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5년 09월 20일 |
---|---|
쪽수, 무게, 크기 | 379쪽 | 494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59249190 |
ISBN10 | 895924919x |
발행일 | 2005년 09월 20일 |
---|---|
쪽수, 무게, 크기 | 379쪽 | 494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59249190 |
ISBN10 | 895924919x |
수상작|김훈ㆍ언니의 폐경 최종후보작|구효서ㆍ소금 가마니 김연수ㆍ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박성원ㆍ인타라망 성석제ㆍ잃어버린 인간 윤대녕ㆍ탱자 은희경ㆍ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임철우ㆍ나비길 하성란ㆍ웨하스로 만든 집 수록 작품 해설|김치수ㆍ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는 한국 소설의 얼굴 |
이 책은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성격입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엔 황순원문학상이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물론 황순원문학상이 있는 줄 몰랐다는 거지 우리 나라의 문호 황순원이라는 분을 모른다는 게 아닙니다(24기 46주차에 <신들의 주사위>를 리뷰한 적 있고). 생전에 박완서 작가는 황 선생 서거 당시에 "이런 분이 돌아가실 때는 대통령이라도 나와 조상(弔喪)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최근 동 작가가 <하얼빈>을 발표하여 다시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여튼 이 작을 읽어 봐도 김훈씨 특유의 집요하고 치밀한 주제 탐구 태도가 돋보이긴 합니다. 이순신의 가장 힘든 순간들을 다뤘던 <칼의 노래> 같은 걸 봐도 그렇고 말입니다.
폐경 같은 소재는 남자가 알기도 어렵고 알려 들지도 않는 게 보통입니다. 여성의 가치가 그저 출산 가능 여부에만 달려 있던 과거도 아니고, 특정 생리 기능이 멈춘다는 사실에 당사자가 큰 충격을 받거나 우울해질 이유는 사실 없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사회에서 해 오던 일을 이어갈 수 있으며 교우 관계가 끊기거나 가족으로부터 퇴출되는 것도 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일단 (이 소설에 자세히 묘사되듯) 이런저런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고(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을 읽고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아무래도 정서적으로 어떤 전환점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제가 참 답답하게 느낀 건 당사자의 한없이 무기력한 태도였습니다. 아니 요즘 세상에 이렇게 사는 사람이 다 있나, 폐경이라는 게 어느 여인에게나 닥치는 어떤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 남편이라는 사람이 저 여성에게 개인적으로 가하는 해꼬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물론 남편은 유달리 뻔뻔스럽고 질이 안 좋은 인간일 뿐 그런 능력을 갖고 있진 않습니다(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겠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여인이 겪는 모든 고충, 심지어 생리적 폐경과 그에 수반하는 모든 불편들도 다 저 남편이 그 원인 제공자인 듯 보입니다.
한편 그 딸도 참 문제인데, 왜 이혼을 하면서 더 챙기지 못했냐고 합니다. 이게 엄마를 배려하는 소리가 아니라, 아빠가 딸 유학 비용을 엄마가 대는 걸로 했는데 엄마가 덜 챙기면 자신이 쓸 돈이 줄어서라고 합니다. 왜 자신은 아빠한테 연락해서, 저런 치밀하고 악착스러운 태도로 돈을 좀 뜯어내지 못하고 힘없는 엄마한테만 난리일까요? 참 못난 딸입니다. 엄마 편까지는 못 들어 준다 해도 최소한 제 앞가림은 해야 하는데 이 사람은 그마저도 안 됩니다. 현실에도 이런, 차라리 부모 학대라고 할 만한 행위에 가담하는 병x 같은 딸들이 있습니다.
아무튼 한 여인에게 이런 일이 한꺼번에 터질 수고 있다는 게 안타까우며 이런 소재로 이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놀랍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왜 떠나지 않고 돌연 집으로 들어와 마루에 들어 누워 버린 걸까 , s와 고향으로 가기로 했으면서 아마도 s가 전처와의 관계가 물건을 이유로 계속 이어질 것을 알아서 . 드나들어도 문제되지 않고 눈치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의 존재는 편한 사람인건지 , 쉬운 사람인건지 . 그런 생각이 든 걸까...
그녀의 집처럼 그녀가 언제고 드나들어도 된다고 생각한 친정으로 10년 만에 돌아온 고향의 집은 이제 곧 철거 대상이 될 집으로 , 진작부터 부실건축이었는데 . 사방 아귀하나 제대로 맞는 곳이 없는 .낡을만큼 낡아
언제 주저 앉아도 이상 할 게 없을 주택 단지.
그녀는 그 집과 자신의 신세가 같다고 느껴진 걸까 . 상념에 잠긴 그녀위로 무너진 집이 처음 주택가를 무너뜨리고 있는 풍경들과 겹치는 것이 복선같았다 .
집도 사람도 인생도 어느 시점이 되면 최고라고 생각하던 지점을 찍고 이후로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 노화라고 표현해도 좋고 전성기라 해도 좋고 노후라고도 해도 상관없겠다 . 부르는 대상이 다를 뿐인데 , 비슷하단 생각은 증명이란게 필요 없을 것 같다. 어떤 식이냐 하는 차이, 각자의 고유한 역사로 자신만의 무늬를 가진다는 게 다를 뿐이지 , 어떻게도 최대 장점이 정점이던 때는 과거에 있지 내내 유지되진 않는다 . 그 기간을 조금더 연장할 수 있느냐와 아니냐 , 연장을 못 하는 시점에서 부터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바로 그 부분이 추락의 지점. 그녀는 어떻게 될까.. 구해지기는 할까..
나비에 관한 이미지만 있지, 호기심이나 정보가 정말 너무 없었구나 싶었다 . 내가 나비를 생각하는 식이래야 애니메이션의 불길하면서 환상적인 그것으로 다인데 기껏해야 어릴 적 잔소리 처럼 흘려듣던 흰나비를 보면 부모중 아비가 죽는다거나 , 그래서 그것들이 멀리서 보면 예쁜 거지 가까이 하고싶은 종류의 것은 아닌 탓에 호기심도 없었다 . 나비도 길이 있어 제 길로만 다니는구나 . 그래서 보통 저승을 안내하는 길안내 역을 나비의 이미지로 보내는 가보다 . 무지하니 이정도로 대충 주워 챙겨야지...
임철우 작가의 작품이 정말 오랫만이다 . 1988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붉은 방]으로 만나고 , 이 나비이야길 읽으니 , 그 연장 선에 있는 소설을 읽긴 한것 같은데 어느 소설집였는지 기억이..나중에 찾아봐야겠다 .아닐지도 모르겠다 . 뭐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지금 이 소설이 중요하니까... 나비는 제길로만 다닌다는데, 그래도 사람은 따르는지 그 흔적을 남기는 모양이다 . 마지막 자취같은 것을... 신발 만 남겨두고 세상에 오직 혼자인 기병대 , 서른세살 , 나비선생, 번태선생이라고도 불리는 , 약하고 깨끗해 보이는 이미지의 선하고 착하고 그런 사람이 작은 분지의 마을에 들어와 선생이 되면서 이상기온으로 마을도 학교의 학생들도 이상하게 짜증과 불쾌지수, 지금말로 불쾌지수라고 이렇게 평이하게 표현하지만 , 그 모습은 살짝 정상을 벗어난 광기 아님 미친 시간 ..아니었을지 ... 그럼 어디부터가 미친 시간이었나, 쫓아가 보자며 나비효과처럼 ...한번도 없던
산골 마을의 이상기온 , 그리고 산골 마을에 안 어울리는 낭만 괴짜선생 , 그리고 그 선생이 하는 나비 채집과 그걸 배우는 마을의 황천 이발사 황씨 ,순간 분위기는 확 바뀌듯 황천이발소의 천적 같은 나씨가 돌아오고 마을의 자율방범대장을 맡는다. 그는 황씨의 초,중 ,고 , 심지어 군대까지 같은 곳의 선배였다 . 그의 치욕을 알고 있는 .
이렇게 까지 하면 그가 뭐 대단한 동성애자 같이 오해를 할 수 있겠는데 , 그는 그저 언어의 세계가 보통 남자들과 다른 오히려 시인같은 감각의 세계를 , 소설같이 표현해도 되는 줄 알았던 사람인 것. 현실에선 그런 말투나 문장을 이어 길게 말로 하면 남자들은 말이 많다, 정치할거냐 . 의도가 뭐냐 . 의심부터 한다 . 이 황씨는 그저 순수한 문학도 같은 입장이었을 뿐인것 같은데 , 그걸 알아준 이가 기선생이고. 이런 촌구석에선 그런 교양은 짓밟힘의 대상이 된다 . 다르기에 그런 것도 있고 , 자신보다 잘남이 싫어서 그걸 봐 줄 수 없는 이유도 있다 . 해서 진실 따위는 알고 싶지 않으니 가장 오해하기 쉬운 성을 매개로 매도를 하고 인성과 인격을 짓 밟는다 . 그게 가장 쉬우니까 . 나씨는 체육대회날 기선생을 아이들 보는데서 폭행한다 . 순저히 아이들 장난을 수습하느라 나씨의 정신지체 아들 만식을 씻겨준게 이유였다. 이유따위는 알것 없고 나비의 변태를 설명하다 변태선생이 된 그는 변태로 몰려 구타를 당하고 , 그렇게 소리도 없이 사라진다 . 사라짐이 먼저인지 이상기온으로 동네의 부글댐이 먼저인지 그건 알수없게 아득하다 .
이발소 황씨는 도와줄 수없었다 . 그를 도우러가면 동네에 떠도는 소문을 확인시켜주는 셈으로, 자신이 바로 추락할 거란 걸 알았기에 ..끝끝내 모른척 한다 . 그와 나씨의 그 팽팽한 눈치엔 서로 알고 있는 부분을 암묵적으로 감추고 있다 . 지배욕과 무지와 무학에서 온 알 수없는 편견이 그런 불편한 침묵으로 그것들이 마치 그 마을의 공기들 같이 떠돈다 ...
나비도 제길로만 다니 듯 사람도 제 쉬운 길로만 다니는 것 , 그런 얘긴 걸까 했다 . 길을 한 번 바꾸기가 그렇듯이 쉽지않은 거라고 , 뭔가 반전이 있기를 바랬는데, 있기를 행간을 노려 보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 뭐 , 있다면, 찾아지겠지...기선생의 시체는 나타나지 않았으니..
제목의 황천이야기 란 중의적 해석 , 일단 죽은 사람이 나오니까 그런 것도 있고 황천이란 곳이야기란의미기도하고 ...달리 죽은 곳이겠냐 , 마음 껏 표현을 못하는 이 세상이 어찌보면 죽은 세상 아니겠냐는 의미로도 읽혔다 . 아마 그게 가장 큰 주안점 일거라고 ... 그러고 보면 , 우린 다 , 나씨의 아들 만식이나 마찬가지다 ..싶네.. 씁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