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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아내의 방에 나와 닮은 도둑이 든다

때론 아내의 방에 나와 닮은 도둑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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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82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9248797
ISBN10 895924879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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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일이면 백일 휴가를 나갈 초병의 눈에 또 한번 나비를 먹는 여자가 보였다. 긴 꼬챙이를 들고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풀숲으로 걸어가는 여자. 그녀는 뽕나무에 매달린 오디를 따먹듯 풀숲에서 나비들을 주워 먹었다. 저항도 없이, 그저 손으로 입으로 배로 들어가버리는 나비였다. 하마터면 그는 방아쇠를 당길 뻔했다. 여자를 향해서가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꿈을 꾸고 있을 나비를 향해서였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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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호의 시선은 좀처럼 일상의 경계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을 만큼 강한 중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그의 소설세계는 낯설고 엽기적이며, 때로는 신화적 상징성으로 부풀어오른다. 그의 시선은 삶의 세세한 결들을 섬세하게 발라내고, 그의 의식은 플라스틱처럼 매끄럽고 단단한 일상의 껍질을 파고들며, 그의 상상력은 은폐된 욕망들이 담쟁이덩굴처럼 뻗어가는 모습들을 오롯이 포획해 낸다. 그의 작가의식은 이처럼 삼면경 또는 다면경처럼 작동한다. 그것은 일상의 내면에 깊숙이 침투하여, 풍선처럼 하늘에 떠오른 사내의 시체를 통해 우리의 죄의식이 저절로 터져오르게 하거나 제도의 높은 담장 안에 갖힌 영혼들이 나비떼처럼 팔랑팔랑 날아오르게 한다. 그런가 하면, 잔잔하게 흘러가던 일상을 뒤집고 끔찍하고 괴기스럽고 구역질나는 몰골들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악몽 같은 세계 속에서 남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 살아 있는 소의 살점을 도려내는 흉측한 아귀들,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의 섬에 내던져져 썩어가는 음식 찌꺼기를 퍼먹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아내와 간통한 사내를 함께 암매장한 냉정한 살인자, 아버지의 욕망이 ‘움직이는 모래’처럼 딸의 방으로 스며드는 것을 방조하는 가족들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런 것들은 작가의 거울에 비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이처럼 낯설고 끔찍스러운 자기대면을 통해서만 우리의 의식은 무감각의 마법에서 가까스로 깨어날 수 있는 게 아닐까.

황광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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