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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동양철학인가

왜 동양철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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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동양철학인가
[도서] 왜 동양철학인가
한형조 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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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동양철학인가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70쪽 | 421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2813436
ISBN10 898281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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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가 초나라로 가는 길에 굴러다니는 해골을 발견했다. 전쟁과 형벌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임자 없는 해골은 낯설지 않은 일이었다. 유가가 격식 있는 장례를 그토록 강조한 것은 사회가 그런 구호를 필요로 한 만큼 사자(死者)에게 마음쓸 여유가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무튼 앙상하게 삭아가는 해골을 채찍으로 툭툭 치면서 장자는 예의 그 장난기를 발동시켰다. "삶을 지나치게 탐해 절제를 잃어 이리 되었는가, 아니면 나라를 위해 애쓰다가 창칼에 쓰러졌는가. 나쁜 짓을 저지르고 부모 처자 볼 면목이 없어 목숨을 끊었는가.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어 배고픔과 추위에 떨다가 이리 되고 말았는가. 아니면 이 험한 세상 다행히 온전한 수명을 누리다가 생을 마쳤는가."

해골이 대답을 할 리가 없다. 그걸 끌어다가 베개 삼아 누워 한 숨을 청했다. 그런데 장자의 꿈속에 해골이 나타났다. "변사처럼 말도 잘하두만. 자네가 짚은 것은 인간세상의 괴로움일 뿐, 죽음의 세계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네. 여기는 시간의 한계도 없어. 하늘과 땅을 무대로 영원의 시간을 산다네. 제왕의 즐거움도 죽은 자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지." 장자는 아무래도 믿기니 않아 다시 물었다. "만약 염라대왕에게 부탁해서 다시 한번 그대에게 살과 피를 주어 그대가 살던 고향집으로 돌려보내준다면 어쩌겠나." 해골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내 어찌 이 지고의 행복을 버리고 인간세상의 노역을 다시 겪으리.'
---pp.12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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