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혼자 살고 있는 쉰여섯의 늙은 검술 교사 돈 하이메 아스타를로아는 귀족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마드리드 최고의 검술 교사이지만, 겨우겨우 교습비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1868년의 뜨거운 여름, 이사벨 2세 여왕 정부에 대한 반발 세력들이 강력한 군대를 일으켜 정권을 전복시킬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정치적으로 이렇게 어수선하던 어느 날 돈 하이메에게 자신을 아델라 데 오테로라고 소개한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다가온다. 그녀는 돈 하이메가 직접 창안한 <2백 에스쿠도> 검법이라 불리는 공격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돈을 두 배로 주겠다면서. 돈 하이메는 그녀가 여자라는 이유로 거절하지만, 곧 그녀가 그가 지금까지 봐왔던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뛰어난 검술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침내 그녀는 그의 연습실에서 수업을 받게 되고, 돈 하이메는 그녀를 만나면 만날수록 그녀의 미모와 재능과 신비스러움에 빠져 든다. 그러던 어느 날, 아델라 데 오테로는 돈 하이메에게 그의 또 다른 고객, 루이스 데 아얄라 후작과 대련하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느지막한 인생에 사랑의 감정을 새로이 느끼는 돈 하이메는, 평소 정치와 사회와는 담을 쌓으며 주변인으로 존재해 왔고 또 그렇게 조용히 삶을 정리하려던 순간에 갑작스레 찾아온 모순된 감정에 갈등한다. 하지만 질투한다고 생각할까 겁이 난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아얄라 후작에게 소개시켜 주고, 그 둘의 만남을 가슴 아프게 바라본다. 그렇게 마음을 달래던 중, 후작은 돈 하이메에게 그녀에 대해 몇 가지를 물어 오면서, 목숨처럼 생각하는 서류를 좀 맡아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던 어느 날, 후작이 숨진 채 자신의 저택에서 발견되고, 이어 강력한 용의자로 전날 밤 만났던 아델라 데 오테로가 지목된다. 게다가 후작은 그가 그녀에게 가르쳤던 <2백 에스쿠도> 검법으로 살해되었고 그녀의 행방도 묘연한 상태였다. 돈 하이메는 이 모든 것이 그 서류와 관련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를 감싸기 위해 이 사실을 숨기고 몰래 그 서류를 뜯어본다. 그러나 후작의 삼촌인 전 행정부 장관과 정부 측의 최고 권위자 나르바에스가 주고받은 서신이 대부분이고, 정치에 문외한인 돈 하이메로서는 이것이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 갈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고민하던 돈 하이메는 결국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정치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 카르셀레스에게 그 서류를 보여 준다. 카르셀레스는 마침내 그 서류에 숨은 비밀을 알아내지만 돈 하이메가 아델라 데 오테로의 시신을 확인하러 경찰서에 간 사이 서류를 가지고 사라진다.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그녀의 시신을 본 돈 하이메는 충격으로 할 말을 잃지만 그녀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오히려 안도하고 그 살인자를 꼭 잡고야 말겠다고 다짐한다. 서류를 찾으러 카르셀레스의 집으로 간 돈 하이메는 난자당한 채 침대에 묶여 있는 그를 발견한다. 이어 뒤에 숨어 있던 두 괴한으로부터 공격당하지만 가져갔던 검으로 뛰어난 순발력과 담력을 발휘하여 그곳을 무사히 빠져나온다.
돈 하이메는 결국 담당 경찰에게 잃어버린 서류와 관련된 모든 일들을 솔직히 얘기한다. 이에 경찰은 그에게 멀리 피해 있으라고 하지만, 도망가는 것보다는 맞서 싸워 정의롭게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각오로 돈 하이메는 집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범인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잔인한 살인자 대신 새벽에 현관문이 열리고 나타난 것은 아델라 데 오테로였다. 또한 놀란 돈 하이메에게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는 더욱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녀는 그 서류 때문에 아얄라 후작, 카르셀레스, 그리고 자기 가 죽은 것으로 하기 위해 자신과 많이 닮았던 하녀까지 무참하게 죽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핵심이 담긴 가장 중요한 편지 한 장을 내놓으라고 하고, 영문 모르던 돈 하이메는 그것이 자신의 책장 서랍 밑에 떨어져 있음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아얄라 후작의 삼촌인 전 행정부 장관이 쓴 이 편지에는 아델라 데 오테로가 모시고 있는 <그분>에 대한 내용이 실명을 거론하며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다. <그분>은 정부의 반대 세력에게 자금을 대다가 정부 측에 들통났고, 정부 측은 그것을 미끼로 그에게 이중 간첩 노릇을 요구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세는 판이하게 달라졌으므로 이 사실이 반대 세력에게 유출되기 전에 이 서류들을 없애기 위해 아델라 데 오테로가 나섰던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된 돈 하이메에게 아델라 데 오테로는 사악하고도 잔인한 미소를 짓고 그를 비웃으면서 검으로 내리친다. 엄청난 충격으로 순간 정신이 멍했던 돈 하이메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이 위기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연습실 쪽으로 도망간다. 하지만 거기에는 진검은 없고 연습용 검뿐이다. 연습용 검으로 아델라 데 오테로의 진검과 대결해야 하는 돈 하이메는 그러나 침착함을 유지하여 마침내 그녀를 쓰러뜨린다. 아울러 평생 숙원이었던 완벽한 공격술을 비로소 터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