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나라를 찾아서』는 국내 저자가 쓴 최초의 ‘『나니아 연대기』 해설서’입니다. 두 분이 언제, 어떤 계기로 이 책을 함께 쓰기로 의기투합하셨나요?
홍종락(이하 홍) : 판타지의 고전인 『나니아 연대기』는 대학생 시절부터 즐겨읽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도 많이 돌렸던 책입니다. 그러던 중 몇 년 전부터 이 책을 함께 읽고 생각할 거리를 나누는 일종의 지침서 내지 안내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혼자서 진행도 지지부진하던 차에 문학을 전공한 정 선생님 생각이 나서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귀신 작전’이라고 할까.
정영훈(이하 정) : 제 경우, 『나니아 연대기』를 2-3년 전쯤에 읽었어요. 원서로 먼저 읽다가 나중에야 번역판이 나온 걸 알고 그걸로 읽었지요. 당시 박사 학위를 쓰느라고 한창 고전하던 차였는데, 평소에 논문과 달리 조금은 부담없이 쓸 수 있고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같이 하기로 했지요.
해외에는 이미 여러 권의 ‘나니아 연대기 해설서’가 나와 있고 또 국내에도 최근 번역이 되기까지 했는데, 두 분이 함께 쓴 『나니아 나라를 찾아서』가 기존의 해설서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정 : 제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나니아 연대기』를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생각, 논리를 충실히 따라가는 것을 일차적인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무엇보다 해외에 여러 해설서가 나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 책들을 아예 보지 않기로 했어요. 그저 우리가 읽고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풀어가 보자고 생각했어요.
홍 : 기존의 해설서들은 대부분 『나니아 연대기』를 기독교 복음의 상징으로 읽어내어 일대일 대응을 하거나, 관련된 성경구절을 찾는 기계적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건 C. S. 루이스도 경계했던 점인데, 그렇게 직접적으로 대치해가며 읽기보다는 상상력으로 읽기를 바랐던 거지요. 그런 도식적이고 기계적인 접근방식은 솔직히 별로 재미가 없지요. 그래서 저희는 최대한 그런 접근방식을 버리고, 각자 특기에 맞게 정 선생님은 문학적 읽기 관점에서 “스토리”를 따라가며 읽어냈고, 저는 전체 일곱 권의 열쇳말을 찾아서 그 열쇳말로 전체 스토리를 꿰뚫어 보는 방식을 취했던 거지요.
두 분이 해설서를 공동 집필하면서, 원작인 『나니아 연대기』에서 특별히 강하게 다가오거나 새롭게 재해석된 부분이 있었는지요?
홍 : 문학작품을 보면 작품 자체에서 비중이 크지는 않아도 작가의 애정이 느껴지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나니아 연대기』의 마지막 권인 <마지막 전투>에는 우둔하지만 착한 곰이 나옵니다. 비중이 적은 단역들을 주의 깊게 살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정 : 1권인 <마법사의 조카>에 보면 주인공 폴리와 디고리가 계속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그것 때문에 큰 문제가 생깁니다. 루이스의 다른 작품을 보면 교만에 대해 아주 심각하게 경고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새벽출정호의 항해>에서 유스터스가 용으로 변하는 장면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간이 죄인이라는 것을 탁월하게 형상화하고 있거든요.
『나니아 연대기』 원작이나 영화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은데, 원작과 해설서인 『나니아 나라를 찾아서』를 어떻게 읽으면 더욱 유익할는지요?
정 : 나니아 연대기는 해석의 여지가 대단히 많이 열려 있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쓴 해설서는 그 열린 작품을 보는 하나의 눈입니다. 이 책이, 기독교적 지성이 넘치는 상상력으로 형상화한 이 작품을 상상력과 논리력을 발휘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하나의 눈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홍 : 마법이나 마녀, 요정이 등장한다고 해서 거부감을 갖지 말고, 상상력을 죄악시하지 말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해설서를 통해 이야기를 더 깊이 읽고 나눌 수 있는 거리를 찾았으면 합니다. 교회의 소모임이나 친구들 모임 등을 통해 함께 읽고, 영화도 본 뒤에 토론이나 대화의 장을 펼친다면 훨씬 더 풍성한 나눔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