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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이의 종이 피아노

솜이의 종이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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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57쪽 | 25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5189207
ISBN10 8995189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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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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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최현정
1975년 경기도 하남시에서 출생하여 공주문화대학교 만화예술과를 졸업한 후 의 디자이너로 일하며 '콩콩이'를 탄생시켰다. 현재 프리랜서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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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 악마가 찾아왔다.
아주 스마트하고 지적인 분위기의 악마로, 그가 다른 날 나를 찾아왔다면
나는 그에게 반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내 생애의 마지막 날에 찾아온 것이다.
반하고 말고 할 시기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는 우아한 몸짓으로 내게 다가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때, 즐거웠나?" 기계음이 약간 섞인, 허스키한, 딱 내 취향의 목소리였다.
역시 다른 날이었다면 나는 그의 목소리에 반했겠지.
"어쩐지 요즘은 내가 등장할 때 놀라지 않는 인간들이 많단 말이야" 그가 가볍게 투덜거렸다.
"영화 때문이겠지" 내가 대답했다.
"그래... 그 바보 같은 녀석들이 내 이미지를 그대로 베껴다가 장사를 해먹었어"
"하지만 로버트 드 니로나 알 바치노는 훌륭한 연기자야.
그들이 연기한 악마에 대해 너도 불만은 없겠지?" 나는 생각나는 대로 지껄였다.
악마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손톱은 그렇게 길지 않아" 악마는 가지런히 손질된 자신의 손톱을 보여주었다.
훌륭한 손과 손톱이었다. 다른 날이었다면, 그에게 반했을 것이다.
"영화에서라면" 나는 말했다. "지금쯤 네가 나에게 영혼을 팔라고 이야기할 텐데"
"팔고 싶어?" 악마가 물었다. "만약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영혼을 파는 대신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지?" 내가 물었다.
"영화에서라면" 악마가 말했다.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얻을 수 있겠지"
"실제로도 그래?" 내가 물었다.
"아니" 악마가 말했다.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야"
---p.112
나는 마음을 사러 갔다

'마음 하나만 주세요'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어떤 것이 있나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단단한 것>과
<부드러운 것>으로 크게 나눌 수 있죠.
'어느 쪽이 더 좋죠?'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격으로만 보자면 <단단한 것>이 조금 싸답니다.'
'그 쪽이 싼 이유는 뭐죠?'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왜요?'
'그것은 단단하기 때문에 좀처럼 부서지지 않지만, 일단 한번 부서지면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어요. 비슷한 모양으로도 못 만들어요. 산사조각이 나버리니까.'
'그렇게 되면 다른 마음을 다시 사야 하나요?'
'우린 같은 손님에게 물건을 두 번 팔 수가 없어요. 그냥 마음없이 사셔야 해요.'
'단단한 마음이 부서지는 일 같은 게 쉽게 일어날 리 없잖아요.'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고, 저희도 쉽게 부서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만들지만, 부서지지 않는다는 보증서는 써드릴 수가 없어요. 세상일이란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럼 부드러운 것은 어때요? 그건 단점이 없나요?'
'사소한 단점은 그쪽이 훨씬 많죠. 예를 들자면..'
'예를 들면?'
'쉽게 다치죠.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그런 건 싫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아물어요. 아무래도 부드러우니까.'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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