면, 두 사람 중 누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싶어지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유능해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개인으로서의 유능함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능력을 인정해 줄 때 비로소 ‘우리’가 될 수 있다.
_ ‘유능함을 자랑하지 말라’ 중에서
나는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가족’이라고 대답한다. 홀로 나를 키워준 어머니, 나와 결혼해 주고 몇십 년 동안이나 아낌없이 내조를 해준 사랑하는 아내, 내 인생에 커다란 기쁨과 감동을 끊임없이 선사해 주고 있는 아들과 딸. 이런 가족이야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다.
그렇다면 부하 직원 각자에게도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처럼 가족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애인일 수도 있다. 혹은 자신만의 시간이나 취미를 소중히 여길 수도 있고, 친구와의 우정을 인생의 보물로 여길 수도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부하 직원들 역시 두 번 다시 없는 인생을 살고 있으며 그들에게도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나름대로의 가치관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이해한 후, 부하 직원을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바로 ‘성실한 관심’을 기울인다는 말의 의미다.
_ ‘관심의 힘’ 중에서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자. 학교에 입학해 첫 받아쓰기 시험에서 20점을 맞았다고 해서 ‘넌 공부에 재능이 없으니 앞으로 수업 시간에 들어오지 마’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하자. 과연 정당한 일일까? 반대로 생각해서 항상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던 우등생이 어느 날 시험에서 전교 20등으로 밀려났다고 하자. 그 아이는 과연 공부를 못하는 아이일까?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평가의 기준이 되는 실적은 상당히 유동적이다. 또한 실적 부진은 누구에게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지금은 최고의 실적을 올리는 사람도 부모님이 편찮으시거나 가족 중 누군가 안 좋은 일을 당하는 등 특정한 일을 계기로 부진에 빠지는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애인과 헤어지는 등 애정 관계에 이상이 있을 때도 당연히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이는 곧 실적 저하로 나타난다. 나는 이런 경우를 수도 없이 봐왔다. 낙오자는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누구나 낙오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우선 그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 두어야 한다.
_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중에서
지점장 시절에 나는 부하 직원인 영업소장들에게 ‘사무실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라’고 자주 이야기했다. 그러나 요령을 피우는 일부 영업소장들은 자신의 부하 직원들에게서 현장 이야기를 전해듣고서는, 마치 자신이 현장에 나갔던 것처럼 보고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꾀를 내기로 했다. 어느 날 각 영업소장에게 “다음 달에는 제가 직접 판매점에 나가 점장에게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각 영업소의 주요 판매점이나 교섭이 잘 진행되지 않는 판매점 등에 저를 데려가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그런 말을 듣자 영업소장들은 크게 당황했다. 평소에 현장에 나가 점장들과 얼굴을 익힌 영업소장은 태연했지만 사무실에만 틀어박혀 있던 영업소장은 현장으로 가는 길도 모를뿐더러 판매점의 점장과도 면식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점장인 나를 데리고 판매점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점장을 데리고 점장과 만났을 때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한다면, 영업소장이 그동안 현장에 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들통나고 말 것이다. 결국 ‘판매점에 나가 점장에게 직접 인사를 드리겠다’는 나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영업소장들이 부지런히 현장에 나가게 되었다.
_ ‘질문이 성과를 만든다’ 중에서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나는 서로 돕는 일의 소중함을 딸에게서 배운 적이 있다. 딸이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그 당시 딸은 육상부에 소속되어 역전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대표 선수인 딸에게는 2학년과 3학년 선배가 한 명씩 붙어서 도와주었다. 2학년 선배는 딸이 길가에서 가볍게 몸을 풀 때 수건과 스포츠 음료를 건네주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새 3학년 선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디로 간 걸까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더니, 대회장에 설치된 임시 화장실 앞의 긴 줄 사이에서 그 3학년 선배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12월 27일의 교토는 뼈가 시릴 만큼 찬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 선배도 추위에 떨면서 차례가 오기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3학년 선배의 차례가 돌아왔다. 그런데 그는 뜻밖에 화장실로 들어가지 않고 줄에서 빠져나오더니, 화장실을 기다리는 긴 행렬의 맨 끝으로 필사적으로 달려 또다시 줄을 서는 것이었다.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의문이 생긴 내가 함께 교토까지 응
원하러 온 다른 보호자에게 물어봤더니, ‘선수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할 때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게 하려고 대신 줄을 서주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3학년 선배는 대회에 출전하는 1학년 딸을 위해 칼바람을 맞으며 두 시간 넘게 화장실 앞에서 묵묵히 줄을 서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뇌며 눈물을 참았다.
_ ‘사람이 재산이다’ 중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