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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향, 나상 외

탈향, 나상 외

: 이호철 단편소설 5

이호철 | 새미 | 2001년 03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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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588쪽 | 866g | 148*210*35mm
ISBN13 9788989352297
ISBN10 8989352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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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복을 입은 맏딸이 아내에게 말한다, "어머니, 우리도 라일락꽃을 심어요, 어머니.", "그래라"하고 아내가 자신있게 대답한다, "심자꾸나, 못심을 까닭이야 없지 않니."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은 일은 못 할 일이야 있겠니, 나이 든 식모가 뜰 가생이로 지나간다, 아내가 말한다, "어멈, 어딜 가우?" 어멈은 대뜸 우그러들며 무엇이라고 중얼거린다, 오줌이 마렵구나, 오줌이 마렵구나, 머리가 까만 어머니가 뽕나무에 올라가 있다, 풋풋한 뽕밭 냄새가 코에 시리다, 서쪽 산에 걸린 붉은 해가 굉장히 크다, "어머니, 저 해 좀 봐." 어머니는 들은 체도 안한다, "어머니, 저 해 좀 봐, 저 해." 해는 중천에 있을 때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다, 해의 키가 커져서 손발이 생겨서 성큼성큼 이편으로 올 것 같다. 서산 그늘이 우우 소리가 나듯이 달려오고 있다, 엎디어 있던 보리밭이 그늘에 쓸려 일어선다, 은행나무 위의 까치집이 반짝반짝한다, 죽은 어머니를 끌어안고 울다가 아버지는 뜰에 나와서 또 울고 있다, 어머니의 풀어진 머리카락이 길어서 어머니 같지가 않다, 지붕 위에 수염이 시커먼 사람이 올라가서 고함을 지른다. 사방이 쩌렁쩌렁 울린다, 밑에서 아버지가 울다가 그 사람을 쳐다본다,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몰려온다, 갓을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고 차례차례로 와서 절을 한다,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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