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길 위에 서서
--- 김연홍 (yasmie@yes24.com)
우리는 매일매일 삶을 살고, 죽음을 죽는다. 삶과 죽음이라는, 행복과 고통이라는 경계를 오가면서, 동시에 둘 사이의 모순 사이에서 우리는 갈등한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영원불변의 진리를 찾고자 하나 결코 쉽지 않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든 종교든, 무엇엔가 의지하려는 것이리라. 만약 그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The Road Less Traveled』가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1978년 처음 출간된 후 미국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이번에 25주년 기념판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조금 거창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랑, 전통적 가치와 영적 성장의 새로운 심리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며, 훈련(Discipline), 사랑(Love), 성장과 종교(Growth and Religion), 은총(Grace)이라는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편의상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나 결코 만만하게 볼 책은 아니다. 정신과를 찾은 상담자들의 꿈이나 행동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추적해내는 임상 사례도 자주 등장하거니와 독자들을 살살 위로하기 보다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들을 따끔하게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고도 남는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 될까.
정신과 의사로 수십년을 일해온 저자 M. Scott Peck은 첫장에서부터 삶을 분명하게 정의내리고 있다. 인생은 어려운 것임을(Life is difficult), 그리고 문제의 연속(a series of problems)임을, 모두들 알고는 있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실들을 분명하게 환기시킨다. 또한 고통에 직면하는 법에 관해서는 훈련이 필요함을, 그리고 그 훈련방법을 우리에게 제안한다.
누구나 크든 작든 여러가지 문제들을 안고 살아간다.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쉽게 꺼내놓는 해결책이라면 마치 문제가 없는 듯 외면하고는 딴청을 피우는 것, 그리고 이것이 최선이라고 자위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으며, 오히려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만 할 뿐이다. 조금 고통스러울지라도 문제를 똑바로 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 과거를 대하는 방법 역시 마찬가지이다. 무작정 잊어버리고, 모든 것을 털고 새로 시작하려는 것이 수가 아닐 터. 과거에 어떤 나쁜 기억을 묻어둔다면, 과거의 나를 통해 만들어지는 현재의 나 역시 행복할 수 없을 것이므로. 많이 힘들지라도 들추어내고 풀어내야 다시금 밝은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 인류가 짊어지고 있는 가장 큰 고통이자 문제라 할만한 죽음에 대해서도 심상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동행하는 것이 이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겠다. 그가 제시하는 훈련이란 즐거운 것을 미루는 것, 책임을 지는 것, 진실에 충실하고 균형을 잡는 것의 네가지이다. 게으름을 경계하고, 부단히 노력해야만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저자는 또한 사랑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늘날의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게 되었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저서인 『사랑은 지독한 혼란 :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에서 사랑은 우리가 신봉하는 또하나의 믿음, 세속적인 종교가 되었다고 이야기 했던 것처럼, "너무 많이 말해져서 더이상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 사랑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책에서는 사랑이란 "첫눈에 빠져드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자신이나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위하여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고자 하는 의지"라고 정의하며, 사랑의 본질은 욕망이 아닌 의지임을, 의존이 아닌 분리라고 설명한다. 자기 자신이 먼저 바로 서야 남을 사랑할 수 있음은 굳이 말할 나위도 없다.
성장과 종교, 그리고 은총 부분은 기독교인인 저자이지만 정신적인 면과 영적인 면을 넘나들며 영혼의 성숙에 관해 다양한 주장을 설파하기 때문에 비종교인으로서도 받아들이기에 크게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이미 종교를 가진 자들로 하여금 되짚어주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싶다. 또한 영적 성장에도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조금은 믿기 어렵겠지만 오늘의 시간과 공간은 우리가 가야할 길을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은총 받은 존재임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평생동안 우리는 사는 방법을 배워야만 한다"고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천여년전에 이미 말했듯이,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삶에의 여정을 계속해야만 한다. 과거에 집착하여 현재를 부정하는 것도, 미래를 위하여 현재를 희생하는 것도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결국 우리의 인생은 과거와 현재, 미래 모두로 구성된, 내가 가야할 하나의 길이며, 다른 길로 돌아갈 수도, 질러갈 수도 없으니까. 이 책이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꼭 맞는 해답이 되어줄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면 또 어떠랴. 이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당신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