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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말하기 시작할 때

사랑이 말하기 시작할 때

[ 양장 ] 랜덤 소설선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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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4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91쪽 | 350g | 140*210*20mm
ISBN13 9788959863310
ISBN10 895986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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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정정희
1964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철학과 졸업. 96년 장편소설 <오렌지>로 제5회 작가세계문학상 수상. 장편소설 <토마토>, <언니>, <연애>, 소설집<널 사랑하게 해봐>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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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물 한 번 째 생일파티. 새벽녘 밖으로 나온 나는 옆이 방에도 가지 않고 소파에 쓰러져 잠들어 있는 걸 발견했다. 그는 엄마가 죽었던 날처럼 검은 셔츠에 처량해 보이는 맨발을 하고 좁은 소파에 구겨지듯 꼬부리고 누워 있었다. 고래가 갑각류처럼 잘도 구부러져 있군. 기괴할 정도로 동그란 달이 아직도 그를 지독히도 환하게 비쳐주고 있었다. 그는 입을 반쯤 벌리고 흐느끼는 듯한 괴로운 숨소리를 내면서 억지로 자고 있었는데 마치 잠 속에 투옥된 것처럼, 강제로 끌려 들어가 옴짝달싹 못하게 된 사람처럼 불편해 보였다. 그는 자면서도 행복하지 않구나, 자면서도 불행하구나. 나는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맨발을 만져보았다. 이상하게도 발이 따스했다. 꿈속에서 어딘가 따스한 곳을 걷고 있는 지도 몰랐다. 짙은 수염이 턱과 얼굴에 새까맣게 돋아있었고 입술은 바짝 매달라 있었다. 그는 소파를 점거한 흉악범처럼 보이기도 했다. 산적 두목 같은 이 남자가 어떻게 엄마의 섬세한 마음속에 들어갔을까. 이 소파처럼 작고 섬세한 엄마의 마음속에 억지로 구겨지듯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는 내가 아무리 들여다보고 만져보아도 깨어나지 못하는구나.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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