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 십념왕생원(十念往生願)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중생들이 저의 나라에 태어나고자 신심과 환희심을 내어 제 이름[아미타불]을 다만 열 번만 불러도 제 나라에 태어날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풀이 말씀] 원을 세우신 뜻은, 어느 불국토에서는 보시나 지계 등의 여러 가지 행을 가져야 극락왕생을 한다 하고, 어떤 불국토의 부처님은 명호를 외우는 것으로 극락왕생의 행이라 한다. 그래서 법장보살은 방황하는 어리석은 범부를 구원하기 위하여 평등의 자비로서 칭명염불(稱名念佛)을 행으로 골라서 이 서원을 세우신 것이다. --- p.49
☞ “사리뿌뜨라여, 또한 극락세계 중생으로 태어나는 이들은 모두 물러서지 않는 자리[阿?跋致, 不退轉]에 이른 보디쌑바들이며, 그 가운데 한 번만 더 태어나면 붇다가 되는[一生補處] 보디쌑바들도 많다. 그 수가 너무 많아 헤아려서는 알 수가 없으며, 그지없고[無量] 가없고[無邊] 셀 수 없는[無數] 깔빠(劫) 동안 말해야 할 것이다.
사리뿌뜨라여, 이 말을 들은 중생들은 마땅히 그 나라에 태어나길 바라는 생각을 내야 한다. 왜냐 하면 이처럼 어진 사람들과 한 곳에서 모두 함께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p.104
☞ 정토(淨土)법문은 광대 미묘하면서도 손쉽고 간편한 수행법이다.
그러므로 깊은 지위의 보살이라도 그 높고 깊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극악한 죄인이라도 또한 해탈을 얻을 수 있으며, 많은 글을 읽은 문인이라도 이 여섯 자 “나무아미타불” 밖을 벗어나지 아니하고,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늙은이도 또한 구품(九品)에 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이것을 잃고서 중생을 제도할 방법이 없고 수행인도 이것을 버리고는 번뇌무명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이는 마치 아가타약[불사약不死藥]과 같아서 이를 얻으면 온갖 병을 고칠 수 있고, 전륜왕의 보배와 같아서 이를 타면 먼 곳까지 이를 수 있다. --- p.116
☞ 법장비구는 수많은 불토를 다 듣고 본 후에 비로소 국토를 창조할 생각을 하고 깊이 5겁 동안 사유하고 섭취한 후에 이윽고 극락세계를 이룩하였다.
시방세계의 건립은 모두 중생의 공업(共業)으로 이루어진 것이요, 유식(唯識)으로 나타난 것이어서 인연에 의하여 의탁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비록 바깥 경계인 것 같으나 바로 일심으로 돌아가고 마는 것이다.
극락국토는 아미타불이 청정한 팔식(八識)으로 이룩한 정토로서, 만약 중생이 일심으로 염불하면 정념(正念)이 부처님의 정식(淨識) 중에 투입되는 것이다.
예컨대, 한 그릇의 물을 바다에 부으면 바닷물과 서로 섞여 몇 방울의 물이 큰 물결이 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그 국토에 태어나는 자는 의(依)ㆍ정(正) 장엄이 겹겹으로 다함이 없다. --- p.138
☞ 염불삼매의 경계는 허공이 가루가 되도록 부서지고 대지가 평탄하고 가라앉아서, 이전의 한 생각 심성(心性)은 시방의 제불과 법신(法身)이 융합하여 마치 백 천 개의 등불이 방 하나를 비침에 그 광명이 두루 하고 가득하여 없어지지도 뒤섞이지도 않는 것과 같다.
이때는 6식의 분별을 떠나 선문(禪門)의 진여삼매(眞如三昧)와 전혀 다르지 않아서 선과 정토를 구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점에서 보면 선이 바로 정토라고 하여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 p.223
☞ 만약 진제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한 법도 존재하지 않아서 부처님도 오히려 행방이 없을 것인데, 어찌 극락정토니 염불왕생이니 하는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자성미타여서 성(性) 밖에 미타가 없다고 하는 것이나 유심정토여서 마음 밖에 정토가 없다고 하는 것은 제일의공(第一義空)의 경계로서, 용(用)을 거두어 체(體)로 돌아가면 한 법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깨달음의 공부가 아직 이러한 경지에 미치지 못한 수행인은, 마음과 경계가 모두 공(空)하고 상(想)과 수(受)가 모두 다 고요하지 못하여 주관과 객관이 분명하고 의보(依報)와 정보(正報)가 여전히 존재하여 극락의 하나의 향기나 하나의 색깔, 하나의 꽃이나 하나의 잎까지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대상이어서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어찌 자신의 덕이나 역량을 헤아리지 않고, 함부로 다른 사람이 자성미타(自性彌陀)니 유심정토(唯心淨土)니 하는 고상한 노래를 부른다 하여 아직 강을 건너기도 전에 뗏목을 버리는 짓을 하겠는가?
--- p.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