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을 하면 고요한 진공 속에서 사물의 움직임을 보게 되며, 한가로움 속에서 사람들의 바쁜 일상을 알 수 있습니다. 바쁜 곳에 있을 때에도 한가한 자신을 바라보며 기쁨을 얻어 세속을 벗어난 정취를 얻을 수 있고, 시끄러운 곳에 있으면서 고요한 내면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속도에 휘말리지 않고 생사에도 태연한 자신을 지켜나가는 안심임명(安心立命)의 도리를 깨닫게 됩니다. --- p.97
선가에 ‘고목송(枯木頌)’이라는 유명한 화두가 있습니다. 어느 한 노파가 수행을 열심히 하는 스님을 잘 모셨습니다. 암자도 지어주고 공양거리도 갖다 주면서 본인도 열심히 수행을 한지 3년이 지나자 노 보살도 그만 일행삼매를 얻게 됐습니다. 하루는 노 보살이 스님의 공부를 점검하고 싶어졌습니다. 노 보살은 손녀에게
“스님을 찾아가서 꼭 껴안아 봐라. 스님이 무엇이라 하는가.”
하고 물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손녀가 암자로 찾아가 스님을 꼭 껴안자, 스님은 말하였습니다.
“고목나무에 매미가 붙어있는 것 같구나!”
따뜻한 온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고 합니다. 손녀딸에게는 유혹을 해도 번뇌 망념에 흔들림 없는 스님으로 보였습니다.
“아! 훌륭한 스님이구나.”
그 길로 암자에서 내려가 할머니께 사실대로 일어났던 일을 말합니다. 그러자 노 보살은 화가 나서 암자를 불태워 버렸다고 합니다. 노 보살은 왜 암자를 불태워 버렸겠습니까?
스님은 여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고, 고목나무에 매미가 붙어있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스님의 소견은, 스님의 경지는 마음이 죽어 다시 살아나 활연 자재하게 법을 써야 하는데 번뇌를 눌러 죽이기만 하였지 다시 살아나지 못하여 나무도 죽고 매미도 살지 못하는 죽은 답을 내놓았던 것입니다. 암자에 불을 낸 노 보살도 허물이 있다 하겠지만 제가 스님이라면 이런 답변을 내놓겠습니다.
“온몸에 뜨거운 자비의 피가 흐르는구나!” --- p.99
오로지 일념으로 관세음보살을 염불하라/ 염불하는 생각이 지극하여 무념에 다다르면/
관음의 광명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하리.
이 게송은 자성관음이 발현된 게송입니다. 염불공부를 하거나 참선수행을 하든지 간에 공부성취 비결은 지극정성으로 공부의 핵심을 잡고 일념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일단 일념만 만들어 놓으면 뚫지 못하는 관문(關門)이 없고 풀지 못할 업연(業緣)이 없는 것입니다. 많은 수행자들이 일념을 만들지 못해 공부의 진취도 없으니 방황도 하고 중도에 포기를 하는 것입니다. 불법 수행자는 이 일념을 통해야지만 취사선택과 모양에 집착하는 아집(我執)이 없어지고, 일념에 오랫동안 마음을 담근 공부는 무념에 이르고 무념에 이르게 되면 이런저런, 내 법 너의 법의 분별선택과 공에 집착하는 법집(法執)이 없어지며, 일념과 무념에 이른 후 일심이 도래하여야 마음의 근본인 붓다를 보아 견성을 하며 관음의 광명이 삼천대천세계 즉 우주에 두루 함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p.103
큰소리를 내어 칭명을 하면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성염불 십종공덕(첫째:?능히 잠을 없애주는 공덕이 있다. 둘째:?천마가 놀래고 두려워하는 공덕이 있다. 셋째:?염불소리가 온 시방에 두루 퍼지는 공덕이 있다. 넷째:?삼악도의 고통을 쉬게 하는 공덕이 있다. 다섯째: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공덕이다. 여섯째: 염불하는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 공덕이 있다. 일곱째: 용맹 정진하는 공덕이다. 여덟째: 모든 부처님이 기뻐하시는 공덕이 있다. 아홉째: 삼매가 뚜렷하게 들어나는 공덕이 있다. 열째:?정토淨土에 가서 태어나는 공덕이 있다.) 외에도 담력이 세지고, 주체적인 개척정신이 강해지며, 목소리가 힘차고 맑아집니다. 한(恨)으로 응어리진 암적인 기운들을 풀어주고, 몸과 마음에 새로운 수화(水火)가 돌아가니 더럽고 탁한 기운들과 나쁜 병들이 배출되어집니다.
새롭고 유익한 영적인 세포들이 나타나고 고쳐지니, 움추리고 굳어있던 내 ㆍ외면이 바르게 펴지면서 대상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활성화되며, 굳어지고 끊어져버린 뇌의 커넥톰이 건강해지고 되살아나서 뉴런과 시냅스의 활동이 활발해 기억력이 좋아지고 뇌질환이 치료됩니다. 나를 괴롭혔던 악업이 선업으로 바꾸어지면서 복이 쌓여지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좋은 것은 보완하여 주고 나쁜 것은 고쳐주는 것이 고성염불의 효과이며 처음 관음수행에 입문하여 정진하는 수행자에게 나타나는 1차적인 효능들입니다. 물론 이외에도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수행에 대한 두려움과 게으름, 그리고 인내 등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열심히 수행하여 얻은 작은 선물에 불과합니다. --- p.111
이제 당신은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마음을 모아 관세음보살을 칭명할 수 있으며 공부가 부드럽고 편안하며 악업이 녹아내려 몸과 마음이 맑고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번뇌망상이 끊기고 녹아 자성에 스며들어 너와 나 그리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법열(法悅)의 즐거움과 행복감을 만끽할 것입니다. 때로는 몸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생각이 텅 비어 맑은 것을 느끼니 공(空)을 알기도 합니다.
식이 맑아지니 식광(識光)이 비쳐 ‘내가 견성했다, 깨달았다’는 잘못된 오해가 들기 쉽습니다. 또 식이 맑고 밝아지니 미래를 정확히 예언 한다거나, 일반적인 눈으로 볼 수 없는 천기를 감득하거나, 남의 마음을 꿰뚫는 타심통이 열리기도 하며, 다른 사람의 전생ㆍ내생이 보이고, 다른 이의 수행경지를 판단하고,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분별하고 마음 깊이 슬퍼하고 즐거워하며, 생각만 하면 무엇이든지 이루어지고, 우주를 내다볼 줄 알고 진리를 스스로 만드는 등 육근을 통해 펼쳐지고 만들어지는 것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더욱 자세하게 설명한 부분은 『능엄경』의 오십변마장(五十辨魔障)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견성을 했거나 깨달았거나 일념이 된 것이 아니라 식이 맑아져서 찾아오는 식광의 마(魔)경계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르러 아주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경계를 붙잡고 사용하느냐, 아니면 놓아 버려야 하느냐 중에 한 가지를 선택을 해야 합니다. --- p.120
묘력은 어떤 다급한 상황에 처해졌을 때 묘한 힘이 펼쳐질 수 있게 합니다. 일종의 초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도나 마음수행에서 얻은 힘이 다급하거나 위급한 상황에 처할 때 마음을 따라, 생각을 따라 불보살의 가지와 가피의 힘이 작용하여 수행자를 지키거나 뜻하는 바를 이루게 합니다. 그 대표적인 묘력의 사례가 염피관음력(念彼觀音力: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는 힘으로)과 관음묘지력(觀音妙智力: 관세음보살의 묘한 지혜의 힘으로)입니다.
관세음보살 일심칭명은 마음이 밝아져 깨달음을 얻지만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칭명하는 힘만으로 온갖 재난과 저주로부터 나를 지키고 풀어주며 원력을 성취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음을 이루어서 나를 괴롭혔던 재난과 번민은 청정한 눈과 지혜의 눈과 그리고 대비의 눈으로 변하여 변화무쌍한 세상을 관하고, 몸 덩어리는 그대로 천개의 손이 되어 고통에서 허덕이는 중생에게 이익을 주니 이만한 묘력은 없을 것입니다. --- p.180
관세음보살을 끊임없이 칭명하며/ 돌이켜 나를 보니 내가 관세음보살일세/ 마음이 생기면 모든 법이 만들어지고/ 마음이 없어지면 모든 법이 없어짐을/ 허공 속에 묻어두니/ 일(日)토끼 월(月)토끼가 춤을 추네.
나의 집착에서 벗어나니 내가 본래 관세음보살이라는 것을 깨닫고, ‘심생종종법생(心生種種法生) 심멸종종법멸(心滅種種法滅)’이라 마음이 생겨나면 온갖 법도 따라 생겨나고, 마음이 사라지면 온갖 법도 따라 사라진다는 『화엄경』의 핵심사상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일체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나간다)의 법까지 놓아버리니, 일월이 춤을 춘다. 즉 해와 달이 이글거리며 밝게 비춘다는 깨달음의 게송입니다.
--- p.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