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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I.S 투르게네프 저 / 김태경 역 | 푸른나무 | 2000년 12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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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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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02g | 128*188*20mm
ISBN13 9788974142100
ISBN10 897414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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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의 위대한 문호로 꼽히는 투르게네프는 광대한 토지를 소유한 귀족의 자제로 태어났다. 그러나 소년 시절부터 보아왔던 농노제의 비인간성과 모순을 혐오하던 그는 어머니가 막대한 유산을 남기고 사망하자 자신의 농노르 해방시키기도 했다. 1852년에는 고골리 추도문 『페테르스부르크에서의 편지』가 문제가 되어 한 달간 구류 처분을 받고 1년 반 동안 연금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생애의 많은 부분을 조국이 아닌 서유럽을 전전하며 보낸 투르게네프는 당대의 지성들인 톨스토이, 플로베르, 에밀졸라, 모파상 등과 친교를 쌓았고, 러시아의 문학을 서유럽에 알리는 데에도 많은 공헌을 쌓았다. 그는 사회 문제를 다른 소설은 물론이고 『아샤』『첫사랑』과 같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도 많이 썼다. 투르게네프의 문학은 비참한 현실에 대한 혁명적인 사상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계몽주의적 한계를 지적받기도 하지만, 러시아의 전통 속에서 탁월한 인물 묘사와 풍부한 상징을 사용하여 인류의 영원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사냥꾼의 수기』『루딘』『아버지와 아들』『초원의 리어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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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부터 진짜 나의 고통이 시작됐다. 나는 내 머리를 쥐어짜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 봤으며, 가능한 한 눈치채지 못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지나이다의 일거일동을 지켜보았다. 그녀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녀는 이전과는 달리 혼자 산책을 나갔고, 혹은 몇 시간씩이나 자기 방에 틀어박혀 꼼짝 않고 있었다. 전에는 이런 일이 전혀 없었다. 나는 갑자기 무서울 정도로 날카로운 통찰력이 생겼다. 아니, 적어도 생긴 것 같았다.
'저 사람일까? 아냐, 아닐지도 몰라.'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는 사내들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그려 보면서 나는 이렇게 자문하곤 했다. 그 중에서도 마레프스키 백작이-이것은 지나이다에게 수치스런 일이지만-다른 어떤 사내들보다 가장 유력한 상대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통찰력이란 것은 내 코끝에서만 맴도는 정도였으며, 게다가 나의 정탐은 모든 사람을 속일 수는 없었던 것 같았다. 적어도 의사 루신은 내 속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자신 역시 요사이 뭔가 달라져 있었다. 그는 점점 수척해져 갔고, 예전처럼 자주 웃긴 했지만 그 웃음소리는 공허하고 악의에 찬 느낌을 주었다. 또한 이전의 가벼운 풍자나 짐짓 꾸며 낸 냉소는 어느새 참을 수 없는 신경질로 나타나곤 했다.
"이봐, 자넨 대체 무엇 때문에 허구한 날 이런 곳에 드나드나?"
언젠가 공작 부인 댁의 응접실에서 단 둘이 마주 앉게 되었을 때 그가 내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 때 지나이다는 산책을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공작 부인은 2층 방에서 째지는 듯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녀를 야단치는 모양이었다.
---pp.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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