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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땅이 될 것이다

나는 땅이 될 것이다

: 한 권으로 읽는 이오덕 일기

리뷰 총점10.0 리뷰 10건 | 판매지수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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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4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413쪽 | 502g | 142*204*18mm
ISBN13 9788963721491
ISBN10 896372149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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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지금은 4시 5분 전, 아무도 없는 교실에는 때 묻고 찌그러진 조그만 책상들이 60여 개 나란히, 꼭 아이들이 귀엽게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뒤편에는 오늘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다. 거기에는 운동장에 뛰어노는 아이들의 온갖 모습들이 재미있는 선과 아름다운 색으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전시판 밑에는 조그만 손으로 주물러 짜서 걸어 놓은 걸레가 널려 있다. 내일 아침이면 또다시, 온갖 희망과 걱정과 슬픔을 안고 67명의 어린 생명들은 이 교실을 찾아올 것이다. 교사라는 내 위치가 새삼 두려워진다. 이렇게 괴로운 시대에 내가 참 어처구니없는 기계가 되어 어린 생명들을 짓밟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 견딜 수 없는 심정이 된다.
두고두고 생각해 보자. 어떻게 이 아이들을 키워 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세계에 파고들어 가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_1962년 9월 21일 일기에서, 15쪽


잃어버린 내 구두는 설령 남의 발에 신긴다 하더라도(결국 그렇게 되겠지만) 결코 내 발같이 꼭 맞는 주인을 만나지는 못하리라. 나도 이제 그 구두같이 꼭 맞는 신을 다시는 신어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할 것이 엉뚱한 자리에서 괴로움을 당하는 사실이 이 세상에는 뜻밖에도 많다. 그것이 돌이나 나무토막일 때보다 살아 숨 쉬는 생명일 때 비극은 더 크다.
우리 모두 죽어서 흙이 되고 물이 되고 연기가 되었을 때, 그제야 비로소 크나큰 하나의 우주로 돌아가 이런 비극은 없어질 것인가? 인생은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애씀이요, 몸부림이다. 돌아오라, 나의 것이여! 나의 자리여!
_1971년 3월 24일 일기에서, 52쪽


그러면서 저쪽에 앉은 젊은 청년을 가리키면서 “저 사람이 우리 마을에 있다 서울 갔는데, 오늘 다니러 온 길이래요. 서울서도 지금 막 웅성웅성한답니다” 했다. 광주 사건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으면 아까 방송에 김대중 씨를 아주 죄인으로 몰아붙인 정부의 처사가 더욱 불을 지르는 결과를 가져올 것 같아 염려된다. 그러다가 버스에서 라디오방송 뉴스가 나오는데 들으니 아직도 광주 사건이 해결이 안 난 것같이 말하는 듯했다. 얼마나 피를 흘려야 이 나라가 바로잡힐는지, 막막한 느낌이다.
학교 앞에서 버스를 내리니 온 천지가 개구리 소리다.
오늘 저녁 소쩍새는 저렇게 피를 토하듯 울고 있구나!

*5.18 광주민주화운동.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 시민들이 계엄령 철폐와 전두환 퇴진, 김대중 석방 들을 요구하며 민주화운동을 벌였다.
_1980년 5월 22일 일기에서, 125쪽


지금 저녁 10시 반, ‘밖에서 들어온 말의 문제’란 원고의 중요 부분을 거의 다 썼다. 모두 약 190장. 앞으로 10장 정도만 쓰면 한자 말과 일본 말 문제는 다 쓰게 된다. 이것을 발표할 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아무 데도 싣겠다고 하는 데가 없다. 없어도 계속 써야 한다. 안 되면 조그만 책자로라도 만들고 싶다. 우리 말을 지키고 살려 나가는 문제가 얼마나 큰가를 나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앞으로 내 남은 목숨을 여기다 걸고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제저녁에는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어떤 사람도 못 쓰는 시, 나만이 쓰는 시를 꼭 쓰고 싶다. 내 외로움, 아픔, 그리고 고난당하는 생명을 나는 노래하고 싶다. 내가 아니면 그 아무도 불러 주지 않는 짓밟혀 죽어 가는 생명들을 나는 노래해야지. 아름다운 그 생명을 노래해야지.
_1988년 2월 14일 일기에서, 227쪽


집에 와서 누워서 음악을 듣고, 하루 일을 대강 적고, 정우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 이야기를 하고, 발 목욕을 하면서 앞으로 서둘러야 할 일을 의논했다. 내 삶의 한평생, 오늘 하루를 끝낸 것이다. _2003년 8월 19일 일기에서, 412쪽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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