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5년 05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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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462g | 135*204*20mm |
ISBN13 | 9788959139095 |
ISBN10 | 8959139092 |
발행일 | 2015년 05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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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462g | 135*204*20mm |
ISBN13 | 9788959139095 |
ISBN10 | 8959139092 |
(프롤로그) ‘끝’을 아는 자에게는 매 순간이 기적이다 6 하루 한마디, 손글씨를 쓰는 시간 15 진짜 용기는 언제나 재앙 뒤에 숨어 있어 24 도전자가 되려면 미련부터 버려야 해 36 핸들을 잡는다고 운전자의 자격을 갖춘 건 아니다 46 미소는 도저히 웃을 수 없을 때일수록 빛나는 법 52 어느 멋진 경찰관 58 정말 이겨내려면 마음속에서 이미 승리자가 돼 있어야 해 64 길 잃은 자의 여유 76 가야 할 길이 멀다면 짐부터 버리자 86 준비, 발사! 그리고 조준 98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단 한 가지 108 마음껏 신을 원망하세요 116 아무래도 나는 좀 더 오래 살아야 할 것 같다 126 마음을 나눌수록 살아야 할 이유가 늘어난다 138 언제든 아빠가 데리러 갈게 148 내가 한다고 했으니까 164 절망은 포기하지 않는 자를 가장 두려워한다 174 826번째 냅킨 노트 188 일을 제대로 해야 하는 이유 200 너무 늦게 도착한 편지 210 노력Try에 감탄사Umph를 붙이면 승리Triumph를 얻는다 218 (에필로그) 나는 날마다 평생을 산다 228 (부록) 엠마가 사랑하는 냅킨 노트 다섯 장 / 아빠는 누구보다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에요 당신만의 냅킨 노트를 위한 몇 가지 노하우 / ‘사랑해’라고 쓰는 데는 5초면 충분하다 |
감동적인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갑자기 암이 걸려 의사로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면 주어진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냅킨 노트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기적은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다. 저자인 가스 캘러헌에게는 사랑스러운 엠마라는 딸이 있다. 엠마는 어렸을 때부터 유기견이 루시와 자랐는데 함께 어울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008년 여름 열 세살을 맞이한 루시는 눈에 띄게 쇠약해지더니 결국 그 해 8월에 동물병원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 그 빈자리를 메꾼 건 저자의 아버지였는데 엠마가 열 두살 되던 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리고 만 것이다. 그 후 3개월 뒤 경미한 이상 증세를 느낀 저자는 병원을 찾아갔는데 신장암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엠마가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던 그는 자신과 엠마를 위해서 아침마다 엠마의 도시락을 싸면서 냅킨에 좋은 문구를 적어놓는다. 꼭 암을 이겨내겠다고 엠마의 굳은 약속을 하는데 올바로 자식이 자라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글 곳곳에서 느껴졌다.
암투병 중에도 절망하지 않고 견뎌낼 수 있었던 이유는 엠마 때문이었다. 그리고 매일매일 쓴 냅킨노트는 그에게 삶의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자식에게 뭔가 꺼낼만이 있을 때 말로는 쑥스러워하지 못한 말도 노트에 적으면 이를 본 아이들도 다 알게 되지 않을까? 일상의 소소한 삶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아이들이 커갈 때 그 순간이 아니면 해줄 수 없는 말과 기억들이 있을텐데 이 책은 과하지도 않고 덤덤하게 풀어가고 있어서 좋았다. 냅킨 노트는 엠마를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저자의 생각까지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암투병으로 나약해진 자신을 일으켜 세웠고, 잔잔하게 풀어나간 에피소드들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루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원한다. 병에 걸린 아버지가 자식이 가지고 갈 도시락의 냅킨에 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가진 마음은 무엇이었을지.
지금 마음을 전하지 못한 사람에게 글을 남겨보자. 내게 닥친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해버릴 수도 있었지만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매일매일 발견하는 희망들로 그는 점점 암에서 회복하게 되었고 지금은 이 영감들을 SNS와 블로그에 남겨 모두와 공유하고 있다. 826개의 냅킨을 써놓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고, 엠마가 고등학교에 졸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페이스북에 냅킨 위에다 쓴 글을 게재하고 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용기란 늘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형체없이 돌아다니다가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재앙이 닥친 뒤에야 당사자의 가슴에 씨앗을 내린다. 그 씨앗을 틔우느냐 마느냐는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단순히 싸워 이기는 것만이 승리는 아닐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관문을 통과하겠다는, 그 시련을 이겨내리라는 믿음 자체가 승리인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이었다.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현실에 힘들어하며, 다른 곳으로 도피하고 싶어하는 나였기에 더더욱 와닿았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언젠가는 해결될 일시적인 고난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가스 캘러헌은 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노트, 혹은 손으로 쓴 쪽지가 주는 감동은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아빠가 매일 도시락통 속에 남겨놓은 냅킨 노트를 보며 힘을 얻고, 때로는 자기 나름의 해석을 통해 고민을 해결해나가는 딸 엠마의 모습은 굉장히 친숙했다.
고등학교 3학년, 한참 수능에 대한 압박이 극심했던 시절이었음에도 기숙사라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그 때, 시기 적절하게도 엄마의 택배 속에 이런 메모가 끼워져 있었다.
요새 내가 어떤지 말하는 건 별론데, 며칠 동안 기분이 안 좋았다. 이런 때가 가끔 찾아오고 시간이 흐르면 가는데, 이번에는 몸까지 안 좋다(시간이 좀 흐른 일).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 건지, 어딘가 안 좋은 데가 있는 건지. 움직이지 못할 만큼은 아니어서 며칠 지나면 괜찮으리라고 생각한다. 정말 괜찮아야 할 텐데. 조금 안 좋은 거 가지고 걱정하다니. 아프지 않게 조심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당연한 말을).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닐지라도. 우울한 기분에 빠져있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좋은 생각을 하는 게 낫겠다. 꼭 좋은 생각하려고 책을 보는 건 아닌데 어떤 때는 마침 그런 것을 만나기도 한다. 내 기분이 안 좋은 건 까닭이 없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가끔 그런 때가 찾아온다. 이번에는 다른 때와 달라서. 기분이 별로여도 책을 보았다. 그것을 볼 때만은 괜찮으니까. 그것을 오래 가게 해야 하는데. 좋은 일 없어도 웃고(혼자 웃으면 웃길까, 혼자니까 다른 사람 마음 안 써도 괜찮겠다. 크게 웃는 거 아니고 살짝이다), 안 좋은 일은 그러려니 해야겠다.
예전에는 학교 다닐 때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녔는데, 지금 아이들은 도시락 가지고 다니지 않겠다. 이러다 이 말 없어지는 거 아닐까. 아니 그런 일 없을지도 모르겠다. 소풍 때는 도시락 싸갈 테니까. 우리나라에 엄마가 아닌 아빠가 도시락 싸준 사람 얼마나 있을까. 아주 없는 건 아닐 테지만, 그렇게 많지 않을 듯하다. 부모는 아이를 갖는다고 되는 건 아니다.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부모가 되는 거다. 세상에는 아이가 있다 해도 부모 같지 않은 부모도 많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멋진 아빠다. 아이(딸 엠마)가 이 세상에 왔을 때부터 사랑을 많이 주었다. 키우는 개가 언젠가 죽을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아이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했다. 그렇게 빨리 생각하다니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 생각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본다. 개가 죽어서 더 슬퍼한 건 이 글을 쓴 캘러헌일지도. 개가 떠난 자리를 캘러헌 아버지가 채웠는데 아버지는 폐암 조직검사를 받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죽고 석달 뒤 캘러헌은 자신이 신장암이라는 것을 안다.
신장암이라는 것을 알고 냅킨에 글을 적은 건 아니다. 캘러헌은 엠마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도시락을 싸고 냅킨에 짧은 말을 적었다. 늘 하다가 바빠서 하루 쓰지 않았더니 엠마가 그게 왜 없느냐고 해서 그 뒤로 빼놓지 않았다. 캘러헌은 딸 도시락을 싸주는 아빠다. 아내와 함께 무엇을 쌀지 이야기는 했다. 재료가 있고 무엇을 만들지 안다고 해도 날마다 도시락 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아빠는 딸이 사춘기를 맞으면 사이가 멀어지는데, 캘러헌한테는 그런 일 없었다. 캘러헌은 자신이 암이라는 것을 알고 엠마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냅킨에 짧은 말을 쓰기로 다짐한다. 지금은 암도 그렇게 무서운 병이 아니다지만, 그것으로 죽는 사람 아직 많다. 신장암은 다 낫지 않고 다시 타나나기도 한단다. 캘러헌은 네번이나 암이 다시 나타났다. 암 치료를 하면서도 엠마 도시락을 싸고 냅킨에 글쓰기는 쉬지 않았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게 캘러헌을 살게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암 치료하는 괴로움을 겪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소설에 나온 거지만, 그런 사람 아주 없지 않을지도). 그 사람한테는 소중한 게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살아가는 힘을 주는 게 있으면 살려고 하지만, 그게 없으면 삶을 놓기도 한다. 그런 사람 마음 알 것 같기도 하다.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이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도시락 싸는 학교 있을까 했다.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쪽지 편지는 쓸 수 있다. 예전에 광고에 그런 거 나온 적 있고 그런 거 한 사람 있을 테지. 도시락에 쪽지 편지 쓴 엄마 말이다. 아이한테 말하는건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함께 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서 말이 안 통해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아이한테 부모가 아침마다 쪽지 편지를 쓴다면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걸 알 거다. 엠마도 아빠가 도시락에 넣어준 냅킨 편지를 보고 생각했다. 아빠가 암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낫게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캘러헌이 냅킨에 쓴 건 엠마한테 하고 싶은 말이나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아이를 잘 살펴보고 무슨 말이 좋을까 생각했다. 엠마가 소프트볼 하는 모습을 보고 도움이 되는 말을 쓰기도. 그런 건 말로 해도 괜찮을지 모르지만 어떤 때는 말보다 글이 더 낫기도 하다. 진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엄마 아빠가 하는 말 잔소리로 듣기도 하니까. 나도 그랬을지 모르는데. 식구가 모두 모여서 이야기 할 시간이 많다면 좋겠지만 요즘은 함께 모일 시간이 별로 없을 듯하다. 아주 잠깐이라도 아이가 엄마 아빠를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하면 좋겠다. 캘러헌은 엠마가 자기 자신으로 살기를 바라고 책에서 본 좋은 말이 있으면 그것을 쓰기도 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소중한 것을 깨닫기보다 지금 살펴보는 게 좋다고 본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 이것을 알아도 그때가 오지 않으면 그냥 하루하루를 보낸다. 나도 그렇다.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는데 그것을 잊고 사는구나. 살았을 때 좀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사는 게 더 좋겠지. 캘러헌은 냅킨에 쓴 것을 딸 엠마뿐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도 보내고 자신이 받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그런 식으로 마음을 나누기를 바라고 냅킨에 쓴 말을 블로그에도 썼다. 그래서 이런 책이 나오기도 했구나. 슬픔도 있지만 따듯함이 더 많다. 캘러헌이 앞으로도 냅킨에 글을 쓰기를 바란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