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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김희선이 벼슬을 하직하고 고향에 돌아가다
제2회 김요문이 부친상을 당하니 범이 명당으로 인도하다 제3회 과거를 보려고 경성으로 가다가 길에서 액을 만나다 제4회 김요문이 현명한 관리를 만나 애매한 누명을 벗다 제5회 보쌈에 들어 후원 별당에 들어가다 제6회 금은을 써서 죽었던 목숨이 다시 살아나다 제7회 김요문이 과거를 보아 장원 급제하다 제8회 김 한림이 신방에서 재앙을 만나다 제9회 깨진 거울이 다시 합해지고 흩어진 인연이 거듭 이루어지다 제10회 김 한림이 임금께 글을 올려 악풍을 덜다 원문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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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나졸들이 몽둥이를 들고 벌떼같이 달려들며
“바로 아뢰라!” 하는 소리에 요문의 정신이 아득하다. 요문이 정신을 겨우 차리고 아뢰되 “저의 성명은 김요문이요, 거주지는 충청북도 청풍군 북면 옥녀동입니다. 이번에 과거를 보려고 서울에 올라가다가 날이 저물어 그 주막에 들었습니다. 저녁밥을 먹은 후에 데리고 온 아이 칠성과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잠깐 쉬며 밤을 지냈습니다. 칠성이 길을 재촉하기에 일어나서 떠나려 할 즈음에 이 지경을 당했습니다. 곤장을 맞아 목숨을 잃는다 하더라도 다른 일로 다시 아뢸 말씀이 없사옵니다. 설혹 흉한 행위를 행했을지라도 사람 죽인 놈이 제 입으로 바로 아뢰겠습니까마는 제가 아뢰는 말씀은 그런 데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청천백일(靑天白日) 아래에서 참으로 백백(百百) 무죄(無罪)이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명찰하신 처분만 바라나이다.” ---「제3회 과거를 보려고 경성으로 가다가 길에서 액을 만나다」중에서 “소생의 사정을 불쌍히 여기시어 흉한 일을 피하고 좋은 일을 맞이할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니 노인이 도리어 민망히 여기고 탄식하기를 “길흉화복을 임의로 할 것 같으면 세상에 신수 불길할 사람이 어찌 있겠는가? 그러나 재앙을 피할 방법을 찾아볼 것이니 그대는 잠깐 안심하라.” 하고 무수히 생각하다가 누런 종이 한 장을 내어놓고 새 봉(鳳) 자 셋을 써서 주며 말하기를 “이것이 비록 보기에 대수롭지 않은 듯하지만 깊숙이 잘 간수했다가 어떤 극한적인 상황을 당하거든 시험 삼아 내어놓으라. 그러면 혹시 도리가 있을까 하노라.” 하고 또 말하기를 “두 번째에 당할 재앙은 요행으로 은인을 만나 면할 것이지만 세 번째 당할 불운이 제일 위태한 것이라. 그 운만 지나가면 그 후로는 신수가 대통하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될 것이니 명심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귀 막고 방울 흔드는 격이니 어찌 장담이야 할 것인가?” 했다. 요문이 공손히 받아 들고 하직하고 그 집을 나섰다. 마음에 한편으로는 놀라고 한편으로는 다행히 여기며 숙소로 향했다. 만호장안(萬戶長安)은 밤을 따라 적막하고 달은 이미 중천에 높이 떠 있었다. 마음속 궁리가 무궁한 중에 한 골목을 돌아오는데 난데없는 사내놈들 여럿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달려들었다. 그러고는 요문의 팔다리를 동여매며 입을 막고 큰 보자기로 전신을 씌워 가마 안에 들여놓고 비바람 치듯 몰아가는 것이었다. 팔과 다리, 입은 이미 꽁꽁 묶여 말 한마디, 동작 하나를 할 수가 없거니와 당장에 닥친 광경은 이전에 화성에서 당할 때와 흡사했다. ---「제5회 보쌈에 들어 후원 별당에 들어가다」중에서 갑자기 창밖으로부터 인기척이 나며 한바탕 찬 바람이 엄습하고 문고리가 덜걱하더니 어떤 놈이 들어오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못된 일이 생긴 듯 화닥닥 다시 돌치고 나가는 것이었다. 캄캄한 방 안에서 황겁히 일어나 앉아 동정을 살펴보는데, 비린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간담이 서늘해서 불을 켜고 보니 신부의 목에 칼이 꽂혀 목숨은 이미 끊어지고 더운 피는 이부자리와 방 안에 괴어 있었다. 이 광경을 당한 김요문은 정신이 아득하며 가슴속이 삭막해서 “오, 지극히 높은 하늘이시여! 저 사람은 누구입니까? 대체로 사람에게 내리는 재앙에도 한정이 있으련만 내 팔자는 어찌하여 갈수록 험악한가! 내 목숨을 끊었으면 온갖 일도 없었으련만 홀어머니 아들로 살며 좌우지간 무엇 하나 얻지 못하게 되니 천지가 무심함이로다.” 한참 이렇게 한탄하는데 동쪽 하늘이 밝아 오고 사람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며 지껄지껄하는데 “아기씨는 늦잠을 주무시나? 날이 이렇게 밝았는데 왜 나오시지 않는 것이지?” 하며 문을 열려 했다. 요문이 생각하기를 앞으로 닥칠 풍파는 옳고 그름을 따질 겨를 없이 당장에 보기가 거북해서 문을 열었다. 그렇게 해 놓으니 문밖에 섰던 시비가 눈결에 보고 놀라 자빠지는 소리에 집 안이 뒤집힌다. 안팎의 사람들이 모여들며 하는 말이 “신랑이 아니라 살인강도를 데려왔나?” 하며 한참 이리 소요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놈들이 달려들어 요문을 꽁꽁 묶어서는 눈 깜빡할 사이에 감옥으로 잡아갔다. ---「제8회 김 한림이 신방에서 재앙을 만나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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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에 되살아난 고전 스릴러 《조선의 금기, 신랑 보쌈》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바와는 달리, 보쌈의 대상은 여성에 한정되지 않았다. 조선 시대, 과부 보쌈 못지않게 유행한 것이 신랑 보쌈이었다. 처녀의 과부 팔자를 피하기 위해 외간 남자를 잡아다 하룻밤 신랑을 삼은 후 죽이는 것이다. 여기 과거 시험을 보러 가다가 '신랑'으로 보쌈당한 한 선비의 이야기가 있다. 1917년 광익서관에서 출간된 이후 한동안 잊혔던 희귀 활자본 소설 《신랑의 보쌈》이 오늘날의 언어로 매끄럽게 재탄생했다. 《조선의 금기, 신랑 보쌈》은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당시 유행하던 악습 '남성 보쌈'을 전면에 내세워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과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독보적인 고전 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 김요문은 과거를 보러 가던 길에 살인 누명을 써 옥에 갇히는가 하면, 의문의 인물들에게 보쌈을 당해 강물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첫날밤 신부가 의문의 죽임을 당해 범인으로 몰리는 등 잔혹한 수난이 꼬리를 문다. 이야기 전반에는 점술을 통한 액운의 예언, 나뭇가지 하나로 범인의 이름을 맞히는 군수 부인의 기지, 은밀한 암호를 통해 억울한 누명을 벗기는 과정 등 현대의 추리·스릴러·송사 소설을 연상시키는 스펙터클한 장치들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다. 작품은 19세기 필사본으로 향유되던 영웅·운명 소설 《정수경전》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지만, 구소설의 초월적 해결 방식과 신소설의 개혁적 시대 의식이 절묘하게 교차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문학사적 가치를 지닌다. 특히 주인공이 임금에게 보쌈이라는 악습을 폐지해 달라고 직언하는 결말은 구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자 했던 당대 민중의 개혁적 열망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문장의 주어와 서술어가 얽혀 읽기 어렵던 원문의 오류를 정밀하게 다듬고 연결구를 보완해, 현대 독자들도 손에 땀을 쥐며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조선 유림의 그늘 아래 숨겨져 있던 파격적인 서사, 전통과 근대가 격돌하던 이행기 고전 소설의 진수를 맛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선물이 되어 줄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