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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칠드런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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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5월 1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34g | 145*207*30mm
ISBN13 9788972757382
ISBN10 8972757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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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마주하는 데 심리학이며 사회학이 다 뭡니까. 녀석들은 통계가 아니고, 수학도, 화학식도 아니라고요. 맞죠? 그리고 누구나 자기는 온리 원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와 닮았다는 소리는 질색한다고요. 누가 나한테 존 레넌하고 닮았다고 해도 싫습니다. 그런데 조사관이 ‘아, 얘는 이런 가정환경 패턴이군’ ‘이건 예전에 다뤘던 사건하고 같은 경우네’ 하고 틀에 끼워 맞추면 기분이 좋겠습니까? 아니에요? 밸런타인데이에 다른 남자애들하고 같은 초콜릿을 받는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좋아하는 애한테 초콜릿을 받고 좋아서 풀어 봤는데 다른 애들한테 뿌린 싸구려 초콜릿이었다는 것만큼 비극적이라고요. 비극은 필요 없어요. 조사관은 담당하는 아이가 ‘다른 누구와도 다른, 세상에서 하나뿐인 아이’라고 생각하고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요.”
--- p.85

“세상에 좋은 부모는 없지만, 부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아이도 없지 않을까?”
“하지만 비행의 원인이 꼭 부모 탓인 것 같지는 않아요.” 시로는 말을 이었다. “내 주변에는 심심풀이로 범죄를 저지르는 애들도 있거든요. 그런 애들이 더 많지 않을까요?” 시로는 감자튀김을 집어 와그작와그작 씹었다. “아저씨 같은 조사관들을 감쪽같이 속이는 약아빠진 애들이요.”
그건 사실이었다. 반쯤 장난으로 비행을 저지르고, 가정법원에 오자마자 ‘부모 잘못이다’ ‘사랑을 받지 못했다’라고 하는 아이들도 개중에는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런 애들은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그들은 혼자 있을 때는 문제가 없더라도 여럿이 뭉쳐 집단이 되면 삐뚤어진다.
“아이는 영어로 차일드지만, 복수형은 차일즈가 아니라 칠드런이잖아.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는 거라고.”
애들은 그런 거다, 진나이 씨가 자주 하는 말이었다.
--- p.107

“우리 일이 그거라고.”
“그게 뭔데?”
“우리는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이야.”
순간 주변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소년의 건전한 육성? 평화로운 가정생활? 소년법과 가정심판법의 목적? 그딴 거 전부 거짓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우리 목적은 기적을 일으키는 것. 그뿐이야.”
옆에 있던 우리는 곤혹스러워했지만, 진나이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소리 높여 외쳤다.
“안되는 놈들은 안된다고 했지? 절대로 새사람이 될 수 없다고. 지구의 자전이 멈춘다 해도, 지구온난화가 기적처럼 멈춰도, 암 특효약이 발명되어도, 스티븐 시걸이 악역한테 져도, 비행 청소년이 새사람이 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지?”
“그렇게까지는 말 안 했잖아.”
중년 남자가 화를 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지만 진나이 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걸 우리가 한다고.” 진나이 씨는 흡족한 얼굴로 웃었다. “우리는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야. 그런데 당신들은 기적을 일으킬 수 있나?”
그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들을 들여다보았다.
당최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는 엉터리 주장이었지만, 진나이 씨의 말에서는 알 수 없는 설득력이 느껴졌다. 마지막 말은 이랬다.
“애초에 어른이 폼 나면 애들도 삐뚤어지지 않아.”
--- p. 21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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