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5년 07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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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372g | 142*205*20mm |
ISBN13 | 9788950960865 |
ISBN10 | 8950960869 |
발행일 | 2015년 07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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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372g | 142*205*20mm |
ISBN13 | 9788950960865 |
ISBN10 | 8950960869 |
◆ 추천사 | 양은냄비에 끓이는 거라고 그렇게 무시하는 거 아니다! _ 김정운(문화심리학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 한국어판 서문 | 한국인의 영혼을 가진 일본인, 한국식 라면 맛에 빠지다 ◆ 프롤로그 | 누구나 가슴속에 라면의 추억이 있다 1장 전쟁 이후의 혼돈을 뚫다 - 오쿠이 기요스미의 도전 동란의 포성 / 건면에서 출발하다 / 아홉 번의 실패, 한 번의 성공 / 한국전쟁의 종결 / 메이지 이후의 최대 발명품, 자동건조장치 / 일본 최고로의 비약 2장 쓰레기 더미 위에서의 재기 - 전중윤의 결의 피난열차 안에서 / 갈기갈기 찢긴 민족의 통한 / 동방생명을 설립하다 / 군사정권의 등장 / 꿀꿀이죽에 몰려드는 사람들 3장 인스턴트 라면에 도전하다 - 오쿠이 기요스미의 선택 라면의 생명, 스프 연구 / 대실패로 끝난 시식회 / 제2공장 건설 / 북양상회의 제의 / 산화해버린 기름 / 특허분쟁 / 인스턴트 라면의 새 출발 / 스프 별첨 라면의 탄생 4장 국민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하여 - 전중윤의 변신 첫 관문 / 재계 실력자 이정림에게 직언을 하다 / 궁지에 몰린 식량 사정 /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 심각한 외화 부족 / 정권의 핵심, 김종필의 협력 / 일본행 티켓 5장 해후 - 1963년의 봄 이탈리아와의 기술협력 / 초대받지 않은 손님 / 실오라기 같은 희망 / 운명적인 회담 / 바다 저편으로 보이는 그것 /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 6장 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파격적인 기술제휴 / 라면의 사회적 효과 / 전설 속의 배합표 ◆ 에필로그 | 라면, 한국을 날다 ◆ 라면의 문화사 | 라면, 대한민국 식탁 위의 혁명 _ 양세욱(인제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동아시아 음식문화사 전공) ◆ 라면, 알고 먹자 | 라면에 관한 오해와 진실 ◆ 화보로 보는 라면의 역사 |
광복절 연휴에 대형 서점에 갔다가 고전적인 포장의 라면이 한무더기 쌓여있고, 그 옆에 놓여있는 이 책을 보는 순간 그 옛날 라면에 대한 향수가 물밀듯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라면은 이제 건강이나 체중조절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왠만 하면 기피하는 음식이다. 요즘 라면은 고속도로 휴게소나 겨울산에서 말고는 별로 먹지 않지만 청년기를 돌이켜보면 거의 매일 라면을 먹었던 것 같다. 대학 졸업반이던 시절 기숙사에서 야식으로 먹던 라면맛은 지금도 간혹 생각난다. 철제로 된 이층침대에서 친구랑 밤늦게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한 사람이 우리 '수면제' 먹으러갈까 말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이불을 박차고 매점으로 향하곤 했다. 라면을 다 끓인 후 생계란을 얹어주면 계란을 휘휘 저어서 국물과 노른자를 걸쭉하게 섞어 먹고 방으로 돌아오면 수면제가 약효를 발휘해 스르륵 잠이 들곤했다. 지금은 별별 라면이 다 나오고 있지만 그때처럼 황홀한 라면 맛은 다시 먹어보지 못했다. 아마 우리 세대의 한국사람 중에 라면에 얽힌 추억이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라면은 알다시피 일본사람들이 개발해낸 것이다. 우리들이 어렸을때 동네의 작은 국수공장에 빨래처럼 줄줄이 매달려 건조되던 소면의 전통에 중화요리의 국물맛을 더해 인스탄트 음식으로 탄생되었다. 처음에는 스프가 따로 없이 국수에 맛이 스며들게 해서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하니 지금의 컵라면에 더 가까운 형태였던 셈이다. 나중에 스프를 따로 포장하고 냄비에 끓일 수 있도록 만들어 계란이나 야채 등을 곁들여 조금은 요리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발전해 나갔다. 이 책은 한일 라면역사에 중요한 두 인물인 일본 묘조식품의 오쿠이사장과 한국 삼양식품의 전중윤사장이 라면을 매개로 운명적으로 만나기까지의 개인사를 교대로 써가며 배경이 된 격동의 한일근대사를 기업인의 입장에서 반추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전쟁의 폐허에서 굶주리고 있던 동포들에게 값싸고 간편한 식품을 공급해야겠다는 공통된 기업이념이 있었기에 만나자마자 마음이 통했고 평생 우정을 이어나갔다. 건면을 만드는 기계를 개발하고도 특허를 신청하지 않고 일반에 공개한 양심적 기업인인 후쿠이 사장이었지만 한국에 생산설비라인을 원가에 제공하고 무상으로 기술지원을 해준데에는 먼저 이탈리아 사람들이 묘조식품에 무상으로 스파게티를 만드는 기술을 원조해준 것에 대한 보답이기도 했다.
삼양라면은 처음에는 고전했지만 미국의 밀가루원조와 쌀부족으로 인해 시작된 혼분식장려운동의 바람을 타고 눈부시게 성장했으니 우리나라 기업성장에는 늘 정치의 바람이 불었던 셈이다. 그후 우지파동으로 사세가 기울어지고 이제 라면업계의 1위 자리는 다른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의 무게 중심은 일본에 많이 기울어 있어 정작 삼양라면의 이야기는 에필로그 형식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라면의 역사는 속편으로 내도 좋을 것 같다. 후쿠이 사장과 전중윤 사장 덕분에 이제는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라면을 찾아볼 수 있으니 그들의 기업가 정신은 칭찬받아 마땅해 보인다. 그러나 저자가 이들에 대해 한없는 호의와 존경을 담아서 이 책을 썼기에 이들의 과오보다 공적에 대해 주로 기록된 편향된 책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래도 변혁의 열기가 식어버린 일본 시민사회 운동을 위해 한창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고려대학교를 선택해 한국어를 배우고, 동학이념을 좋아해 일본에서 '녹두'라는 한국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에 대해서는 호감이 느껴진다.
방학이면 세 끼를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불편함으로 한 끼 정도는 면으로 해결할 때가 있다. 다양한 면이 나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고 있지만 인스턴트식품이 갖는 부적합한 영양 성분 때문에 즉석 식품을 꺼려하는 편이다. 어쩔 수 없이 라면을 섭취해야 하는 경우 열량을 낮추고 몸에 안 좋은 성분을 거르기 위해 두 군데의 냄비에 물을 끓였다가 라면만 넣어 삶은 뒤 그 국물을 따른 뒤 새롭게 끓인 물에 스프를 풀어 라면을 완성한다. 자극적인 맛은 덜하지만 불가피하게 라면을 섭취하는 경우 이 방법을 따른다.
세계 인스턴트 라면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 중 1위로 오른 한국은 지난해 1인당 연평균 라면 섭취량은 74.1개라니 날로 이채로운 라면이 출시되는 것만 봐도 라면 시장은 불황을 모르고 있다고 여길 정도다. 라면 마니아가 많은 만큼 한국의 라면 시장은 활성화되어 세계로 수출되는 품목으로 각광받는다니 인스턴트식품인 라면의 성장세를 가늠해볼 수 있다. 제국주의의 침탈로 곤핍한 시기를 지내고 광복 후 국가 재건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여력도 없이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한국의 식량난 타개를 목적으로 1963년 9월 한국 최초의 라면으로 삼양 라면은 출시되었다.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서 주식인 쌀을 대체하여 한 끼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식품을 공급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라면은 삼양식품 설립자인 전중윤 회장과 일본의 묘조식품의 오쿠이 사장의 인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오쿠이 사장은 가난한 나라 한국의 국민들이 누구나 배부르게 먹기를 바란다는 간곡한 전회장의 호소를 받아들여 라면 제조과정에서부터 기밀에 해당하는 스프 배합표까지 알려주며 협력 체제를 굳혀 갔다. 한 집안의 음식 맛은 장맛이 결정짓듯 라면의 국물 맛은 스프 맛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도 오쿠이 사장은 실패를 거듭하여 이뤄낸 스프 배합표까지 내주었다. 그 후 전 회장은 전수받은 라면 제조 공법 기술을 토대로 대량생산으로 박리다매를 내걸고 라면 시장을 이끌어갔다. 라면의 원활한 재료 공급을 위해 대관령 목장을 인수하여 5원 짜리 꿀꿀이죽으로 주린 배를 채우는 국민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주었다.
한국 전쟁 후 보험업계의 실력자로 부상한 전중윤 회장은 위기에 몰린 제일생명을 구하라는 재무부의 요청대로 보험사 사장 자리에 올랐지만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보험계를 떠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였다. 유지(油脂) 제조회사인 민성산업을 인수해 삼양제유로 바꿔 라면 제조 원료 중 유지부터 시작할 요량이었다. 기존에 걸었던 길과는 다른 길이었기에 무모해보일 수 있는 길이지만 가지 않은 길에 도전하며 척박한 환경을 극복해나갈 용기를 내었다. 일본의 닛신식품 안도 도모후쿠의 라면 발명 이후 오쿠이 사장의 도움으로 건면사업에 착수하여 굴지의 라면 식품업계를 키워 온 동안 공업용 쇠기름 사건으로 타격을 받기도 하였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기업을 키워왔다.
주황색 표지에 삼양 로고가 박힌 라면을 양은 냄비에 끓여 둥근 소반에 둘러앉아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을 피해 후루룩거리며 젓가락질하던 추억은 따스함으로 스며든다. 다양한 즉석 식품들이 주를 이루는 바쁜 시대 트렌드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하면 시장은 다양한 요리법만큼이나 소비자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라면이다. 급식이 이뤄지지 않을 때 학교를 다닌 아이들은 컵라면에 물을 부어 후루룩 먹던 기억 때문에 라면은 쳐다보기 싫다고 하지만 가슴이 아려올 때면 따끈한 라면 국물에 식은 밥 한 덩이 넣어서 울음을 삼키던 음식이다. 인스턴트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칼칼한 라면을 먹어야할 때는 냄비 두 개에 물을 끓여서 염분과 칼로리를 낮춰서 먹을 필요가 있을 듯하다. 해외 오지를 여행 할 때 무심코 들른 구멍가게에서 발견한 한국 라면을 보고 반가움에 일렁이는 눈물을 감추고 라면을 사서는 봉지에 뜨거운 물을 넣어 반쯤 불린 라면을 먹었던 기억은 집을 나설 때마다 생각난다. 지금은 추억 속 아련한 향수를 달래는 음식 라면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뿌리를 내리기까지의 역사를 통해 굶주림을 면해주는 유용한 음식으로 사랑받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라면의 탄생과 역사 [라면이 바다를 건넌날]
나는 세계 최고 라면 소비국인 한국의 국민이어서
라면을 허구헌 날 끓여먹는다.
어쩌다 보니 라면은 김치와 찰떡 궁합이 되어서
김치가 떨어질 날 없는 우리 식탁위에 함께 놓여 매콤한 맛으로 나의 혀를 중독시켜 버렸다.
라면 한 봉지를 뜯으면 물만 팔팔 끓여서 꼬불꼬불 라면을 쏙 집어넣고 4분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
그 기다림이 싫으면 3분이면 끝나는 즉석 라면도 있다.
이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라면은 어렸을 적에도 맛있었지만, 지금 먹어도 맛있다.
가정주부가 되어서는 때때로 밥 대신 끼니를 해결해 주는 라면이 고맙기까지 하다.
라면에 대해서는 나쁜 점을 끄집어내기보다 찬양에 가까운 좋은 점 말하기가 더 쉽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라면은 좀 짜게 끓여 먹은 다음 날 얼굴이 좀 붓는 것 말고는 트집 잡을 일이 있을래야 있을 수 없는, 그야말로 은혜로운 식품 아닌가...
(이렇게 하여, 무늬만 가정주부인 나의 본색이 완전히 탄로나게 됨.)
어느 날은 라면을 맛있게 끓여서 먹고 있는데 평소 쓸데없는 질문 많기로 소문난 우리집 딸래미가
"라면은 왜 꼬불꼬불해?" 라고 물어봤다.
음, 뭐~ 튀겼으니까 꼬불꼬불해졌겠지? 라고 대충 둘러대고는, 찾아봐~ 라며 등을 떠밀고 얼버무리고 말았지만, 어디선가 그 답을 한 세 가지 정도 들은 적이 있는데 기억이 안 나서는 이 머리를 마구 쥐어뜯은 적이 있다.
이 책은 주로 중국에서 만들어진 면이 일본으로 건너와 인스턴트 라면으로 탄생하게 되었고, 다시 우리 나라로 들어오기까지의 삼국의 라면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라몐, 일본에서는 라멘, 우리나라에서는 라면이라고 불린다.)
그 중에서도 일본과 우리나라의 라면대중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두 인물, 오쿠이 기요스미와 전중윤의 라면에 대한 열정을 그려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일본 식탁문화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인스턴트 라면의 발명가 안도 모모후쿠와 동시대를 살았던 오쿠이 기요스미는 묘조식품을 세워 일본 최고로의 비약을 꿈꾸었다.
한편, 해방 후 체신부 행정관으로 일하던 전중윤은 동방생명의 부사장으로서 경영 능력을 널리 알리게 되고 제일생명 사장으로 일하게 되었지만 꿀꿀이죽을 얻어먹고 있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고 식품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하여 삼양식품을 만든 그는 일본에서 라면제조기술을 배워오려 하지만 배타적인 일본 라면업계로부터 거절만 당하다가 묘조식품의 오쿠이 기요스미를 만난다.
전중윤의 진심을 알아주고 한국을 머나먼 이웃이라 생각하지 않는 오쿠이 기요스와의 만남은 파격적인 기술제휴로 이어졌고 오쿠이는 별첨스프의 비법을 선물로 전해주기까지 했다.
전중윤과 오쿠이 기요스미의 인연은 각 인물들의 '전기' 속 일화처럼 생생하게 읽힌다.
어찌 보면 그 생생한 대화를 소리로 옮겨다 놓는다면, 격동의 근대사를 다룬 라디오 드라마처럼도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글을 쓴 사람은 일본인이고,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작가는 한국인의 영혼을 가진 일본인으로 자부하며, 한국인의 소울푸드 라면의 탄생과 역사를 추적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이 책에는 한일 양국의 근대사 뿐만 아니라 기업가들의 경영 멘토링, 기업가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뿐만 아니라 책의 말미에는 라면에 관한 오해와 진실, 코너를 만들어두었다.
앞서 내가 궁금해 했던 라면의 면발이 꼬불꼬불한 이유도 명쾌하게 실려 있음은 물론이다.
라면의 초창기, 일본에서는 면에 양념을 가미해서 끓여먹다가 나중에 별첨스프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우리나라로 건너와 한 끼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을만큼 양이 많아졌고, 일본 라면과는 달리 매운 맛이 강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주눅들지 않을 만큼 다양한 맛과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는 우리 라면의 문화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라면에 사활을 건 한국과 일본의 두 남자 이야기가 뜨끈한 라면 국물처럼 짜르르 마음 속에 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