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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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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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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6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03쪽 | 494g | 128*188*30mm
ISBN13 9788984985445
ISBN10 898498544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오래된 이치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것, 모든 권력은 악용된다는 것, 광신은 어떤 것이든 이성의 적이라는 것, 선동은 불의에 맞서는 힘을 규합할 목적이라도 여전히 선동이라는 것, 전쟁은 신이 더 막강한 군대의 편이라고 믿는 승자의 눈에만 영광으로 비친다는 것. 어쩌면 이게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암흑의 순간에 책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인지 모른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글로 확인하기 위해서 […] 비극적인 사건이 있고 며칠 후, 그날 아침 내내 세계무역센터 근처 책방에 갇혀 있었다는 사람의 얘기를 들었다. 먼지가 가라앉길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사이렌과 비명이 들려오는 와중에 계속 책을 뒤적였다. 사토브리앙은 프랑스혁명의 혼란기에 파리에 막 도착한 브르타뉴 시인 한 명이 베르사유궁전 관람을 부탁했던 일화를 들려준다. “세상엔 이런 사람들도 있다.” 샤토브리앙은 말한다. “제국이 무너지는데, 그 옆에서 분수와 정원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 p.88~89
수업 시간에 진도를 따라가는 것과 혼자서, 그것도 나무 아래서 책을 읽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예를 들어, 보좌신부와 이발사가 더 이상의 미친 짓을 막기 위해 벽을 발라버리기로 한 돈키호테의 서재에 대해 레르네르 선생님이 꼼꼼하게 설명하시던 게 기억난다. 그런데 혼자 읽었을 땐, 늙은 기사가 자다 말고 일어나 책을 찾으러 갔는데 그 방을 찾지 못하는 부분에서 거의 눈물을 쏟을 뻔했다. 내게 그건 악몽 그 자체였다. 잠에서 깨어 책을 보관했던 방이 사라졌음을 발견하곤 더 이상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에 휩싸이는 것. 그레고르 잠자는 변신을, 자아의 상실을 받아들인다. 돈키호테는 그러는 대신, 계속 돈키호테이기 위해 사악한 마법사가 서재를 사라지게 했다는 설명을 씩씩하게 받아들인다. 환상을 가정함으로써 그는 상상 속의 자아를 충실히 간직한다.
--- p.18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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