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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18g | 120*180*30mm
ISBN13 9791195216130
ISBN10 1195216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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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사람으로 인해 더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사람으로 인해 나는 치유 받고 있었다. 아니, 간사한 것은 사람인가 사랑인가. 그것도 아니면 단지 나라는 인간이 간사하기 때문인가.
아무래도 괜찮다.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했다. 점차 하진은 나에게 구원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 갔고, 내가 살아가야 할 원동력이 되었다. --- p. 179

그 즈음, 어렴풋 깨달아 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시간은 모두 하나라는 사실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쫓기고 같은 시간에 굴복해 가며 살아간다는 우주의 원리를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나에게 달고 맛난 과자를 더 이상 얻어먹지 못하는 일만큼이나, 슬픈 깨달음이었다.
내가 생명공학을 공부하게 된 것도, 생에 부여된 시간의 의미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공부해도, 생이라는 단어에 시간이라는 조건이 붙으면 슬프다는 것 외에는 아직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다. --- p. 257

나의 어둠이었던 그녀가 사라지고 나니, 그녀가 비로소 나의 어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나의 그림자였다. 빛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하는 그림자. 그림자는 빛이 있을 때만 생겨난다. 하지만 그림자였던 그녀가 사라지자, 내 삶엔 한 줌의 빛조차 남지 않고 모두 사라졌다. 그렇게 그림자도 생기지 않는, 완벽한 어둠만이 내게 남았다.

--- p.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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