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버리기에도 저마다 다른 색깔이 있다. 우리가 사람, 상황, 사물에 부여하는 의미와 가치의 정도에 따라서 놓아버리기의 농도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가에 따라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는 어려울 수도 혹은 더 쉬울 수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한 잔의 커피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그것이 없는 삶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의미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텔레비전 없이 하루 저녁을 보내는 것이 그 무엇보다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 야심 차게 세운 진급목표를 어떤 일이 있어도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가 사랑하는 고양이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또는 그런 모든 것들에서 아주 쉽게 벗어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는 그러한 것들이 그저 삶의 일부일 뿐이다.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냐.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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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수행하는 두 명의 승려, 탄잔과 에키도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들은 순례를 하는 도중 어느 개울가에 이르게 되었다. 개울가에는 한 아름답고 젊은 여인이 비단 옷을 입고 서 있었다. 세찬 비로 인해 개울물이 위협적으로 불어 넘칠 듯 흘러 개울을 건너기란 매우 힘들었다. 에키도는 재빨리 눈을 돌려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이와는 달리 탄잔은 전혀 주저하지 않고 한 마디 말도 없이 여자를 품에 안고 개울을 건너가 여자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두 승려는 말없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십오 분이 지나고, 삼십 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났다. 그때 에키도가 갑자기 말을 터뜨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탄잔! 너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승려의 규율을 깨뜨리고 말았다. 도대체 어떻게 그 아름다운 처녀에게 눈길을 주고, 은밀하게 접촉하고, 개울 건너까지 안아 줄 수 있단 말이냐?” 탄잔이 나직하게 대답했다. “나는 개울가에 그녀를 내려놓았네. 그런데 자네는 아직도 그녀를 안고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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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여러분의 삶 속에도 변화시켜 볼 만한 영역이 있을 것이다. 한 번쯤 보폭을 좁혀 걸어보자.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보자. 높게 매달아 놓았던 목표를 놓아버리고, 실제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실행하는 범위에서 목표를 제한해 보자. 벌써부터 실패할 것 같은 너무 큰 행동계획이 아니라, 한 가지 한 가지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자. 우리는 목표를 제한하면서 오히려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가 목표에 도달하려고 한다면, 먼저 그 목표를 놓아버릴 자세, 다시 말해 목표로부터 자유로워질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유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지혜의 증거가 된다. 목표를 놓아버림으로써 긴장이 풀어지고, 그를 통해 목표에 이르는 최고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은 추구하는 목표가 있는가? 사실적인 계획들을 세워보는 것이 어떨까? 예를 들면 식사를 감미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바꾸어 본다든지 혹은 잠자기 전 짧은 산책을 한다든지. 그런 실현 가능한 작은 걸음은 성공의 기회를 높여주고, 준비가 되었을 때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수 있는 힘과 동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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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질 때면 언제나 내게 진짜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자문해 보곤 한다. 나의 살아가는 힘이나 활력인가 아니면 더 나아지려는 욕구인가. 대답은 각자의 몫이다. 자기 스스로를 위한 결정인 것이다. 완벽함이 의식을 가두고 정신을 왜곡하는 감옥임을 아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도대체 왜? 삶의 지평에의 참여라는 선물은 완벽함의 욕구를 놓아버릴 수 있는 사람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아마도 이 길에서 우리는 작은 발걸음, 반쯤의 성공과 화해할 수 있는 여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완벽한 해결책에 기대지 않는다면, 삶의 파도 속에서도 우리는 더욱 우아하고 초연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는 분명히 더 이상 완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상태이다. 그리고 불완전하고 잠시 머무는 인생이라 해도 더욱 느긋하게 살아가자. 당신이 다시 한 번 자신을 비난하고 있는 당신을 발견한다면, 이렇게 물어보라. 나에게 이 일이 일주일 후, 한 달 후, 일년 후 얼마나 나쁜 일이 될까? 어쩌면 이 질문과 동시에 그 일은 이미 별로 나쁘지 않은 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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