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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손가락으로 쓰다

굳은 손가락으로 쓰다

: 루게릭병 환자 이원규 박사의 한국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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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12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79쪽 | 506g | 152*220*20mm
ISBN13 9788970904450
ISBN10 89709044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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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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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들어온 어른들 말씀 중에 “아홉수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집안 식구 중에 스물아홉 살, 서른아홉 살, 예순아홉 살 등 아홉수에 든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개인적으로나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나는 이것이 미신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아홉수가 세 개나 들어간 1999년. 우울하고 암울한 세기말 데카당스(decadence, 퇴폐주의) 분위기의 어수선함도 누그러져가던 그해 12월 말. 도대체 나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그해 12월 20일 오후 2시 40분경이었다. 집 근처 풍납동 서울중앙병원(현 서울아산병원) 원내약국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방금 약국에서 받은 약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약들은 먼저와 다름없이 몇몇 비타민제와 ‘리루텍(Rilutek)’이라는 하얀 알약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리루텍을 예전과 달리 종이로 된 갑 속에 들어 있는 채로 받았다. 나는 그 갑을 열고 내용물을 확인하다가 무심코 안에 들어 있는 설명서를 꺼내 읽어보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약은 수년 내에 사망하는 ALS 환자에게 수명 연장이나 기관절개를 늦춰주는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인정한 유일한 약으로…….’
이 무슨 날벼락 같은 말인가. ‘수년 내에 사망’은 뭐고, 또 ‘ALS’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방금 전 신경과 진료실에서 의사선생님은 먼젓번 찍은 머리 MRI(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 사진에는 별 이상이 없다며 다른 말씀은 없지 않았는가. 나는 몹시 놀랍고 두려운 마음으로 그 글을 읽고 또 읽어보았다. 그러고는 곧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해보았다.
그렇다! 그해 8월 서울대병원 신경과에 가서 처음 진료를 받았을 때부터 나는 내 몸의 병명도 모른 채 의사가 처방해준 이 약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의사선생님은 빨리 입원해서 정밀검사를 받아보자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내가 무슨 불치병에라도 걸렸단 말인가. 이렇게 건강한 내가 그럴 리가 없지!
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병원 문을 나섰다. 그러고는 집과 병원 사이에 있는 성내천 제방 둑길을 따라서 천천히 걸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따라 성내천에는 초겨울 찬바람이 강하게 몰아치고 있었고 두 손을 바바리코트 호주머니 안에 깊게 넣은 나는 흐르는 콧물을 닦으려 손을 꺼내는 것조차 귀찮아 연신 콧물을 훌쩍거리며 걸었다. 그날만큼 그 둑길이 그렇게 길고 아득하게 느껴진 적도 아마 없었을 것이다.
--- p.25
일 년 전 가을 이곳 설악산을 다녀간 바로 이튿날부터 엊그제 이곳에 다시 올 때까지 꼬박 일 년 동안 나는 이 책을 썼다. 아내가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나를 컴퓨터 의자에 앉혀놓으면 나는 아내가 퇴근할 때까지 하염없이 아내를 기다리며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었다. 온몸이 거의 마비된 나는 혼자의 힘으로는 의자에서 스스로 일어설 수도 없기 때문에 아내가 올 때까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했다. 그 시간 동안 마우스 위에 힘없이 올려진 오른쪽 가운뎃손가락 한 개만을 사용하여 화상 키보드로 글을 쓰고 인터넷 검색을 하고 그러다가 지치면 고개를 앞쪽으로 바짝 떨어뜨린 채 낮잠을 잤다.
한여름에 어쩌다 모기나 파리가 달려들어도 나는 두 눈만 속절없이 끔벅거리며 그들이 내 몸에 싫증을 내고 사라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가려운 데가 있어도 긁지 못하고 땀이 흘러도 닦지 못하며 눈에 뭐가 들어가도 비빌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생각은 머릿속에 넘쳐흐르는데 그것을 그때마다 제대로 표현하거나 기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손가락 한 개로 마우스를 조작하여 화상 키보드를 하나씩 찍어서 글을 작성하려니 이제 비장애인들이 10분이면 쓸 수 있는 분량을 나는 2~3시간 정도 걸려야 했다. 그러나 같은 방법으로 먼젓번 박사학위 논문에 이어 이번에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스티븐 킹(Stephen Edwin King)은 "빨리 읽고 빨리 써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나의 '글쓰기 작업'은 어쩌면 애초부터 대단히 무모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일 년 동안 만큼은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하여 글을 쓰는가?'라는 의문과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하여 사는가?'라는 의문을 동일시하는 작가정신에 잠시라도 치열해지고 싶었다.
산의 정상을 올라가 봐야만 꼭 그 산의 진면목을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설악산에 열 번 넘게 와봤지만 최고봉이라는 대청봉에 나는 올라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이곳에 올 때마다 등산은커녕 산의 어귀인 소공원에서만 서성이다가 돌아서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휠체어에 오래 앉아 있어서인지 목덜미와 등허리가 저려왔다. 소공원을 나와 설악을 뒤로하고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내년 가을에도 이곳에 올 수 있을까'라는 짧은 상념에 빠졌다. 그러나 그 상념은 "내년에는 건강을 꼭 되찾아서 대청봉까지 같이 손잡고 등반해요."라는 아내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사라졌다.
차가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들자 햇살이 앞 유리창 정면으로 강하게 쏟아져 들어왔다. 일찌감치 서쪽 멀리 자리 잡은 태양은 같은 쪽을 향하여 길게 뻗어 있는 고속도로 위로 아직도 강렬한 햇살을 필사적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아내가 나의 얼굴에 선글라스를 끼워주었다. 아내는 운전 도중 가끔씩 나를 보며 미소를 보냈다. 나는 그때마다 나의 짙은 선글라스 유리알 위로 반복하며 떴다가 사라지는 '강철로 된 무지개'를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강철처럼 강하고 확고하며 영원한 희망을.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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