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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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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5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528g | 140*210*30mm
ISBN13 9788956052427
ISBN10 895605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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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귀를 갈기려고 이 밤중에 사람을 달려나오게 한 거야? 대체 내가 무슨 장한 일을 했기에 이런 격려를 받는 거지?”
“그 망할 호텔 바에서 널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내 인생은 거의 완벽했어. 그런데 이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앤드루는 희미한 희열에 휩싸이며 이토록 감미로운 따귀는 평생 맞아본 적이 없노라고 선언했다. 그는 발레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속삭였다.
“너에게 똑같이 따귀를 돌려주진 않을게. 신사가 할 짓이 아니니까. 대신 이것만 말하자. 네가 연락을 끊은 지난 이 주 동안 내가 얼마나 참담한 시간을 보냈는지 몰라.”
“나는 지난 보름 동안 하루도 네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어, 앤드루 스틸먼.” --- p.36

폭발음을 들은 기억은 없지만, 아마도 총에 맞은 것이리라 추측했다. 어쩌면 단검에 찔린 것인지도 몰랐다. 판단이 가능한 마지막 순간을 이용해 그는 자신을 살해할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떠올려보았다.
숨쉬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마지막 힘이 그를 놓고 있었다. 그는 죽음이 임박했다고 결론지었다.
앤드루는 지나온 삶이 눈앞에 줄지어 흘러가기를, 통로 저 끝에 찬란한 빛이 보이고 그를 다른 곳으로 이끄는 신성한 목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의식이 깨어 있는 마지막 순간은 무(無)를 향한 느리고 고통스러운 침잠의 연속일 뿐이었다.
7월의 어느 날 아침 일곱 시 십오 분에 빛이 사라졌다. 앤드루 스틸먼은 자신이 죽어가는 중임을 깨달았다. --- p.88

그렇다면 이미 경험한 것들의 활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이번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장 때는 지난번 끝내 입을 열지 못한 문제의 사내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오르티즈 장군의 입을 여는 데 성공하면 편집장은 기사 초고를 읽는 즉시 신문의 1면을 내어줄 것이고, 그는 결혼식 다음날 아내를 데리고 신혼여행을 떠날 수 있으리라.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앤드루는 수첩 맨 앞장에 이렇게 휘갈겼다. 누군들 이런 꿈을 꾸어보지 않겠는가? 잘못을 시정하고 실패를 바로잡는 꿈. 삶이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 p.132

오르티즈 사령관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명령을 수행했다. 비행기가 아르헨티나 상공을 올라 라 플라타 강 위를 날다가 한 시간 뒤 목적지에 이르렀다.
병사들이 비행기 뒷문을 열었다. 그들은 단 몇 분 만에 살아 있는 남자 열 명과 여자 열 명을 바다에 던져버렸다. 모터의 소음 덕분에 육신들이 바다로 떠내려가기 전 물살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비행기 안의 병사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습관처럼 상어 떼가 몰려들어 매일 밤 같은 시각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식량을 기다리며 요동치는 물살 속을 떠돌았다.
이자벨과 라파엘은 다시 만나지 못한 채 생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맞이했다. 비행기가 비행장에 돌아왔을 때, 부부는 아르헨티나 독재가 빚어낸 삼만 명 남짓의 실종자 대열에 합류했다.
--- p.2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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