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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생각의나무 우리소설-01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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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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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5년 09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447쪽 | 542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4984783
ISBN10 8984984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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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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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도 가뭄이 들면 산을 떠나 바다로 간다"는 주인공 아버지의 입엣말은 '제주도'와 '호랑이'의 부조화의 풍경을 언뜻 수긍케도 한다. 주인공은 왜 바다를 찾아가며, 뜬금없이 호랑이는 웬 말인가?! 소설은 바닷물과 양수의 성분이 비슷하다고 귀띔하며 시작한다.
386세대이자 81학번인 주인공 영빈과 그보다 아홉 살 어린 '해연'은 성수대교 붕괴현장의 첫 만남부터 9년 뒤 같은 아파트의 이웃이 되기까지 겹겹의 우연 속에서 점점 더 가까운 자리에 놓이게 된다. 9년 전의 그날을 아는지 모르는지 재회한 그들은 남매처럼, 혹은 연인처럼 모호하면서도, 특별한 관계를 맺어나간다.
평범한 가정의 둘째 아들로, 늘 형의 그늘에 가려져있던 영빈. 견인주의자가 될 거라고 호언했던 그의 형은 80년대 운동권 무리와 다르다는 연유로 학생처의 프락치로 몰리고, 끝내 결백하나 수치심에 져서 자살을 선택한다. 때로 삶은 얼토당토않은 경계 나누기로 인해 불가해한 일이 발생하며,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낸다. 작품의 중반부에 서술되는 제주 4?3 사태 역시 그와 맥락을 같이한다. 뒤미처 불운한 바이러스의 창궐처럼 어머니는 암으로 죽고, 나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와 끝내 화해하지 못한 채 직장마저 잃게 된다.
'해연'은 시대와 대립하는 문제는 없었으나 예상치 못한 어머니의 일탈과 그로 인해 보상처럼 바다낚시에 집착하다 결국 바다에 아버지로 인해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시나브로 그들은 지난 연대와 유별난 개인사가 만들어낸 불안함의 전형이자, 현실에선 부유하는 허공의 존재가 되었다. 동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일본인 히데코 역시 이들처럼 스스로 만든 상처 속에 포박돼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외부의 영향으로 인해 정신적 외상, 바로 지난 시절의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영빈은 번번이 마주치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제주도로 떠난다. 제주행은 존재를 찾고, 잠재된 불안을 치유하며, 그 존재의 진면목을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한편 서울에 남겨진 해연은 모든 물건을 반드시 두 개씩 사들이며, 폭식으로 불온과 불안에 대한 정신적 허기를 채워나간다. 해연과 영빈의 만남이 그러했듯, 해연은 이끌리듯 제주도의 영빈을 찾아오고, 둘은 해연이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바다낚시를 다녀간 섬에 들러 우연찮게 해연부녀를 기억하는 낚시 가이드를 만난다. 오래 전, 한없이 지쳐있던 그 부녀의 존재를 기억해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해연은 알 수 없는 편안함과 위로를 얻고, 영빈은 해연의 아버지가 죽은 갯가에서 실제인지, 환영인지 모를 포효하는 호랑이를 만나며, 집착처럼 매달렸던 바다낚시를 그만두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서울로 올라간다. 그러나 이들의 친구인 히데코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 죽음을 택한 사기사와 메구무, 등짝에 제 이름을 새기고 자살을 택한 남자친구의 뒤를 이어, 현실의 불안과 절망을 감내하지 못한 채 죽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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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연이 삶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현실적 삶과 밀착된 술어로 환치시켰다면, 영빈은 작품의 표제에 드러난 '호랑이'라는 이미지에 형의 죽음에서 비롯한 불안의 심리를 비유하고 있다. 덧붙여 표제는 선가의 가장 오래된 화두 가운데 하나인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를 연상시키며 '호랑이'와 '바다'의 전혀 이질적인 요소의 결합으로 특별한 정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
이 소설은 지난날들의 꿈과 절망, 치유되지 않는 온갖 고통과 죽음에 대해 쓰겠다고 말한 것처럼 평범하게 살고자 애쓴 사람들을 어이없이 죽음의 나락으로 몰아넣었던 집단 속에 자신도 개입되어 있었음을 아프게 고백하면서 용서를 구하고 있다. 뀉 등단 초기의 윤대녕이 현실보다 현실 저편의 이상이나 환영의 세계에 매력을 느꼈었다면, 지금은 현실에 뿌리를 내린 채 환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유연한 사고와 서사전략이 작가의 연륜이자 윤대녕 소설의 독특한 리얼리티 미학이다.
장영우, 문학평론가,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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