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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키운 것들

문지푸른문학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6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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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8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82g | 145*210*19mm
ISBN13 9788932027678
ISBN10 8932027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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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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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애라고 사정 봐주지 않는 개소주가 덕순이 허벅지를 신나게 두드렸다. 검사조 판돈은 가슴이 아팠다. 차마 볼 수가 없어 눈길을 돌렸는데, 가위표를 쳐놓은 칠판의 문제가 새로 보였다. 제기랄! / “선생님, 지가 잘못했슈. 지가 잘못 봤구먼유. 덕순이는 맞혔슈.” / 개소주는 잠시 멍 때렸다.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는 듯이 “이 나쁜 놈, 친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누명을 씌워!” 고함지르고는 판돈을 사정없이 때렸다. (중략) 쉬는 시간에 판돈은 덕순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 “미안해. 너는 문제를 맞혔는데…… 내가 잘못 봐서…… 미안해.” / 덕순이 서럽게 울먹였다. / “머저리! 잘못 봤으면 가만있지, 왜 나서서 뒈지게 맞았어. 나는 다섯 대밖에 안 맞았는데 니는 겁나게 맞았잖아.” --- p.45 「검사조」

포에이취는 “전두환 그 텐베이비가 박통의 업적을 다 말아먹겠다”고 떠들고 다니다가, 어느 날 사라졌다. 한 1년 뒤에 돌아왔는데 사람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좋던 풍채는 말라비틀어진 북어처럼 되어버렸고, 총기 가득한 두 눈은 동태 눈깔처럼 흐리터분해졌고, 청산유수 말솜씨도 다 어디로 갔는지 언청이 품바타령 하는 것 같았다. / 삼청교육대가 듣도 보도 못한 대학교 이름인 줄 알고 ‘새마을 지도자씩이나 돼서 뭐 더 공부할 게 있다고 또 대학에 갔단 말인가’ 하던 세상 물정 어두운 사람도 ‘지도자’가 맛이 간 꼴을 보고야 은밀히 돌던 소문처럼, 거기가 논산훈련소보다 천 배쯤 빡센 데라고 어설피 짐작하게 되었다. --- p.68 「포에이취」

“아버지, 엄마, 이것 보셔유. 이 솥뚜껑인지 자라인지를 강우가 잡았슈. 낚시루 잡았단 말유!” / 과연 아버지와 어머니도 깜짝 놀랐다. / 어머니는 인상을 찌푸렸다. / “보통 자라가 아닌 것 같은디. 영물이구만, 영물. 이런 건 집에 들고 오는 게 아녀. 얼른 가서 도로 놔주고 오는 게 좋겄다.” / 아버지는 기뻐했다. / “똥 싸고 자빠졌네. 요새 세상에 영물이 어딨어. 참 잘되었구만. 자라 피가 참 죽여주는 것이여. 별탕은 또 어떻고. 오늘 몸보신 한번 거하게 해보자.” / 강우의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던 웃음은 삽시간에 얼어버렸다. / “풀 한 지게 베고 와서 먹어야지. 판돈이 너는 막걸리 몇 병 받아오구. 큰아버지들도 모셔와라잉. 이 좋은 것을 혼자 먹을 수는 없잖여. 여보, 내가 올 때까지 죽이지 말어. 생피부터 마셔야 되니께.” / “영물을 먹었다가 무슨 큰일을 당하려고 저걸 먹겄다는 규. 나는 못 휴. 죽이기는사리 건드리지두 못혀. 놔주자니께유. 놔줘야 된다구유.” / “닥쳐. 하여튼 내가 올 때까지 아무도 건드리지 말어! 건드리면 큰일 날 줄 알어!” / 아버지가 지게를 지고 나가버리자, 간신히 서 있던 강우가 무너져 내렸다. / “씨이, 내가 잡은 건디, 왜 고모부가 먹는다는 겨. 내 건디, 내 거란 말여.” --- p.111~112 「자라와 화가」

“사람은 누구나 적어도 한두 가지 재주는 타고나요. 자기 재주가 뭔지는 나이가 들면 차차로 알게 돼요.” / 태성이 다른 학생들의 대변자처럼 어깃장을 놓았다. / “선생님,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타고난 재주가 없는 것 같어유. 아무리 생각해봐두 읎슈.” / 다뚱샘은 한숨을 내쉬었다. / “아니에요. 타고난 재주가 있을 거예요.” / “없다니께유.” (중략) “그건 부모님들이 못나거나 게으르거나 노력을 하지 않았거나 해서 그런 게 아녜요. 여러분 부모님들이 어렸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너무너무 가난했어요. 먹고살기도 힘들어서 학교 가서 배우고 그러는 걸 꿈도 꾸기가 어려웠어요…… 일찌감치 먹고살기 위해서 일해야 했어요. 자기가 지닌 재주를 찾아낼 수조차 없었어요. 찾아냈다 해도 공부할 기회가 없으니 재주를 갈고닦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부모님들이 열심히 일하시는 거예요. 여러분들만은 훌륭히 키우고 싶어서. 부모님들이 들판에서, 광산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덕분에, 여러분은 이렇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거예요. 여러분은 부모님 덕분에 대학교도 갈 수 있겠지요. 학교를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여러분은 자기만의 재주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꼭 찾아내야 하겠지요? 그래야 부모님도 기뻐하시겠죠? 부모님들은요, 부모님들이 하고 싶었는데 못 했던 걸, 여러분들은 꼭 이루길 바라는 거예요.” --- p.122~123 「글짓기대회」

“돈 따고 도망가는 텐베이비는 쥐도 새도 모르게 가는 거야, 골로.” / 판돈은 섬쩍지근해 “개평을 줄 테니까 이쯤에서 끝내는 게 어떨까?” 떠보았다. / “우리가 거지베이비냐? 개평을 받게. 걱정하지 마, 시간은 많으니까.” (중략) 동창이 푸르게 물들면서 닭이 홰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승냥이들이 ‘착한 아이들’로 돌아와 있었다. 사타구니를 내려 보니 그 많던 돈이 다 어디로 가버렸다. 그렇게 잃어지지 않던 돈이 신경 끊고 있었더니 알아서 줄어든 거였다. 판돈은 차라리 홀가분했다. / “난 그만 가고 싶은데.” / 나원리 애어른들은 너 같은 게 있었냐는 듯이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 “나 간다고. 이제 딴 돈 없으니까 가도 되냐고!” / 한 애어른이 귀찮다는 듯이 대꾸했다. / “아직도 안 갔냐?” --- p.141~142 「섰다」

한라장사 이 아무개의 아버지와 이장사는 잘 아는 사이였다. 두 사람은 젊은 시절에 씨름 맞수로 용호상박하던 사이였다. 이장사는 이 아무개의 아비랑 만난 날이면 괜스레 억울해서 마음 편히 잘 사는 덕남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 / “야, 인마. 왜 씨름을 그만둔 겨. 너는 할 수 있었다니께. 너한테 만날 지던 아무개가 한라장사가 되었어. 니는 천하장사까지 됐을 끼라고. 왜 안 한 겨, 왜……” / 아들은 가만히 듣다가 웃음기 섞어 말했다. / “술 조금만 드셔유.”
--- p.198 「장사 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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