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음의 소리가 말했다.
“사랑할 수 있는 것을 사랑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야.”
“무슨 뜻이지?”
“사랑하기 어렵거나 사랑하지 못할 것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땐 더 아름다운 꽃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어.”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한다고?”
“바위 성으로 둘러싸인 어느 바닷가에 가면 망부석이라고 불리는 바위가 있어. 아주 오래 전 일이라고 해. 고기잡이 나갔던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그의 아낙은 날마다 바닷가에 나가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대.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 남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기다림에 지친 아낙은 바닷가 그 자리에서 굳은 채로 바위가 되고 말았대. 아낙의 그 슬픈 사랑은 오랫동안 사람들을 감동시켰지…… 하지만 사람들은 바위가 되지 않은 또 다른 여인의 사랑을 알지는 못한 것 같애. 한 여인이 있었어. 그녀도 풍랑에 남편을 잃고 날마다 바닷가에 나가 혹시나 하며 남편을 기다렸지. 어느 날 여인은 바다를 아주 사랑했던 한 노인이 그의 일생을 바다와 함께 마치기 위해서, 병든 몸으로 힘들게 바닷가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어. 그 노인을 본 여인이 노래하기 시작했어.
‘난 태양처럼 빛나는 한 남자를 보았어요. 그는 나를 사랑했고 나 또한 그를 정말 사랑했지만, 지금 그는 내 곁에 없네요. 나는 바다를 보았어요. 나는 죽음이 닥친 외로운 노인을 보았어요. 나는 슬프게 하늘을 나는 갈매기를 보았어요. 내 사랑이여! 바다와 노인과 갈매기가 태양 같던 당신으로 보이는 건 웬일인가요? 난 내 사랑의 어떠한 모습도 사랑할 수 있을지요. 난 내 사랑의 어떠한 마음도 사랑할 수 있을지요. 내 사랑이여! 내 모든 사랑이여! 난 당신을 정말 사랑합니다.’
여인은 너무도 남편을 그리워한 나머지 모든 것 속에서 남편을 보게 되었고 모두를 사랑하게 되었던 거야. 이후로 그 바닷가에서 여인을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었으므로 세상으로 돌아온 거지.”
---p. 150-152
'몇살이니?' '너랑 동갑이야.'
'음, 말하자면 날개없는 모든 새들도 날 수 있다는 이야기야. 자신이야말로 모든 가능성의 근원이기 때문이지. 그게 자기 자신인 본래의 사랑이야. 모든것을 가꾸고 모든 것에 빛을 주는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춤의 근원이지.'
'잘 기억해둬.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은 본래 있었던 것이 있는 거야. 생기거나 없어지는 게 아냐. 없는 것은 원래 없는 것이지만 있는 것은 원래부터 있는 거야. 우린 결코 조각이 아니야. 처음이고, 전부이고, 전부의 근원이자 자체이지. 우린<늘> 이고 <항상>인 거야.'
난 더 이상 아무것도 물을 수 가 없었다. 키 큰 나무의 말은 내 생각을 너무 넘어선 이야기였다.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잠자코 있자 키 큰 나무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착한 아이야. 우린 동갑이잖아.'
보이는 것에만 익숙해진 이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잊고, 보이질 않는 것에만 매달리는 이들은 보이는 것 자체가 사랑이라는 것을 잊어.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모르고서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걸 어떻게 알겠어 눈을 감아. 그리곤 하늘을 날아 천천히 별을 걸어 보는 거야. 몸으로 할 수 있는 건 아주 적지만 마음으론 뭐든 할 수 있어.
'사랑하기 어렵거나 사랑하지 못할 것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땐 더 아름다운 꽃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어.'
'모두가 사랑하고 사이좋게 지내기를 원하면서도 왜 그러지 못하는 걸까?'
'보이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야. 그런 이들은 비교해야만 행복해져. 그래서 언제나 남의 눈치를 보게 되고, 하나나 둘 보다는 열이나 스물을 좋아하게 되는 거야. 물론 백만이라면 더 좋아하지. 하지만 그 숫자를 쓰기 위해선 백지가 필요한 법인데 사람들은 그걸 기억해내질 못해. 보이지는 않지만 백지를 알게 되면 그 위에 원하는 아무 숫자나 쓸 수 있잖아. 그렇기 때문에 굳이 백만처럼 큰 숫자를 쓰지 않아도 돼. 날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나 둘이니까. 필요할 때만다 그 숫자를 쓰면 되는 거야. 그 때야 비로소 그 숫자들이 빛을 내. 그리고 이제 백만 때문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까닭에 그 백지 위에 그림도 그릴 수 있어. 구름과 들꽃, 별이나 사랑을 그릴 수 있는 거야. 백지를 기억해낼 수 있다면 지금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내가 도회지에서 살면서 느낀 것은 사람들은 행복하길 원하면서도 그 반대로 살아가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면서도 어지럽히고, 웃으며 살아가길 원하면서도 얼굴을 찡그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이 일생의 소망이면서도 그 사랑을 거부했다.
정말 알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가진 것은 원하지 않고 가지지 않은 것만 바라고, 필요할 때마다 적당히 주어지는 것을 단 한 번에 모두 갖기를 원했다. 그리고는 언제나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겐 행복하기 위해서 조용히 산책을 하는 것이 게으른 일이었고, 그들이 아름답기 위해서 자신에게 쓰는 편지는 전혀 쓸모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달빛 속에서 연을 날려 보려하지 않고 더 이상 별을 헤어 보려 하지 않았다.
--- 146-147p.--153P
‘난 태양처럼 빛나는 한 남자를 보았어요. 그는 나를 사랑했고 나 또한 그를 정말 사랑했지만, 지금 그는 내 곁에 없네요. 나는 바다를 보았어요. 나는 죽음이 닥친 외로운 노인을 보았어요. 나는 슬프게 하늘을 나는 갈매기를 보았어요. 내 사랑이여! 바다와 노인과 갈매기가 태양 같던 당신으로 보이는 건 웬일인가요? 난 내 사랑의 어떠한 모습도 사랑할 수 있을지요. 난 내 사랑의 어떠한 마음도 사랑할 수 있을지요. 내 사랑이여! 내 모든 사랑이여! 난 당신을 정말 사랑합니다.’
--- p.182
‘난 태양처럼 빛나는 한 남자를 보았어요. 그는 나를 사랑했고 나 또한 그를 정말 사랑했지만, 지금 그는 내 곁에 없네요. 나는 바다를 보았어요. 나는 죽음이 닥친 외로운 노인을 보았어요. 나는 슬프게 하늘을 나는 갈매기를 보았어요. 내 사랑이여! 바다와 노인과 갈매기가 태양 같던 당신으로 보이는 건 웬일인가요? 난 내 사랑의 어떠한 모습도 사랑할 수 있을지요. 난 내 사랑의 어떠한 마음도 사랑할 수 있을지요. 내 사랑이여! 내 모든 사랑이여! 난 당신을 정말 사랑합니다.’
---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