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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남북을 묻지 않는다

역사는 남북을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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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19쪽 | 615g | 148*210*30mm
ISBN13 9788971390405
ISBN10 89713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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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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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심지연
동아일보사 기자를 역임하고 현재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저서로는 『조선신민당 연구』『미소공동위원회 연구』『인민당 연구』『김두봉 연구』『허헌 연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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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는 나라 안 전체가 기쁨에 들뜨고 흥분으로 들끓는 분위기였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 동안 일제로부터 갖은 압박을 다 받아 오다가 드디어 해방이 되었으니 누군들 무덤덤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새롭게 뜻을 펼치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그것은 비단 좌익이나 우익뿐만이 아니었다. 그 동안 산 속에서 지내던 도사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몇백 명씩 산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이복영이라고 하는, 나보다 20년이나 위인 사촌이 한분 계셨는데 그분은 나를 많이 돌보아 주셨다. 그분은 일제시대 미두회사 사장인 김익동의 초청으로 인천에 가 있으면서, 그곳에서 서몽암과 가깝게 지냈다. 서몽암은 당시 우리 나라에서 관상이나 점,사주 등에서 제일인자라는 소문이 나 있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사촌에게서 들었던 모양인지 우리 집을 한번 다녀갔다.
--- p.118
1958년 7월 북에서 내려온 나는 그해 9월 체포된 후 22년이라는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리고 1980년 5월 가석방으로 출소하여 또 이렇게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 21세기를 맞이하면서 돌이켜보니 세월은 참으로 유수와 같아서 지나온 시간들이 모두 꿈 속의 일들처럼 느껴진다. 그 숱한 사연들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던가 도무지 믿기질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일들은 엄연한 현실이었고 또한 우리 나라가 겪지 않을 수 없었던 냉엄한 역사였다.

나는 부유한 양반집의 9대 종손으로 1920년 태어났다. 귀한 집의 귀한 아들로 태어난 나는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아이였지만 우리 민족의 현실은 나를 그냥 그 품에서 곱게 자라도록 두지를 않았다. 1920년대는 조선 봉건 사회의 어두운 면들이 쌓이고 쌓여 이 나라의 민중들이 숨쉬기조차 버거운 시절이었는데다가,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까지 더해져 온 국민이 고통 속에서 신음하던 시기였다.

일제와 타협하지 않고 당신 나름의 방법으로 지조를 굳게 지키면서 한 평생을 살아내신 아버님. 풍찬노숙, 얼어붙은 이 산하와 만주벌을 누비며 일제의 총칼에 맞서 싸우다가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작은아버님. 이분들의 삶은 내 인생의 가장 가까운 곳에 세워진 분명한 좌표가 되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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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술회하시는 노촌 선생님의 이야기는 역사를 과거의 화석 같은 존재로부터 깨워서 피가 통하고 숨결이 이는 살아 있는 실체로 복원하고 생환하게 한다. 이러한 복원과 생환이 진실로 역사를 배우기보다 역사에서 배우는 자세일 것이다. 역사를 생환하고 역사에서 배운다는 것은 그 시절을 정직하게 맞서서 걸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 시절이 채워질 때 비로소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노촌 선생님이 이 책으로 여러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 참으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열어 저마다 역사를 생환하도록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 신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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