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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콜드 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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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3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535쪽 | 740g | 128*188*35mm
ISBN13 9788952745446
ISBN10 895274544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해가 계속 떠 있는 한, 날은 건조하고 따뜻했다. 1월인데도 10월 날씨 같았다. 하지만 해가 지고 광장의 거대한 나무들이 드리우는 그림자가 서로 만나 합쳐지자, 어둠과 함께 추위가 밀려와 군중들은 몸이 얼얼했다. 몸이 얼얼해지자 사람들 수가 줄었다. 6시가 되자 300명이 조금 못 되는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신문기자들은 예정보다 도착이 지연되는 것을 욕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장갑을 끼지 않아 언 손으로 얼어붙은 귀를 찰싹찰싹 두드렸다.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광장 남쪽에서 일어났다. 차들이 오고 있었다.
어떤 기자들도 폭력 사태가 일어날 거라 우려하지는 않았지만, 몇 몇 기자들은 사람들이 약간 욕설을 퍼붓지는 않을까 예상했다. 하지만 푸른 제복을 입은 고속도로 순찰대의 호위를 받으며 살인자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관중들은 마치 살인자들이 인간 형체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수갑 찬 손, 창백한 얼굴, 눈이 부신 듯 눈을 계속 깜박이는 두 남자의 모습이 플래시와 조명등에 비쳐 번쩍번쩍 빛났다. 사진기자들은 법정으로 들어가는 죄수들과 경찰의 뒤를 쫓아 3층까지 올라가면서 군 감옥 문이 쿵 하고 닫히는 모습까지 사진으로 찍었다.
아무도 더 이상 남아 있으려 하지 않았다. 신문 기자들도, 마을 사람들도. 따뜻한 방과 따뜻한 저녁식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운 광장에 회색 고양이 두 마리만 남겨두고 군중들이 떠나가자, 기적처럼 지속되었던 가을 날씨도 함께 떠나갔다. 그 해의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 p.
"난 시력이 별로 좋지 안아요. 그래서 누가 나한테 장난치나 생각했지요. 하지만, 장난친 게 아니라는 건 나도 빤히 알고 있었지요. 유령이 아니라는 것도 빤히 알고 있었고. 나는 유령 같은 건 안 믿거든요. 그러니 누가 그런 장난을 칠 수 있겠어요? 거기 몰래 숨어 들어가서는 말이요. 경찰 말고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그러니 어떻게 들어갔겠냐고요. 라디오에서 회오리바람 예보를 할 때처럼 모든 게 죄다 잠겨 있는데. 그래서 나는 궁금해진 거요. 하지만, 뭘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어요. 나 혼자서는. 그래서 하던 일을 멈추고 곧장 들판을 가로질러 홀컴으로 갔지. 거기 가자마자, 로빈슨 보안관에게 전화를 했어요. 누가 몰래 클러터 집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고 설명했지요. 곧장 출동했어요. 군 수비대요. 보안관하고 그 부하들. 캔자스 수사국 사람들. 앨빈 듀이. 그 사람들이 집 주위를 빙 포위하고, 행동을 개시할 준비를 막 갖췄을 때 앞문이 열렸어요."
---p.196
군중이 얼마나 모였는지 별로 잘 판단하지는 못했지만, 클러터 가족을 죽인 남자들을 보겠다고 수백 명은 모였을 것 같더군요. 나는 클러터 가족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사람들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모두 그 사람들이 아주 괜찮은 사람들이었다고 그러대요. 그 사람들이 당한 일은 용서하기 힘든 일이죠. 사람들이 히콕과 스미스의 모습을 보면 어떻게 행동할 지 몰라서 웬들이 걱정한다는 건 알았어요.

(중략)

몸이 안 좋아 보이긴 하더군요. 유령처럼 창백해가지고. 음. 끔찍한 경험일 거예요. 모르는 사람들이 떼로 몰려와서 쳐다보고, 그 사이를 걸어서 지나야 한다는 것 말이에요. 내가 누군지 알고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다 아는 사람들인데 말이에요.
---p.392~393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1948년, 다소 에로틱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커버로 내세운, 동성애의 테마가 담긴 작품 『다른 목소리, 다른 방 other voices, other rooms』으로 일약 사교계의 명사가 된 트루먼 카포티는 1958년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로 그 명성을 확고히 다졌다. 오드리 햅번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마저 성공하자, 그는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는 문학적 실험을 통해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장르를 막 탄생시키려 하고 있었다.

1장 '그들이 살아있었던 마지막 날'. 2장 '신원불명의 범인들'. 3장 '해답'. 4장 '구석'. 총 4장으로 구성된『인 콜드 블러드』는 잔인한 사건이 발생하기 전만 해도, 있는지도 없는지도 몰랐을 조용한 마을 홀컴의 묘사로부터 시작한다. 곧 생의 마지막을 맞게 될 평범한 클러터 씨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이 카포티 특유의 세밀한 언어로 보여지고 다른 한편에서 두 젊은이가 캔자스 주의 경계를 넘어선다. 가장인 클러터 씨는 목이 베이고 가까이에서 엽총을 맞았다. 신경증이 있었던 그의 아내도, 남부의 전형적인 아름다운 소녀였던 16살 먹은 딸도, 호리호리하지만 아빠만큼 억셌던 15살 아들도 모두 엽총을 맞고 죽었다. 클러터 씨는 마을 전체에서도 현금을 사용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농장주. 고작 몇십 달러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에 사건은 이해할 수 없었고 너무나도 끔찍했다. 사건의 선정성은 미국 전체를 들썩이게 했고 수백 명에 가까운 인원들이 동원되고 FBI와 KBI의 수사관들은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따뜻한 집과 가족을 등졌다. 계속되는 거짓 제보 속에 하나의 단서가 발견되고 페리 스미스와 리처드 히콕은 결국 붙잡힌다. 카포티의 시선은 이들이 재판을 받고 사형수 독방에 수감되고 사형대로 향하는 열 세 계단을 오를 때까지 지속된다.

"이 책은 내게 있어서 중요한 사건이었다. 언제나 나의 창작 생활에 있어서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문제에 대해 해답을 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저널리즘 소설을 쓰고 싶었다. 대부분 신빙성 있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으며, 영화처럼 직접적이면서 산문의 깊이와 자유, 시적 정확성을 지닌 작품을."
- 트루먼 카포티

수천 매의 기록으로 만들어진『인 콜드 블러드』는 작가의 말처럼 신빙성 있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모두 현존하는 인물이었으며 사건과 언론의 보도, 수사의 방법, 그들이 체포된 경위, 수감, 사형장면의 모습까지 모두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지금도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희생자 클러터 일가, 살인자 페리와 딕 그리고 끈질긴 수사를 시도했던 듀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의 시선은 사실과 기록의 이면에 감춰져 있지만 작품 전체에 존재한다. 구성은 한없이 교묘해 독자의 감정을 쥐락펴락하고 언어는 다채롭고 화려하다.『인 콜드 블러드』에는 상반된 감정이 도사리고 있다. 독자는 클러터 가의 가혹한 죽음에 대해 연민을 갖게 되면서도 페리와 딕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포와 혐오, 이해와 연민은 묘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어떤 장르도 선사할 수 없었던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인 콜드 블러드』는 어떤 죽음 그리고 살해한 자가 또 다른 죽음에 이르는 긴 여정이다. 카포티는 사건에 관련한 모든 것과 사건이 미치는 영역의 모든 것을 자신이 창조한 장르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신빙성 있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으면서 영화처럼 선명하고 산문의 깊이와 시적 정확성을 지니고 있는 작품을 창조한 것이다. 범죄소설이 가져야 하는 모든 미덕을 지니고 당대 사회를 담담하게 응시하는 그런 작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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