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9일의 묘

9일의 묘

전민식 | 예담 | 2015년 03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3 리뷰 45건 | 판매지수 48
정가
12,000
판매가
10,800 (10% 할인)
구매 시 참고사항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35쪽 | 310g | 137*200*16mm
ISBN13 9788959139057
ISBN10 895913905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검은 손 하나가 구덩이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중범이 손을 잡으려고 할 때 몇몇 그림자가 봉분을 타고 뒤로 넘어왔다. 불빛이 따라 올라오며 사방을 헤집었고 욕설이 난무했다.
“씹할, 자꾸 미끄러져.”
“빨리 나와!”
“같이 가!”
불빛 몇 개가 중범을 잡았다. 그의 눈에 뭉툭한 몸체의 금속탐지기가 잡혔지만 이내 외면했다. 탐지기를 들고는 뛸 수 없었다.
“중범아!”
목장갑을 낀 도학의 손이 물속에서 벗어나려는 듯 허우적거렸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래도 도학을 두고 갈 수 없었다. 중범이 겨우 도학의 손을 잡은 순간 곡괭이가 날아와 중범의 팔을 훑어 내렸다. 뜨거운 통증이 전신에 퍼졌다. 그 바람에 도학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그의 손에 도학이 끼었던 목장갑만 남았다. 중범은 자신을 향해 달려든 사내를 어깨로 밀치고 봉분 뒤 밤나무 숲으로 뛰어들었다.
“중범아!”
도학의 애끓는 목소리가 중범의 발목을 잡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는 어둠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 p.10

“김 대위, 여기서 뭐하시나?”
“누구야?”
“내가 누구냐라는 건 중요하진 않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여긴 왕릉일 텐데. 소문에 의하자면 400년이 지난 지금 발복한다던데…….이 밤에 왕릉에 암장을 한다는 건 왕이 되고 싶다는 거겠지? 혹시 네놈 상관이 각하의 저격을 지시한 거야?”
“너 이 새끼 누군지 관등성명을 대!”
대위는 어깨를 움찔거렸다. 중범은 불현듯 여기서 삶이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보다 계급이 위니까 반말하지 마. 이 새끼야!”
대위가 권총으로 그를 겨누었다.
“빨리 뒈지고 싶다는 뜻이야? 반역을 도모하는 새끼라 간뎅이가 부었구만.”
“반역…….”
“아니라고? 그럼 왜 이 시간에 왕릉에 암장을 하는데?”
점퍼 차림의 그림자가 구덩이 안을 살폈다. 여러 개의 랜턴 불빛이 아래로 떨어졌다. 처음부터 이 일을 맡지 말았어야 한다는 후회가 새삼 강하게 밀려들었다. 그는 구덩이 위에서 서성거리는 점퍼 차림의 남자를 주시했다. 익숙한 몰골, 많이 본 듯한 손놀림이었다. 하지만 랜턴 불빛 때문에 구덩이 위쪽에 나타난 그림자들이 누구의 몸을 빌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북괴의 사주를 받았다는 소문도 있던데.”
“반역자 새끼들은 너희들이야.”
대위는 일말의 망설이임도 없이 철모의 그림자에게 총을 겨눈 후 발사했다. 순간 그를 겨누었던 10여 개의 총부리도 불을 뿜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갈등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중범과 해명은 벽에 붙어 선 채 귀를 막았지만 눈은 감지는 못했다. 좀 전까지 싱싱하게 김을 뿜어대던 대위의 몸은 산산이 부서졌다. 얼굴이며 상체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다.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가 코 안을 쑤셔댔다. 이 상황에서 살아남았다는 게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중범과 해명은 부들부들 떨었다. 중범의 얼굴에도 해명의 얼굴에도 대위의 몸에서 나왔을 피가 튀어 범벅이었다.
--- p.98~99

“그 기업은 아시겠지만 석유를 바탕으로 플라스틱부터 특수 섬유까지 생산하는 업체로 양택에 변화를 주기 전까진 허덕거렸습니다. 선대에 물려받은 재산을 바탕으로 건물까지 올렸는데 사사건건 말썽이 생겼고 심지어 물건을 생산하는 현장에서 사람이 죽어나가거나 공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한 적도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아버지를 찾으셨습니다. 아버지의 처방은 간단했습니다. 회사 건물 앞에 작게라도 숲을 만들고 출입문 앞에 해태를 놓아라. 건물 입구로 들어온 뒤 정면으로 보이는 곳 그러니까 안내 데스크 뒤편에 물고기 그림을 붙여라, 였습니다.”
[……]
“현대에서는 도시의 도로나 길을 물길로 봅니다. 그곳에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건물 앞길은 물 흐름이 건물 쪽으로 치고 들어가는 형상입니다. 굽이도는 물길의 바깥쪽에 위치해 있다는 말이죠. 강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강물이 흐르는데 바깥으로 꺾인 부분은 계속해서 깎여 나갑니다. 물 흐름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바깥 부분의 물 깊이도 깊어질 뿐더러 물살도 굉장히 강해집니다. 한마디로 물이 고이질 못한다는 겁니다. 혈이 맺혀야 하는데 맺히지 못하는 건 둘째치고 쌓여 있는 기운까지 깎아 먹는 형상입니다. 멀리서 흘러온 물길을 혈 맺히듯 고이게 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물이 고일 수 있게 숲을 만들고 강한 기운이 건물 앞으로 바로 치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태로 강한 기운을 상쇄시키게 해준 겁니다.”
“그럼 물고기는 뭐야?”
“물고기는 눈을 뜨고 잠을 자는 짐승입니다. 그래서 예부터 재물을 지키는 짐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가(佛家)에서는 수행자들이 밤낮으로 정진하라는 의미로 두드리는 법구가 되었지만 그 의미보다는 내 안에 채워진 기운을 잃지 않게 해주는 의미가 더 강렬합니다. 그래서 물고기 그림을 걸도록 한 겁니다. 지금 가보시면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고요. 세부적인 사항들이 더 있었습니다. 회사 대표의 방을 북쪽으로 두고 책상은 창을 등지도록 하고 들어가는 입구는 좁게 하되 입구를 지나 나타난 로비나 대표의 응접실은 넓게 하라는 등의 말씀을 해주셨고 그대로 따른 편입니다.”
--- p.176~178

“그래, 이 정도 용기는 있어야 반란을 하죠. 안 그렇습니까?”
중범 아래 깔려서도 이국안은 태연스럽게 낄낄거렸다. 피와 이빨을 뱉으면서도 그는 전혀 기죽지 않고 중범을 올려다보았다.
“일어나! 이, 이대로 끝낼 순 없어.”
중범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 나왔다. 이국안도 그제야 그의 눈길이 섬뜩했던 모양이었다. 이국안이 입을 가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중범은 그를 앞세우고 다른 군인들을 노려보았다.
“나는 먼저도 얘기했지만 내란 같은 거 몰라. 그냥 무덤이나 잡아
주는 지관일 뿐이야. 이럴 순 없어. 난 아무 죄도 없어.”
“문 열어!”
“당신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합니까? 진짜 겁이 없네요…….”
중범은 권총의 노리쇠를 당겼다. 이국안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다른 군인들이 문을 열었다. 중범이 인질로 삼은 이국안을 데리고 나간 뒤 다른 군인들은 방에 둔 채 밖에서 잠가버렸다. 복도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었지만 역시 창은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하지? 어디로 들어왔었지? 중범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중범은 자신의 판단을 믿기로 하고 오른편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여긴 지하입니다. 지상으로 나가기 전에 당신은 총격당합니다. 엉뚱한 생각 그만하시고 권총 제게 주세요. 당신은 주범이 아니라 그냥 무기징역 정도로 끝날 거라는 거 모르시겠습니까? 짧으면 3년 만에도 나올 수 있다니까요.”
“내가 왜? 내가 왜 감방엘 가야 하는데? 왜?”
중범은 총구로 이국안의 관자놀이를 찍어 눌렀다. 껍데기만 남은 몸에서 마지막 남은 기운들이 힘겹게 솟구쳤다. “몰라요? 당신은 대통령의 죽음과도 인연이 깊은 반역자라니까요.”
“난 모르는 일이라고 했잖아.”
--- p.207~208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전민식 작가에겐 서사를 밀어내는 특별한 힘이 있다. 우리 문학의 보편적 빛깔이라 할 어스레한 자의식, 편협한 리얼리즘을 넘어서는 힘이다. 그의 힘은 팔뚝의 이두박근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삶, 혹은 역사의 내경과 외연을 넘어서는 세계의 밑바닥을 향한 근원적 단심으로부터 나오는 힘이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부터 『불의 기억』을 거쳐 이번 작품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추방당한 삶이 추방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힘 있는 이야기로 증언하고 있다. 『9일의 묘』는 전민식의 세계를 보여주는 종합판이라 할 만하다.

박범신 (소설가)

회원리뷰 (41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4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품절 상태입니다.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