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일 대학교 인류학연구소는 연구 참여자들에게 “늙고 ( ).”라는 설문 항목에 괄호 안을 채워 넣게 했다. 대부분의 대답은 “늙고 (아프다).”였다. 게다가 젊은이들은 약 90퍼센트가 나이 듦을 가난해지고 허약해지고 병드는 것과 결부시켰다. 또 다른 많은 연구들에서는, 사람들이 이런 상투적 편견 때문에 자동적으로 노인을 능력이 부족하거나 유연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젊은이들만 노인에 대해 이런 태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노인들 자신이 다른 노인의 행동이나 외모에 나타나는 사소한 변화에 대해 매우 부정적 평가를 내린다.--- p.25
-의사인 지모네 홈과 생리학자이자 노인학자인 뤼디거 슈미트는 『안티에이징과 노화 방지』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순전히 생물학적으로만 보면, 나이가 아무리 많더라도 꼭 몸과 마음의 퇴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퇴화를 막거나 크게 늦추는 수많은 메커니즘들이 밝혀지고 있다.”그들은 소식(小食)과 ‘칼로리 제한’을 통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지속적으로 칼로리를 줄이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주 힘든 일이다.--- p.27
-막스플랑크 교육연구소의 전 소장이자 노인 연구자 파울 발테스가 제시한 ‘선택-최적화-보상 모델’에 기초한다면 이런 적응에 성공할 수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우리가 특히 잘하거나 우리에게 특히 중요한 목표들을 선택하여 집중한다면 훌륭하게 나이 들 수 있다(선택). 그 후 훈련을 통해 특별히 이 과제들을 최적화하고자 노력한다(최적화). 이를 통해 다른 부분의 결손을 최대한 보상하는 것이다(보상). 발테스는 이에 대한 전형적 사례로 나이 들어서도 탁월한 기량을 보였던 피아니스트 레너드 번스타인을 든다. 그는 나이가 들어 손가락 기술이 떨어지자 아주 빠른 곡의 연주를 포기했다. 대신 남은 곡들을 더욱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그리고 그 곡들을 전체적으로 조금 느리게 연주하여, 그러한 속도 변화가 전체적으로 고르게 나타나게 했던 것이다.--- p.41
-불행 중 다행은 노인의 이런 손실 중 많은 부분이 다른 소득을 통해 상쇄된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사고의 ‘실질적 작동 방식’ 덕분인데, 숙련도나 지식의 양이 중요한 지적 능력에 특히 영향을 미친다. 어휘의 양이나 암산 능력, 그리고 평생 모아 온 지식과 경험 등이 여기 속한다. ‘결정적(結晶的) 지능’이라고 불리는 이런 능력들은 나이가 꽤 들 때까지 점점 높아지다가 점차 정체되고 대략 여든 살 정도의 고령에 이르러서야 천천히 해체된다. 특수한 전문성을 획득한 분야라면 이런 능력은 아흔 살이 될 때까지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p.54
-독일의 선도적인 노인학자 우르줄라 슈타우딩거 브레멘 대학교 교수는 노년에 좋지 않은 감정들이 줄어든다는 것을 연구로서 보여 주었다. 노인은 기분이 나쁘더라도 그런 상황에 처한 젊은이보다 그 느낌에서 더 빨리 벗어난다. 다른 한편으로, 노인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나쁜 감정을 일으키는 상황을 일부러 피한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노년기에는 편안한 느낌을 주는 정보들을 젊은 시절보다 더욱 선호하고, 그런 정보들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더 뚜렷하게 기억한다. 젊은 시절에는 장거리 여행, 고급 자동차, 좋은 옷, 큰 집 같은 물질적 목표들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이가 들면 조화로운 대인 관계처럼 정서적 목표들이 이를 대신한다.--- p.61
-노인 중 거의 3분의 2 정도는 친한 친구가 적어도 한 명은 있다고 밝히는데, 그중 대략 60퍼센트는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난다고 한다. 물론 거꾸로 보자면, 오늘날 예순다섯 살 이상 노인의 3분의 1은 친한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p.159
-배우자를 사망 시까지 수발했던 노인 과부들은 새로운 이성을 찾는 데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고, 특히 재혼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이는 남성과는 정반대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새롭게 얻은 자유를 더 좋아하는데, 이는 많은 여성이 직업적 욕구나 사적 욕구를 때로는 가족과 배우자 때문에 포기해 왔기 때문이다.--- p.172
-연구 결과, 아직 인생의 목표 혹은 과제가 있는 사람들은 더 빠르고 지속적으로 회복되었다. 회복 양상에 있어 그 밖의 성격 차이는 큰 영향이 없었다. 인생의 목표나 과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즉 배우자를 보살피는 일인지, 손주를 찾아가는 일인지, 책을 쓰는 일인지, 정원을 가꾸는 일인지, 개를 키우는 일인지는 아무래도 좋았다.--- p.207
-우리는 살아온 방식대로 죽어 간다. 가령 살아가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미해결 상태로 두지 않도록 노력한다면, 죽어 감이 더 쉬울 수도 있다. 또 좋은 죽음을 맞이하려면 자기 삶을 위해 목표, 소망, 꿈을 찾아나가야 한다. 그런 것을 찾아내면 그것을 실천하기를 무기한 연기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에게 해 주기, 즐기기, 몰입하여 살기, 자기 가능성을 억지로 제한하지 않기, 자신의 인격에 충실하기를 배운다면, 죽어 감이 더 수월해진다. 나아가 죽어 감은 역경에 대처하면서 배워 온 능력들과도 관계가 크다.
--- p.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