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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DY BOOKS-6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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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38쪽 | 335g | 153*224*20mm
ISBN13 9788930706001
ISBN10 8930706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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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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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무렵, 그는 제혁 공장에 가보았다. 이 낡은 커다란 건물 속에 잃어버린 온갖 즐거움과 함께 그의 유년시절이 감추어져 있기라도 하듯이 문간을 통하여 습기찬 안뜰을 지나 이끌려 들어갔다.

구부러진 층계와 돌 포장이 된 현관을 넘고 어두컴컴한 층계를 지나쳐 더듬거리며 다듬이 터로 나갔다. 그 곳에는 가죽이 펼쳐져 널려있었고 코를 찌르는 가죽 냄새와 함께 불현듯 솟구치는 추억의 구름을 들이마셨다. 다시 층계를 내려서 뒤뜰로 가니 그 곳에 가죽의 털과 기름을 뺄 때 사용하는 나무진 항아리와 그 찌꺼기를 말리는 좁다란 지붕이 있는 높다란 시렁이 나왔다. 과연 리제가 붙박이 의자에 앉아 바구니의 감자를 앞에 놓고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몇 명의 아이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한스는 어두운 문턱에 멈춰 서서 그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석양이 짙어 가는 제혁 공장의 뜰에 아늑한 평화와 안식이 가득 차 있었다. 뜰의 담장 뒤로 흐르는 가는 시냇물 소리 이외에는 리제가 감자껍질을 벗기는 칼 소리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의 목소리뿐이었다.

아이들은 얌전하게 웅크리고 앉아서 꼼짝 않고 있었다. 그녀는 한밤중에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강 건너에서 그를 부르더라고 하는 성크리스토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스는 잠시 동안 귀를 기울이다가 살며시 현관의 어둠에서 벗어나 집으로 되돌아왔다. 다시는 어린애가 될 수 없음과 석양이 되어도 제혁 공장에서 리제의 곁에 앉아 있을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두 번 다시 제혁 공장이나 매 거리에 접근하지 않기로 했다.
--- pp.170-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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