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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15년 05월 11일 |
|---|---|
| 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406g | 140*210*20mm |
| ISBN13 | 9788998400507 |
| ISBN10 | 89984005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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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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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박민수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바움가르텐, 람베르트, 칸트, 실러, 헤겔의 미학에서 미적 가상의 복안」이란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에 인문한국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미와 현상에서의 치유」, 「풍경과 모던의 예술」, 「고트프리 뵘의 이미지론」, 주요 역서로 『젊은 베르터의 고뇌』, 『데미안』, 『세계 철학사』, 『곰브리치 세계사』, 『화가 헤세』 등이 있다.
그림 : 남동훈
대구예술대학교 서양화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내외 아트페어와 개인전 및 단체전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현재 콘셉트아트, 출판, 웹툰, 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터와 웹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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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 위에서 흉측한 벌레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갑옷처럼 딱딱한 등을 깔고 누웠는데, 고개를 약간 들자 아치형의 딱딱한 마디들로 나뉜 볼록한 갈색 배가 보였다. 이불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볼록한 배에 간신히 걸쳐져 있었다. 몸뚱이에 비하면 애처로울 만큼 가느다란 다리 여러 개가 눈앞에서 하릴없이 버둥거렸다.
--- p.9
대체 누이동생은 왜 다른 사람들한테 가지 않는 걸까? 이제 막 잠자리에서 일어나 옷도 챙겨 입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대체 왜 우는 걸까? 그가 일어나지 않고 지배인도 들어오지 못 하게 해서? 그가 직장을 잃을까 봐? 그렇게 되면 사장이 다시 오래된 빚을 재촉하며 부모님을 못살게 굴까 봐?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생각은 쓸데없는 걱정에 지나지 않았다. 그레고르는 버젓이 여기 있었고 부모님을 저버릴 생각은 조금도 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당장으로선 그는 양탄자 위에 누워 있었고, 그가 처한 이런 상황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지배인을 방에 들이라고 그에게 진심으로 요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 p.22~23
“저것이 오빠라는 생각은 떨쳐 버리셔야 해요. 너무나 오랫동안 그렇게 믿어 온 게 우리의 진짜 불행이에요. 어떻게 저것이 오빠일 수 있어요? 만약 저것이 오빠라면 사람은 저런 동물과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쯤 이미 오래전에 알아차리고 제 발로 떠났을 거예요. 그랬다면 오빠는 사라졌을지라도 우리는 계속 살아갈 수 있었을 거고 오빠에 대한 추억도 소중히 간직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저것은 우리를 못살게 굴고 하숙인들을 쫓아낼뿐더러 나중에는 이 집마저 독차지하고 우리를 길바닥에 나앉게 할 거예요.”
--- p.93
어느 날 저녁, 많은 구경꾼이 모인 자리에서 제가 한 행동은 스승에게나 제게나 엄청난 승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무슨 파티였는지 축음기가 돌아가고 장교 한 명이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저는 누군가 무심코 우리 앞에 놓아둔 술병을 슬쩍 집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저를 주시했어요. 저는 그동안 배운 대로 코르크 마개를 빼고 술병을 입에 갖다 댔죠. 그러곤 전혀 망설임 없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술을 들이켰어요. 진짜 술꾼처럼 눈동자도 데굴데굴 굴리고 꿀꺽꿀꺽 소리도 내면서 그야말로 남김없이 술병을 비워 버린 겁니다. 그러고선 절망에 빠진 자가 아니라 예술가와 같은 몸짓으로 술병을 날렸습니다. 비록 배를 쓰다듬는 것은 잊었지만, 그 대신 잠을 수 없는 충동에 정신이 멍해져서 “헬로!” 하고 짤막하게 외쳤습니다. 인간의 소리를 내뱉은 거였죠. 이 한 마디의 외침으로 저는 인간세계에 뛰어들었고, 거기엔 반향이 뒤따랐습니다. “들어 봐, 저놈이 말을 해!” 그 반향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제 온몸에 쏟아지는 입맞춤 같았답니다.
--- p.175~176쪽
요제피네의 음악이 도대체 뭔지를 종종 생각해 보았다. 사실 우리는 전혀 음악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 요제피네의 노래를 이해하게 된 것인가? 혹은―요제피네는 우리가 그녀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므로―최소한 이해한다고 믿게 된 것인가? 그 노래의 아름다움이 너무나 대단해서 아무리 무딘 감각을 지닌 자라도 그것에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이 아마도 가장 간단한 대답일 것이다. 하지만 이 대답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우리는 이 노래 앞에서 제일 먼저 그리고 언제나 특별한 느낌이 들어야 하리라. 지금까지 우리가 들어본 적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무엇, 오직 요제피네만이 우리에게 듣게 할 수 있는 무엇이 요제피네의 목에서 울려 나온다는 느낌 말이다.
--- p.9
대체 누이동생은 왜 다른 사람들한테 가지 않는 걸까? 이제 막 잠자리에서 일어나 옷도 챙겨 입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대체 왜 우는 걸까? 그가 일어나지 않고 지배인도 들어오지 못 하게 해서? 그가 직장을 잃을까 봐? 그렇게 되면 사장이 다시 오래된 빚을 재촉하며 부모님을 못살게 굴까 봐?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생각은 쓸데없는 걱정에 지나지 않았다. 그레고르는 버젓이 여기 있었고 부모님을 저버릴 생각은 조금도 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당장으로선 그는 양탄자 위에 누워 있었고, 그가 처한 이런 상황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지배인을 방에 들이라고 그에게 진심으로 요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 p.22~23
“저것이 오빠라는 생각은 떨쳐 버리셔야 해요. 너무나 오랫동안 그렇게 믿어 온 게 우리의 진짜 불행이에요. 어떻게 저것이 오빠일 수 있어요? 만약 저것이 오빠라면 사람은 저런 동물과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쯤 이미 오래전에 알아차리고 제 발로 떠났을 거예요. 그랬다면 오빠는 사라졌을지라도 우리는 계속 살아갈 수 있었을 거고 오빠에 대한 추억도 소중히 간직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저것은 우리를 못살게 굴고 하숙인들을 쫓아낼뿐더러 나중에는 이 집마저 독차지하고 우리를 길바닥에 나앉게 할 거예요.”
--- p.93
어느 날 저녁, 많은 구경꾼이 모인 자리에서 제가 한 행동은 스승에게나 제게나 엄청난 승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무슨 파티였는지 축음기가 돌아가고 장교 한 명이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저는 누군가 무심코 우리 앞에 놓아둔 술병을 슬쩍 집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저를 주시했어요. 저는 그동안 배운 대로 코르크 마개를 빼고 술병을 입에 갖다 댔죠. 그러곤 전혀 망설임 없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술을 들이켰어요. 진짜 술꾼처럼 눈동자도 데굴데굴 굴리고 꿀꺽꿀꺽 소리도 내면서 그야말로 남김없이 술병을 비워 버린 겁니다. 그러고선 절망에 빠진 자가 아니라 예술가와 같은 몸짓으로 술병을 날렸습니다. 비록 배를 쓰다듬는 것은 잊었지만, 그 대신 잠을 수 없는 충동에 정신이 멍해져서 “헬로!” 하고 짤막하게 외쳤습니다. 인간의 소리를 내뱉은 거였죠. 이 한 마디의 외침으로 저는 인간세계에 뛰어들었고, 거기엔 반향이 뒤따랐습니다. “들어 봐, 저놈이 말을 해!” 그 반향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제 온몸에 쏟아지는 입맞춤 같았답니다.
--- p.175~176쪽
요제피네의 음악이 도대체 뭔지를 종종 생각해 보았다. 사실 우리는 전혀 음악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 요제피네의 노래를 이해하게 된 것인가? 혹은―요제피네는 우리가 그녀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므로―최소한 이해한다고 믿게 된 것인가? 그 노래의 아름다움이 너무나 대단해서 아무리 무딘 감각을 지닌 자라도 그것에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이 아마도 가장 간단한 대답일 것이다. 하지만 이 대답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우리는 이 노래 앞에서 제일 먼저 그리고 언제나 특별한 느낌이 들어야 하리라. 지금까지 우리가 들어본 적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무엇, 오직 요제피네만이 우리에게 듣게 할 수 있는 무엇이 요제피네의 목에서 울려 나온다는 느낌 말이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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