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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생뎐

신기생뎐

리뷰 총점8.4 리뷰 23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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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9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55쪽 | 398g | 153*224*20mm
ISBN13 9788954600415
ISBN10 89546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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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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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만든 마룻바닥의 오래된 자국처럼 진하고도 까슬까슬한 이야기

이 소설은 소재가 작가를 선택했다. 어느 날 기생들은 불현듯 작가를 불렀고, 작가는 그들이 불러주는 말을 받아적었다. 아주 느리게.

“급할 것이 없었다. 나, 생의 한복판을 살고 있으므로, 쓴 날보다는 써야 할 날이 많으므로 급할 것도 서두를 일도 없었다. 그럼에도, 어머니를 선영에 묻고 온 날에도 나는 썼다. 쓰는 걸 멈출 수가 없는 날이 많았다.”
소설을 쓰는 내내, 작가의 꿈속에는 기생들이 출몰했다고 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맨발이었고, 밤새 들판을 헤매고 다녔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그들의 빈손을, 그들의 맨발을 가만히 어루만진다.

『신 기생뎐』은 기생들의 이야기이고, 전통을 잇는 군산의 기방 ‘부용각’의 이야기다. 기생들이 주인공이고 ‘부용각’이 또한 주인공인 소설이다. 소설을 이루는 일곱 개의 장은, 이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다.

- 부엌어멈
“육갑허네. 지지 않는 것은 꽃도 아니여. 질 줄 알아야 꽃인 게지.”
부용각의 부엌어멈인 타박네는 실질적인 부용각의 주인이다. 어린 나이에 기방으로 팔려와 부엌일을 시작한 그네는, 기방의 법도를 가르치는 부용각의 제일 어른이다. 못생긴 얼굴 때문에 평생을 부엌에서만 살아왔지만 음식솜씨는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그네 삶의 숨겨진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 오마담
“성이 아무리 그래싸도난 천생 기생은 기생인 모양이오.
성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내는 밥 없이는 살아도 사랑 없인 못 사요.”
타박네와 함께 부용각의 주인격으로, 부용각에서 제일 높은 소리기생. 정이 많아 이 남자 저 남자에게 휘둘리지만 오랜 세월을 격조 높은 기생으로 현재 부용각의 기생어미. 그녀의 소리의 품과 치마폭은 한없이 넓기만 하다.

- 춤기생
“어쩌면 네가 이 시대 마지막 기생이 될지도 모르겠고나.”
몸을 외로 틀 때, 허리를 숙일 때, 한 발을 살짝 들고 돌 때, 얇고 부드러운 홑겹의 생비단 치마는 미스 민의 알몸에 서슴없이 흐르고 감겨들며 나부낀다.
부용각의 장차를 책임질 춤기생 미스 민의 이야기.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나 국악원까지 들어가 춤을 배웠으나 결국 부용각에 들어와 옛 꿈을 이루려는 미스 민이 진짜 기생으로 입문하기 위해 기방의 오랜 법도인 화초머리를 올리는 장면이 압권이다.

- 기둥서방
“제비가 사랑 때문에 사고를 치는 것은 여자가 길 가다가 애를 낳는 것보다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입이 닳도록 가르치셨건만. ……나는 부용각을 한 입에 먹는 그날까지 더욱더 분발할 것이다. 두고 봐라. 이번 생의 마지막 건수인데 내가 순순히 포기할 것 같냐.”
오마담의 기둥서방 김사장 이야기. 한때 잘나가는(?) 사업가이기도 했으나 지금은 부용각에 얹혀살며 오마담에게 붙어사는 인물로, 부용각을 삼켜버릴 기회를 노리고 있는 인물. 제비에 사기꾼인 그의 능청스럽고도 솔직한 입담이 그만이다.

- 집사의 사랑
“뒤채의 오마담에게로 가는 그 길이 내게는 그렇게도 멀었다네. 아마 일평생 걸어도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을지도 몰라.”
부용각에서 집사 격인 박기사 이야기. 어느 볕 좋은 날, 능소화에 끌려 부용각에 들어왔다가 무명천 사이로 보이는 오마담을 보고는 그대로 부용각에 눌러살게 된 인물. 손님과 밤을 보낸 오마담의 방문 앞, 매일같이 같은 자리에 꿀물을 타놓아, 그 대접이 놓인 자리엔 오마담을 향한 그의 마음과 또 세월의 자국이 새겨져 있다.

- 서랍이 많은 사람
“미스 민은 더도 덜도 말고 모시 한 굿 분량만큼만 쪼개지고 자아지고 싶다. 쪼개진데다가 물레에 자아지다보면 세상을 돌 것이다. 돌고 돌다 제자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어느 결에 욕망은 무화되고 송송 맺힌 땀방울은 쪼개진 모시올이 된다. 챙챙챙, 끝오 없이 부딪쳐오는 저 고난의 술잔들.”
‘서랍이 많은 사람’은 부용각 기생들에겐 하나의 기호, 또는 꿈으로 인식되는 말이다. 기생마다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포기해서도 안 되는 저마다의 서랍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미스 민이 화초머리를 올린 다음날. 진짜 기생이 된 미스 민의 속마음이 애틋하다.

- 부용각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부용각만은제 형태를 보존한 채 어디에서든 존재해야 했다. 찾아올 사람이 있어서, 그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부용각의 진짜 주인은 누가 뭐래도 부용각 그 자체이다. 목포의 유명한 기방 부용각을 그대로 이은 군산의 부용각은 타박네와 오마담이 평생을 일궈온 전통 기방. 타박네가 부용각에 그토록 애정을 쏟는 이유가 드러나고, 오마담은 박기사의 마음에 마음으로 답한다. “박기사, 당신에겐 뭐라 할말이 없소. 당신의 마음이 하는 말을 내 마음이 몰랐다 생각지는 마오. 그러니 너무 헛헛해 말아요. 천지간의 사내란 사내는 모두 품을 수 있으나 당신에게만은 그리 하지 못하는 걸 나는 어떡하오. 그런 삶도 있으려니, 그런 사랑도 있으려니 하면 그뿐.”


“왜 하필이면 이 세상에 기생으로 나왔나, 내가 내게 묻지 않듯이
난 한시도 기생이 아닌 적이 없었소. 이런 날 박기사 당신만은 이해해주리라 믿소.”


『신기생뎐』은, 그렇다, 기생의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왜, 기생의 이야기인가. 작품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고명철은 이렇게 짐작한다.

최첨단의 문명감각으로 살아갈 우리 삶의 관심 밖으로 이미 멀찌감치 밀려난 기생의 삶에 관심을 갖는 작가의 의도는 어디에 있을까. 기생의 삶에 눅진하게 배어 있는 그들의 삶의 애환을 기생 특유의 ‘재귀적 욕망’을 통해 어루만지려는 것은 아닐까. 하여 우리가 미처 관심 갖지 않았던 기생의 사랑의 형식과, 그 비원이 배어 있는 가무를 통해 기생의 숙명적 삶을 넘어서고자 하는, 그들의 삶의 진정성에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아닐까. 혹 언젠가 기생이 이 땅에서 소멸해갈 운명이라면, 작가는 그 운명의 과정을 회피하지 않는 마지막 기생의 삶의 존재 가치와 그 엄숙함을 지켜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 혹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되, 그 욕망에 구속되지 않는 기생의 삶을 통해 우리가 미처 놓치고 있는 삶의 소중한 그 무엇을 성찰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작가 이현수의 『신기생뎐』은 우리에게 자칫 소홀히 여기기 십상인 삶의 문제들을 곰곰이 되묻게 한다. 고명철(문학평론가)

『신 기생뎐』을 읽으면서 왜 기생의 이야기인가, 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기생의 이야기이면서 또 부용각에 모여든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이다. 평생을 주방에서 일하며 부용각을 되살려낸 못생긴 노파의 인생역정이고, 사랑 없인 못 사는 천생 기생의 이야기이고, 소박한 꿈을 접고 다른 식으로라도 그 꿈을 이어가고 싶었던 어린 소녀의 이야기이고, 또 홀리듯 이곳으로 흘러들어와 일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남은 생을 보내는 한 사내의 이야기이고, 또 기생어미에 들러붙어 ‘한탕’ 해보려는 제비의 이야기이고, 이 모든 사연을 품고 있는 기방 부용각의 이야기이다.

이 흔하다면 흔한 인생 이야기들을 생동감 있게 되살려낸 것은 무엇보다 문장의 힘일 것이다. 너무 달지도 싱겁지도 않은 꿀물처럼 혀에 감기는 문장, 기생의 노랫가락처럼 흥을 타는 작가의 문장은 각 장의 특성에 따라 그 문체도 달리하여, 특별할 것 없는 기생 이야기의 전체적인 리듬을 조율한다.
어느 날 불현듯 작가를 잠깨운 기생의 이야기는 어쩌면 독자들의 잠도 설치게 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4월, 기생 부용의 산소를 찾았다. 봉분의 잔디가 하도 푸르러 눈이 아팠다. 나는 묏등에 가만히 손을 갖다대었다. 그대가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주겠노라고, 그대들이 하고 싶은 말을 놓치지 않고 쓰겠노라고, 상상이 아닌 짐작으로. 나, 적지 않은 날들을 살아왔으니 이제 짐작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이 땅에서 이름 없이 살다 간 많은 기생들에게, 그들의 빈 손에, 그들의 맨발 위에 이 소설을 바친다. ‘작가의 말’에서

회원리뷰 (23건) 리뷰 총점8.4

혜택 및 유의사항?
세상살이가 녹아있는 소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m*****i | 2005.11.17 | 추천6 | 댓글0 리뷰제목
좋은 작품을 읽으면 습관처럼 보는 것이 있다. 언제 출간되었는지,몇 쇄나 인쇄되었는지 좀 더 나아가서 나는 독자들의 리뷰가 몇 개 올라왔는지, 그것들의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그것들이 궁금했다. 작가가 너무나도 공들여 쓴 흔적이 역력해서 더욱 더 궁금했다. 소설을 평할 때, 다가온 수능식으로 하면 세 가지다. 사건과 인물 그리고 서술형태이;
리뷰제목
좋은 작품을 읽으면 습관처럼 보는 것이 있다. 언제 출간되었는지,몇 쇄나 인쇄되었는지 좀 더 나아가서 나는 독자들의 리뷰가 몇 개 올라왔는지, 그것들의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그것들이 궁금했다. 작가가 너무나도 공들여 쓴 흔적이 역력해서 더욱 더 궁금했다. 소설을 평할 때, 다가온 수능식으로 하면 세 가지다. 사건과 인물 그리고 서술형태이다. 사건은 부용각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이다. 사람 사는 일들. 뭐라 딱 말할 수 없는 세상살이가 이 소설의 사건이다. 세상살이라는 것이 희노애락 말고 별 게 있는가. 세상사 뉴스거리에서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나오는 것을. 인물을 보면 좀 다양하다. 모두가 중심인물인 듯 둘러앉아 풀먹인 이불보를 매만질 때처럼 세상살이의 한 자락을 팽팽하게 잡고 앉아있다. 그 팽팽한 긴장의 중심에는 타박네가 있다. 그녀는 부용각의 중심을 잡고 있다. 오마담도 휘청거리는 듯 하지만 그녀 나름대로의 세상살이에 이력이 나있다. 황진이보다 더 기생의 도를 보여주는 그녀다. 내어주고 또 내어주고. 황진이는 나중에 기생노릇하기를 그만두었지만 그녀는 타고난 대로 살아가는 기생이다. 미스 민. 그녀는 오마담의 뒤를 잇는 인물로 나오지만 나름대로의 세상살이가 아니라 세상을 사는 살이에 좀 더 무게를 준다. 오마담의 기둥서방은 정말 세상살이에 이력이 나있다. 나름대로인 것 보이지만 요즘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그는 복합적으로 받아들여 제 것으로 만든다. 집사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세상과는 동떨어져 있다. 이렇듯 모든 인물들은 세상 안에서 세상살이에 또는 그 중간에 또는 그 밖에 위치하면서 균형을 이룬다. 서술. 이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서술부분이다. 모두가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이니 전지적 작가 시점이니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나름대로의 서술이 독특함이 그 모든 것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독후감이라는 것이 흔히 주관적이듯 제일 마음에 끌리는 것을 꼽자면 오마담의 기둥서방의 독백이다. 작가는 여기에서 독특하게 우리 고유의 서술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의 특징이 문장의 가락에서 한 번 더 확실하게 살아난다. 작품을 읽고나서 리뷰를 쓰려고 하다가 단 하나의 리뷰도 없는 것에 놀랐다. 오랜만에 작가가 공력을 다 해 쓴 글을 읽었는데 독자의 감상이 없다니. 기생이라는 독특하지만 고전적인 소재 때문에 그런한지 아니면 기생소설의 독보적인 존재인 황진이로 그런 류의 소설이 마감되었는지 궁금했다. 기생이라는, 기생집이라는 인물과 공간을 뺀다면 우리네 세상살이의 축소판이라 봐도 옳을 소설인 것을. 작가가 들인 공력이 문장과 구성과 인물에 모두 살아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0
<신기생뎐>, 21세기에도 기생은 부용각과 함께 존재했더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2006.12.11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이 작품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 일단 스토리 자체가 기막히다. 구성은 상대적으로 단순하지만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도 지루할 틈이 없고 어디 한 군데 빈 구석이 없다. 큰 줄거리 안에서 작은 이야기 조각들이 차례차례 맞아떨어진다. 또한 말맛이 기막히다. 이 작품의 무대는 붉은 능소화가 소담스럽게 담장;
리뷰제목
이 작품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 일단 스토리 자체가 기막히다. 구성은 상대적으로 단순하지만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도 지루할 틈이 없고 어디 한 군데 빈 구석이 없다. 큰 줄거리 안에서 작은 이야기 조각들이 차례차례 맞아떨어진다. 또한 말맛이 기막히다. 이 작품의 무대는 붉은 능소화가 소담스럽게 담장에 떨어지는 기생집, 부용각이다. 부용각의 중심축은 부엌어멈이면서 기생집의 주인인 타박네이고 사랑밖에 모르며 곱게 늙은 소리기생인 오마담이다. 그 뒤를 잇는 춤기생도 있고 오마담의 기둥서방도 있고 순수하면서도 집요한 사랑을 마음에 품고 있는 집사 정도가 중요 등장인물이다. 그들의 인생과 사랑, 그들이 나름대로 살아온 그들만의 세상이 정말 멋들어진 한판 춤처럼 너울너울 춤춘다. 기생이고 기생집이지만 부용각은 부용각 나름대로의 세상을 살아온 것이다.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둑음까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상이었던 것이다. 기방의 법도는 이제 멀어진지 오래지만 타박네는 기방 음식에서부터 화초 올리는 것까지 세세한 신경을 쓴다. 물론 우리 옛말과 정겨운 욕설 등은 잔칫상의 맛난 보너스다. 차마 사랑하는 이 앞에서 화초를 올릴 수 없어 자살을 하는 오마담의 친구, 채련의 둑음에는 정말 야속할 정도로 안타깝고 자신을 사랑하는 집사 앞에서 다른 남자와 늘펀하게 몸을 섞는 장면에도 술상에 오른 술과 안주에 함께 취하듯 독자들도 함께 취한다. 타박네의 인생은 이런 마음가짐이 아니었을까. <나이가 들면, 몸에 붙은 살이 헐렁해지고 윤기 있던 피부에 주름살이 덮이는 대신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질 줄 알았다. 내주는 게 있는 만큼 받는 것, 얻는 것도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타박네는 늙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한 살 한 살 먹어가는 나이를 오히려 인생의 훈장처럼 여긴 적이 많았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늙는다는 것은 철저히 손해보는 장사였다. 일흔아홉의 타박네를 기다리고 있는 건 버려도 될 굳은 습관과 쓸데없는 잔소리, 조금씩 풀리는 손목의 힘처럼 근육이완으로 생기는 요실금의 기미들뿐. 늙음의 끝은 완전한 소멸이었다. 적요한 소멸의 늪에 빠지기 전까지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 않겠는가.> 오마담의 사랑은 또한 이러한 것이 아니었을까. 만인을 품는 사랑이었네... <강단 있는 타박네도 말리지 못한 오마담의 행보였다. 키 작은 남자는 아담해서 좋고, 뚱뚱한 남자는 든든해서 좋고, 말라빠진 남자는 예민해서 좋고, 성격 나쁜 남자는 박력 있어 좋고, 얼굴이 찌그러진 남자는 아무도 좋아할 것 같지 않아 좋고, 돈 없는 남자는 청빈해 보여서 좋은 게 오마담이었다.> 새로 기생의 길로 들어서며 화초를 올리는 춤기생인 민예나의 본명은 “나끝순. 도대체 성의라곤 찾아보려고 해도 찾아볼 수가 없는 이름이다.”로 정의되는데 그녀의 삶은 어릴 적 동네 풍경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앞으로 펼쳐질 세상도 이럴 거라. 녹이 슬었거나 곰팡이가 피었거나 내장이 튀어나와 있을 거라고. 따끔따끔한 고추 매운내에 눈은 뜰 수조차 없고, 조심해서 걸어가도 별수 없이 발은 구정물에 빠지고 말 거라고.> 하지만 21세기에 아무리 무형문화재 전수생에 대한 대접이 소홀하고 그 길이 험난하고 힘들다 하더라도 꼭 다른 직업 다 제쳐두고 과연 기생이 되어야 했을까 의문이 생긴다. 읽으면서 앞부분에선 계속 배경이 되는 시대가 언제인지 찾아보곤 했었다. 21세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이 질문만 통과하고 나면 나머지는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야기는 술술 풀어지고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난다. 입안 가득 고소함이 퍼지듯이 그 맛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있다. 이 현수, 이 작가가 궁금해진다.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이 작가가... 읽다보니 존경심이 절로 우러난다. 그녀의 말이 가슴으로... 감성으로 내게 스며들었다. 작가의 사랑이 느껴져서, 그 진심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릿해졌다. <지난 4월, 기생 부용의 산소를 찾았다. 봉분의 잔디가 하도 푸르러 눈이 아팠다. 나는 묏등에 가만히 손을 갖다대었다. 그대가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주겠노라고, 그대들이 하고 싶은 말을 놓치지 않고 쓰겠노라고, 상상이 아닌 짐작으로. 나, 적지 않은 날들을 살아왔으니 이제 짐작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이 땅에서 이름 없이 살다 간 많은 기생들에게, 그들의 빈손에, 그들의 맨발 위에 이 소설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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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기생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2010.10.03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21세기 하고도 최첨단을 걸어가는 요즘. 갑자기 기생 운운하는 이야기가 있다. 기생이 무엇이더냐? 텔레비젼 사극에서나 볼수 있고, 역사 책 그것도 야담집에서나 겨우겨우 그들의 면목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 아니던가? 기생이라고 해봤자 조선의 명기 황진이 정도만 떠오르고, 유식한 말로 해어화로 불린다는 눈동냥만 한 나에게 기생을 다룬 이야기는 참으로 생소하면;
리뷰제목
21세기 하고도 최첨단을 걸어가는 요즘. 갑자기 기생 운운하는 이야기가 있다. 기생이 무엇이더냐? 텔레비젼 사극에서나 볼수 있고, 역사 책 그것도 야담집에서나 겨우겨우 그들의 면목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 아니던가? 기생이라고 해봤자 조선의 명기 황진이 정도만 떠오르고, 유식한 말로 해어화로 불린다는 눈동냥만 한 나에게 기생을 다룬 이야기는 참으로 생소하면서도 흥미로울 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그냥 기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신(新) 자를 앞에 떡하니 붙였으니 이름하여 '신 기생뎐'이다. 이름부터가 옛 것과 요즘 것이 뒤섞여 있는것이 그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니 , 총 일곱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 읽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이 일곱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그냥 우연같지는 않다. 우리의 판소리는 총 12개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 후기를 거치면서 양반들의 눈에 난 일곱 마당은 유야무야 없어져 버린채 춘향가,수궁가,적벽가,흥보가,심청가와 같이 양반들에 입맛에 맞는 다섯 마당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생이라는 존재가 이 시대에는 거의 없어져 가는 존재이고, 그와 함께 없어져가는 많은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기 위해 혹은 잊혀져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기 위해 이 책의 구성또한 7마당으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 책은 총 7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마당마다 화자가 바뀌어 진행된다. 즉, 주인공이 여러명이라는 얘기다. 먼저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자 기생집 '부용각'의 주인이며 정신적 지주인 타박네가 등장한다. 타고난 박색으로 인해 기생의 대열에는 오르지 모했지만, 기생집 부엌에서만 보낸 칠십평생의 경력자 답게 기생집에서 일어나는 일의 대소사는 물론이며 기생들의 군기, 진상 손님들의 처리에 이르기까지 거침이 없다. 그의 이름 타박네가 보여주듯이 그에게서 거침없이 터져나오는 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욕을 하는이도 듣는이도 모두 그것을 고깝게 생각하지 않으니 욕 밑에 잔잔히 깔려있는 애정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타박네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의 음식솜씨다. 기생집 전통음식의 유일한 전승자로써, 일이 잘 풀렸으면 인간문화재로 지정되어야 할 만큼의 탁월한 실력은 부용각을 지금까지 존재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요즘 시대에 전통을 고수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삼합솜씨 하나로,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채 한 남자의 사랑을 받고 그로 인해 소중한 씨앗까지 잉태한 것을 보면 그의 음식솜씨가 얼마나 뛰어났는지 능히 짐작할 부분이다. 그로 인해 어린 젓먹이를 남자에게 빼앗긴 채 평생을 살아야 하는 한 맺힌 인생인 걸 보면 뛰어난 음식솜씨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젓먹이 아이를 보낸 채 , 젓투정 하는 아이를 그리며 밤 새 흘렸을 눈물을 생각해 보면, 그의 이름 타박네가 욕만 잘해서 그런것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타박타박 타박네야 너 어디메 울고가니?  / 우리엄마 무덤가에 적먹으러 찾아간다

물이깊어 못간단다. 물이깊으면 헤엄치지 / 산이높아서 못간단다  산이높으면 기어가지

명태줄랴? 명태싫다  가지줄랴? 가지싫다 / 우리엄마 젖을 다오 우리엄마 젖을 다오

우리엄마 무덤가에 기어기어 와서 보니    / 빛갈좋고 탐스러운 개똥참외 열렸길래

두손으로 따서들고 정신없이 먹고보니    / 우리엄마 살아 생전 내게주던 젖맛일세

명태줄랴? 명태싫다  가지줄랴? 가지싫다 / 우리엄마 젖을 다오 우리엄마 젖을 다오   [ 함경도 전래민요 / 타박네 ]

 
타박네가 부용각의 실질적 주인이자 부엌을 지키는 정신적 지주였다면, 부용각의 얼굴마담이자 기방의 중심에는 소리명창 오마담이 있다. 오마담 또한 어린 시절 기방에 입문해 소리로 잔뼈가 굵은 육십줄의 원로 기생이다. 그녀의 소리는 전국 팔도 어디에 가도 빠지지 않을 명창이었으며, 얼굴 또한 누구에게도 절대 빠지지 않는 절색중에 절색. 한마디로 탑클래스의 기생이었다. 단순히 술과 웃음,몸을 파는 것이 기생이 아니요, 기와 예를 겸비한 것이 기생의 본분이라면 그야말로 거기에 가장 적합한 기생의 표본을 보여주는 것이 오마담이다.  어린시절 기방의 입문동기이자 가장 친했던 친구의 자살로 인해 받은 충격은 평생 그를 사랑만을 좆는 부나방과 같은 삶을 살게 만든다. 수많은 남자를 사랑한 여인, 수많은 남자로 부터 배신당하고 버림받은 여인. 하지만, 정작 본인은 진심으로 남자를 사랑한적 없기에 단 한번도 남자에게 배신당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여인.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속에 그에게 남은 것은 술독오른 육신과 나오지 않는 소리뿐이다. 소리명창으로 살아온 그 녀에게 잃어버린 소리는 목숨과도 같은 존재와도 같다.  그런 여인에게도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한 사랑이 있었으니 부용각의 집사 박기사이다. 멀쩡한 직장생활을 하던그가 군산 뒷골목의 부용각에 찾아든 것은 운명과도 같았다. 지난 밤의 숙취를 이기기 위해 해장국집을 찾아 헤매던 그의 발길을 잡은 것은 능소화의 농염함도 아니고, 부용각의 비릿한 부엌내도 아니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끈이었다. 바로 오마담의 존재다. 오마담을 본 순간 박기사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은 모두 잊은채 부용각에 주저않게 된다. 바로 20년간의 외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오마담의 빼어난 외모도 아니요, 절창의 소리도 아니요, 사향냄새에 사로 잡혔다는 그는, 쉽게 식지 않는 뚝배기와 같은 은은한 사랑을 보여준다. 20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마다 챙겨다 준 ,꿀물 대접이 새겨놓은 마룻바닥의 둥근 테는 오마담에 대한 박기사의 사랑만큼이나 깊고 은은하다. 대접이 만들어 놓은 마룻바닥의 둥근 무늬는 어떠한 인위적인 행위로도 지워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의 상처일 것이다.   그런 은은한 박기사의 사랑에 오마담은 뭇 남자들과의 질펀한 애정행각으로 화답을 하곤 한다. 박기사는 그저 묵묵히 바라볼 뿐이다. 하지만, 오마담의 진심은 어떠했을까?
 
이보오, 박기사. 오늘은, 오늘만은 그리 바쁘게 돌아서지 마오. 지난 이십 년 동안 꿀물 대접을 들고 내게로 오는 당신의 발소리를 들었소.한 발 한 발 이 꽃살무늬 방문으로 조심스레 다가오는 당신의 발소리를 나는 귀를 열고 듣고만 있어소. 한 발을 뗄 적마다 이리저리 흩어질 당신의 어지러운 마음과 한 발을 디딜 적에 오롯이 맺힐 아픈 마음도 환히 알고 있어소. 그럼에도 나는 자는 척 누워 있었소. 당신이 그림처럼 몸을 움직이며 소리도 없이 방문 앞에 꿀물 대접을 놓고 돌아설 때에 내 여러 마음들이 가만히 모이는 것, 모인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려 하는 기미를 나는 모르는 척 애써 눌러두었소.아침 햇살이 꽃살문을 적시며 방으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이면 어김없이 들리던 당신의 기척을 부러 듣지 않으려고 이불을 덮어쓴 적도 많았소. 내가 당신을 모르 체한 것. 끝내 당신이 내게로 오지 못한 것.당신은 그것 때문에 평생을 아팠겠지만 그 또한 사랑의 한 형태요. 내 사랑의 마지막 자존심이라 생각해주오.[본문234쪽 ]
꽃들이 모이는 곳에 어찌 박기사와 같은 진솔한 벌과 나비만 있겠는가? 꽃들의 단물만을 노리고 모여드는 온갖 잡 것들이 다 있으니 그 중의 대표적인 인물의 기둥서방  김사장이다. 평생을 제비족에서 기둥서방으로 여인네들 등만 쳐먹고 살아온 하류인생. 그에게 여인은 인생이요, 인생의 최대 목표는 여인들을 등쳐서 한 몫 단단히 챙기는 일이다. 그런 위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지막 으로 접근한 사람이 바로 오마담 이요. 오마담 또한 그런 기둥서방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물론 그 결과는 또 한 번의 배신과 떠남이다. 김사장이라는 인물은 타박네의 지청구대상 최우선이자, 이 책의 밉상이면서 웃음을 주는 양념적인 역할을 한다.무례한 그의 행동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현실에서도 굴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과 뻔뻔함이 절대적이라는 커다란 교훈을 우리에게 남긴다.
 
오마담이 소리기생의 대표주자였다면, 미스 민은 이시대 마지막의 춤기생이요 부용각의 대를 이을 유일한 기생이다. 불우한 가정생활 속에서도 언니들의 뒷바라지로 인해 중요무형문화재 전승자로써의 길을 걷던 나끝순에서 부용각 최고의 춤기생 미스 민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우한 우리 누이들의 전형성을 보여준다.  미스 민이 화초머리를 올리는 과정은 작가의 역사적 문화적 고증에 얼마나 세심한 관심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백미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그 외에도 타박네의 기방음식 전승자로 등장하는 김천댁과 그의 시다(주방보조) 뚱땡이와 같은 인물도 이 책에서 빼 놓을수 없는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제목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이 책은 한 편의 판소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욕설과 육담이 때론 지나치다 싶을 만큼의 거부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해악과 따뜻함이 있어 이 책의 추락을 단단히 지탱해주고 있는 느낌이다. 사라져가는 기생들의 이야기. 기생들의 문화마저 우리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오롯이 계승해야 하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기생이  지금의 매춘부와 같다는 편견이 지배적인 요즘 , 그들의 존재 이유와   삶의 방식에 대해서는 다시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거침없는 말투와 빠른 이야기 전개가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또한 우리말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이 적절히 버무려진 작품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작품의 말미로 갈수록 터질것 같은 눈물을 참기힘들게 하는 작가의 재주 또한 매우 뛰어났다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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