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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Z

S/Z

[ 양장 ]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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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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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4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84g | 153*224*30mm
ISBN13 9788994054674
ISBN10 8994054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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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옮긴이 서문

『사라진Sarrasine』_오노레 드 발자크

『S/Z』
1. 평가
2. 해석
3. 함축 의미에 대한 반대
4. 그래도 함축 의미를 위하여
5. 책읽기, 망각
6. 한 걸음 한 걸음
7. 별처럼 빛나는 텍스트
8. 부서진 텍스트
8. 독서들의 수(數)는?
10. 『사라진』
11. 다섯 개의 코드
12. 목소리들의 직물 같은 조직
13. 시타르
14. 대조법 1: 추가
15. 악보
16. 아름다움
17. 거세의 진영
18. 거세된 가수의 후손
19. 지표, 기호, 돈
10. 목소리들의 페이딩
21. 아이러니, 패러디
22.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
23. 회화의 모델
24. 유희로서의 변모
25. 초상
26. 기의와 진실
27. 대조법 2: 결합
28. 인물과 인물상
29. 백대리석 램프
30. 넘어섬과 미치지 못함
31. 혼미한 복제
32. 지연
33. 그리고/또는
34. 의미의 재잘거림
35. 현실, 작용할 수 있는 것
36. 주름, 펼치기
37. 해석학적 문장
38I. 서사물-계약
39. 이것은 텍스트의 설명이 아니다
40. 테마 영역의 탄생
41. 고유명사
42. 계급적 코드들
43. 문체적 변형
44. 역사적 인물
45. 과소평가
46. 완전성
47. S/Z
48. 표명되지 않은 수수께끼
49. 목소리
50. 재결합된 육체
51. 블라종
52. 걸작
53. 완곡어법
54. 뒤로, 더 멀리
55. 자연으로서 언어표현
56. 나무
57. 목적지의 노선들
58. 이야기의 이익
59. 함께 있는 세 개의 코드
60. 담론의 결의론
61. 자기도취적 근거
62. 애매함: 1: 이중의 뜻
63. 심리적 근거
64. 독자의 목소리
65. ‘언쟁’
66. 읽혀지는 것 1: “모든 것이 성립된다”
67. 통음난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68. 편물
69. 애매함 2: 환유적 거짓말
70. 거세된 남자의 상태와 거세
71. 방향을 바꾸어 되돌아오는 키스
72. 미적 증거
73. 결론으로서 기의
74. 의미의 지배
75. 사랑의 선언
76. 인물과 담론
77. 읽혀지는 것 2: 피한정어/한정어
78. 무지로 죽다
79. 거세 이전
80. 결말과 폭로
81. 인격적 개인의 목소리
82. 글리산도
83. 사방으로 퍼지는 전염병
84. 충만한 문학
85. 중단된 복제
86. 경험 영역의 목소리
87. 지식의 목소리
88. 조각에서 회화로
89. 진실의 목소리
90. 발자크의 전체 텍스트
91. 수정
92. 세 개의 입구
93. 생각에 잠긴 텍스트

부록
1. 행동의 시퀀스들
2. 이론에 기초한 차례
3. 『사라진』에 대한 조르주 바타유의 평가
3. 롤랑 바르트가 말하는 『S/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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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책의 역자 입니다.
2015-04-11
이번 연암서가에서 내놓은 s/z는 동문선에서 출간한 것을 꼼꼼하게 살펴 오역들을 바로 잡았을 뿐 아니라 독자의 가독성을 높이도록 많은 손질을 했습니다. 또 롤랑 바르트의 s/z에 대한 글도 실어 독자에 대한 배려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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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교양으로부터,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의 담론으로부터 온 생각들을 함께 빻아 넣어 짜냈다. 나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해설했다. 그런 만큼 그 모든 것에서, 나는 나의 주변에서 진술되고 있었던 것에 지속적으로 의지했다.”
-롤랑 바르트

“사르트르 이후 현대 프랑스 비평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롤랑 바르트의 문학세계는 한마디로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정신으로 얘기될 수 있다. 하나의 스타일을 만들자마자 곧 다른 모험의 공간을 찾아나서는 그의 실험정신은 경직된 사고나 형태에 결코 안주하지 않으려는 현대의 모든 전위적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때로는 누보로망의 대변인으로, 때로는 신비평의 기수로, 때로는 기호학의 이론가로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으면서도 그의 끝없는 변신과 수많은 메타 언어의 사용은 상극된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솔레르스, 크리스테바, 데리다, 라캉의 영향 아래 바르트의 구체적인 문학실천이 가장 잘 드러난 시기, 그의 모든 문학적 관심은 책읽기=글쓰기의 창조적 관계로 발전되며, 그 독창적 표현이 바로 『S/Z』이다.”
-김희영_한국외국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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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S/Z』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c*****3 | 2023.03.1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S/Z』는 발자크의 중편소설 「사라진(Sarrasine)」에 관한 기호학적/해체적 비평이다. 롤랑 바르트는 초기 연구에서 기호학적 분석을 통해 텍스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온갖 문화적 기호, 영상 매체, 패션, 연예인, 레슬링 등에 나타난 의미작용을 드러내고 이를 일컬어 '현대의 신화'라고 명명했다. 신화적 의미작용을 가능케 하는 것은 기표와 기의를 접합시켜주는 '코드'이다. 『S;
리뷰제목

『S/Z』는 발자크의 중편소설 「사라진(Sarrasine)」에 관한 기호학적/해체적 비평이다. 롤랑 바르트는 초기 연구에서 기호학적 분석을 통해 텍스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온갖 문화적 기호, 영상 매체, 패션, 연예인, 레슬링 등에 나타난 의미작용을 드러내고 이를 일컬어 '현대의 신화'라고 명명했다. 신화적 의미작용을 가능케 하는 것은 기표와 기의를 접합시켜주는 '코드'이다. 『S/Z』도 기호학적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작품에 나타나는 코드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작품을 561개의 독서단위로 구분하고 각각의 독서단위에서 해석학적 코드, 의미론적 코드, 문화적 코드, 상징적 코드, 행동적 코드를 읽어낸다. 하지만 독서단위의 코드 분석 전후로 저자는 짤막한 담론들을 배치한다. 93개에 해당하는 단편들은 해석의 전제를 설명하거나 코드 분석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개진하는데, 책 전체에 흩뿌려진 것처럼 산발적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형식은 롤랑 바르트의 후기 저작들에서 전형적인 틀을 갖추게 된다. 그가 이처럼 파편화된 담론을 구사하는 까닭은 거대한 구조 아래에서 위계를 형성하는 언어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바르트는 기표가 지배적 코드에 의해 특정한 기의로 수렴하는 의미 작용을 부정적으로 본다. 기표는 독자의 독서 행위 속에서 지속적으로 미끄러지고, 증식하며, 분산(되어야)한다. 『S/Z』는 구조주의(기호학)가 후기구조주의(해체)로 이행하는 비평을 생생하게 예증한다.

 

바르트는 '읽히는 텍스트(le lisible, 읽히는 것)'와 '쓰이는 텍스트(le scriptible, 쓰이는 것)'를 대조시키면서 비평의 전제를 구축한다. 읽히는 텍스트는 주어진 코드에 따라 해석하는 작품, '대문자 책'이라고 하는 문화적 원천으로부터 이해되는 작품이며, 현대적 작품에 대립하는 고전 작품을 일컫는다. '쓰이는 텍스트'는 해체되고 조립되며 다시 쓰게 되는 언어로, 기존의 코드를 위반함으로써 성립되는 작품이며 현대적 작품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텍스트의 구분이 창작의 차원에서 언급되고 있지만, 사실 의미 작용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작가가 아니라 독자다. 고전적 작품에서도 어떤 결여, 빈 지점, 변화(페이딩)하면서 굴절되는 목소리가 있으며, 독자는 그곳에서부터 텍스트를 다시 조립한다. 바르트는 「사라진」을 고전적 작품으로 간주하고 코드화된 해석을 전개한다. 하지만, 한 가지가 아니라 다섯 가지 코드를 동시에 펼치기 때문에 작품은 '복수태(複數態)'로 가동된다. 「사라진」은 읽히는 텍스트로 탄생했지만 바르트에 의해 쓰이는 텍스트로 다시 태어난다. '즐거움'과 '즐김'의 중첩이 동일하게 발견되는 것이다. 바르트는 개념상의 애매함을 그대로 존중하면서 작품을 비평한다. 읽히는 텍스트와 즐거움 속에서 비평은 가능한 것이지만, 이내 쓰이는 텍스트와 즐김으로 전환되면서 불가능성에 근접한다. 『S/Z』는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경계에서 축조된 기묘한 형상의 비평적 기념비다.

 

「사라진」은 삶과 죽음, 여성과 남성, 자연과 문화의 대립적 테마를 설정하고, 그러한 대립쌍을 무화시키는 거세된 가수 '잠비넬라'를 통해 인간과 세계의 모순된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으로 이 소설은 조각가 사라진과 잠비넬라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술자에 의해, 소설의 전반부에 등장하는 노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구도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여느 액자소설과는 구성이 다르고, 서술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단순히 노인의 정체뿐만 아니라 소설에 등장하는 그림의 기원을 설명하기 때문에 복합적이다.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 카스트라토는 상식 혹은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면서 사라진을 종국에 파멸로 이끈다. 열렬한 사랑은 에고의 환상을 지피고, 환상은 과도한 이상을 낳는다. 완벽한 여성인 줄 알았던 잠비넬라가 '중성'임을 알게 되었을 때 사라진이 느끼는 분노는 잠비넬라가 장난으로 여성인 척 사라진을 기만했던 반응치고는 지나치다. 사라진은 잠비넬라를 납치하여 분노를 쏟아낸 후에 칼로 잠비넬라를 살해하려고 한다. 이는 잉여와 초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드러내고 있어, 『레 미제라블』의 자베르를 연상케 한다. 사라진이 느끼는 환멸(幻滅)은 말 그대로 환상의 사라짐이며, 사라짐에 대한 반동 혹은 거부이다. 소설은 이렇게 해석되고 정리될 수 있다.

 

하지만 『S/Z』는 해석을 하나의 거대한 구조에 포섭시키지 않으며, 언어의 세부에 훨씬 정교한 비평적 칼날을 들이댄다. 561개의 독서단위로 낱낱이 해부된 글들은 비평가의 손에 의해 다시 쓰인다. 롤랑 바르트는 상징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분화되는 코드들을 붙잡으며, 다른 독서단위와 긴밀하게 연결하면서 2차적 텍스트를 마치 거미가 거미줄을 짜듯이 엮어간다. 말 그대로 씨줄과 날줄이 정교하게 짜여서 이루어지는 텍스트이다. 아래는 소설의 첫 장면에서 화자가 파티장 바깥을 창문 벽구멍으로 바라보는 장면의 묘사를 분석하는 글이다. 상징적 코드(SYM), 의미론적 코드(SEM), 문화적 코드(REF)들이 두 문장에서 펼쳐진다.

 

8 눈이 불완전하게 덮인 나무들은 달빛에 희끄무레하게 된 구름 낀 하늘을 잿빛 배경 삼아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환상적 분위기 속에서 보니 그 나무들은 수의를 제대로 걸치지 않은 귀신들을 닮으면서, 인구에 회자되는 저 사자들의 춤의 거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게했다. ★ SYM. 대조법: A: 바깥 ★★여기서 눈은 차가움으로 돌려보내지만 숙명적인 것은 아니고 희귀하기조차 하다. 왜냐하면 푹신푹신하고 솜털 같은 망토인 눈은 동질적인 물질들의 열기, 피난처의 보호를 다분히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차가움은 눈이 부분적으로 덮여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차가운 것은 눈이 아니라 불완전함이다. 음산한 형태는 불완전하게 덮여 있는 것이다. 그것은 깃이 빠진 것이고, 가죽이 없는 것이며, 딱지처럼 붙어 있는 것이고, 결여가 갉아먹은 충만함에서 남아 있는 모든 것이다(SEM. 차가움). 달 역시 이러한 결여에 기여하고 있다. 여기서 정말로 음산하고, 풍경의 결함을 밝혀주고 구성하는 달은 양면성을 띤 부드러움을 갖추고 다시 나타난다. 그때 그것은 백대리석 램프라는 대체물로 비엥의 아도니스를 밝혀주고 여성화시키게 된다(nº 111). 아도니스라는 이 초상화는 지로데의 엔디미온과 중복된다(그리고 그것도 상당히 명료하다) (nº 547). 왜냐하면 달은 빛의 아무것도 아닌 것이고, 빛의 결여로 귀착된 열기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순수한 반사광을 통해 비추지 그 자체가 기원이 아니다. 그리하여 그것은 거세된 가수의 빛나는 상징이 된다. 그는 그가 젊을 때(아도니스), 여성성에서 빌리는 빈 광채가 나타내는 결여인데, 그가 늙었을 때(늙은이, 정원) 이 비어 있는 광채에서 남아 있는 것은 회색빛 한센병뿐이다(SEM. 달의 속성). 뿐만 아니라 환상적인 것은 인간적인 것의 기본적 한계 밖에 있는 것을 지시하고 또 지시하게 될 것이다. 초자연(sur-nature)과 초세계(extra-monde)로서의 이와 같은 위반은 (뒤에 가서) 초여성(Sur-femme)이자 남자 이하 존재(sous-homme)로 동시에 제시되는 거세된 가수의 위반이다(SEM. 환상적인) ★★★ REF. 예술(사자들의 춤). (102~103쪽)

 

바르트가 「사라진」의 비평서 제목을 『S/Z』로 설정한 까닭은 단편 47번 'S/Z'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S와 Z는 사라진과 잠비넬라의 이니셜이지만 그것을 초과하는 기표다. 이니셜은 문자의 외양에서 이미 거울을 두고 서로를 비추는 형상이다. 잠비넬라는 사라진에게 욕망의 대상이자 분신이다. 잠비넬라에게 이상적인 여성의 아름다움과 그 여성성(혹은 남성성)의 결여가 혼합되어 주어져 있는 것처럼, 사라진은 에고의 환상적 충만성과 그것의 필연적 균열을 맛보는, 상징적으로 혼합되고 거세된 존재이다. S/Z는 음악/조각, 육체/정신, 과도함/가냘픔 등으로 반대되면서도 서로를 포섭하는 의미로 분화한다. 기표는 다양한 코드를 가로지르며 의미를 분산시키고 스스로 확장한다.

 

SarraSine을 보자. 프랑스어의 고유명사 연구의 관습에 따르면 우리는 SarraZine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Z는 인물의 성(性)으로 이동하면서 어떤 덫 속으로 떨어져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Z는 절단의 글자이다. 음성학적으로 보면, Z는 벌을 주는 채찍처럼, 그것은 혹은 복수의 여신을 닮은 곤충처럼 후려치는 듯하다. 글자 표기 모양을 보면, 그것은 동등한 양의 흰 면을 가로지르면서 알파벳의 둥근 형태들 가운데 비스듬한 무법적 칼날처럼, 어깨에 멘 붕대처럼 비스듬히, 손으로 던져진 모습을 하고서 횡선을 그으며 줄무늬를 넣고 있다. 발자크의 관점에서 보면, 이 Z(이것은 Balzac라는 이름 속에도 있다)는 일탈의 문자이다(발자크의 『Z, 마르카』라는 중편소설 참조). 끝으로 여기에서도 Z는 여자 잠비넬라(la Zambinella)의 첫 글자이고, 거세의 이니셜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이름 속에, 자신의 육체 속에 자리 잡은 이런 철자상의 오류를 통해서 사라진은 자신의 진정한 본성에 따라 잠비넬라의 Z를 결여의 상처로서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S와 Z는 표기적 전도 관계 속에 있다. 거울의 반대쪽에서 보면 동일한 글자이다. 사라진은 잠비넬라 속에서 자신의 거세를 응시한다. 그런 만큼 SarraSine의 S와 Zambinella의 Z를 대립시키는 횡선(/)은 공포적인 기능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검열의 횡선이고, 거울의 표면이며, 환각의 벽이고, 대조법의 칼날이며, 한계의 추상이고, 기표의 기울어진 측면이며, 계열체의 지침, 따라서 의미의 지침이기 때문이다.(215~216쪽)

 

길이가 길다고 보기 어려운 중편 소설 속에 무수히 많은 함축 의미가 교차하고, 다양한 코드들이 중첩되는 과정을, 비평은 풍요롭게 포착한다. 소설 분량의 네 배에 가까운 비평 담론이 펼쳐지는 것을 볼 때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분량보다도 중요한 것은 비평가의 예리한 안목이다. 소설의 플롯이 진행되면서 수수께끼가 열리고, 표명되고, 함정을 파고, 애매하게 답을 피하고, 마침내 수수께끼가 해명되기까지의 과정을 끌고 가는 것은 다름 아닌 담론이며, 하나의 목소리이다. 담론은 언어적 조작으로 수수께끼의 답을 지연시키거나 일부러 독자로 하여금 혼란에 빠뜨리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를 테면 서술자는 내부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잠비넬라를 두고 처음에는 '그녀'라고 지칭한다. 서술자는 이미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지만 짐짓 모르는 척 잠비넬라의 성을 속여 함정을 파는 것이다. 서술자의 담론은 잠비넬라가 '중성'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드러내는 전략을 통해 남성/여성의 이분법적 세계관만을 진실로 믿고 사는 인간을 뒤흔든다. 담론의 수수께끼 전략은 비평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해석학적 코드에 의해서 해명된다. 비평가는 세심한 안목으로 미세한 기표의 변화까지 섬세하게 잡아낸다. 롤랑 바르트는 인터뷰에서 『S/Z』의 저술 작업이 즐거웠다고 표명한 바 있다. 텍스트에 대한 애정이 미묘한 변화도 감지하는 세밀한 눈을 선물해 주지 않았을까. 『S/Z』에는 문학을 향유하는 즐거움(혹은 즐김)이 녹아 들어 있다. 연암서가에서 출판한 이 책은 비평의 대상이 되는 「사라진」을 책의 앞에 배치하고 있어서 비평을 온전하게 즐길 수 있다. 번역이 녹록치 않았을 텐데도 독자를 위해 정성을 쏟은 흔적이 문장 곳곳에서 느껴진다. 롤랑 바르트나 비평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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