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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 여성의 나이

여성의 몸 여성의 나이

또 하나의 문화-16이동
편집부 | 또하나의문화 | 2001년 03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7.3 리뷰 3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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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6쪽 | 442g | 148*210*20mm
ISBN13 9788985635448
ISBN10 898563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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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절망이 지겨워야 하는 법이다. 절망을 지겨워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달콤함을 충분히 만끽한 후라야 한다. 그런데 절망이 사랑이라는 관념으로 덧씌워져 있을 때는 빨아먹을 수 있는 단물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절망은 이상하게도 자유의 느낌과 유사할 때가 있었다. 그것은 심리적 기득권이 강제적으로 버림을 당하는 것과도 같았으니까. 절망의 시를 쓰게 하고, 두려움 없이 살게 하고, 용감한 행동을 하게 하고… 때로는 꿈틀거리지도 못한 채 침묵하게 했다.

서른이 지난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나는 이혼해 있었고 돈이 한푼도 없었다. 아니, 늘 돈 없이 지내왔으나 처음으로 "돈이 없다"는 사실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체험하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기득권을 버리려고만 생각하며 살았던 자신이 너무나 우습게 느껴졌다. 나에겐 애당초 버릴 기득권이 없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혹시 잘못 살아온 건 아니었을까에 대한 의심으로 근본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종교의 정신적 기반이 흔들렸을 때만큼의 격렬한 대공황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보다도 더 깊이 있게 침식 작용이 이루어졌다. 자신감이 조금씩 깎여 나가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비상 연료가 줄어들기 시작함을 뜻했다. 비상벨이 울리자, 그제서야 나는 절망하는 일이 지겨워졌다.

서른이 된다는 것은 "젊은이" 영역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태까지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씨름했기에 이십대라는 기득권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보다 더 살벌한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품위 있게 사느냐 초라하게 사느냐의 문제였다. "진정성"의 힘으로만 살아가는 일이 더 이상 효력을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 pp. 94-95
대학원 석사를 수료했던 스물일곱 살 때 나는 당시 스물다섯 살인 대학원 후배들과 음악이 흐르는 술집에 있었다. 여자 후배가 이런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좋아한다고 했더니 '스물일곱이 돼도 그래요?' 하고 물었다. 그러면서 '스물일곱이 되면 감상적인 것은 다 극복이 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 말과 동시에 열다섯에 만났던 생물 선생님, 더 정확하게는 나이든 여성에게 젊은 여성인 내가 행했던 폭력성을 인식했다. 그러면서 '여자들 사이에서 어리다는 것은 어떤 특권적인 지위를 점하는구나, 왜 여자들 사이에서 젊은 여자의 공격에 나이든 여성의 한두 살을 건너지 못할 다리처럼 상대에게 인식시키고 싶어할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리고 여성의 한두 살이 만들어 내는 차이와 남성의 한두 살이 만들어 내는 차이의 의미는 어떤 맥락 속에서 다른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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