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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여름을 지나가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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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8월 3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1쪽 | 326g | 140*200*20mm
ISBN13 9788927806738
ISBN10 8927806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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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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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점의 잔잔한 어둠, 그 어둠 속에 느슨히 스며 있는 깊은 정적, 그리고 그 앞에 앉은 사람을 성실하게 복원하지 못하는 흐릿한 거울의 불명료함, 민이 좋아하는 건 그런 것들이었다. 흐릿한 거울 속에서 흐릿한 자신이 흐릿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 흐릿한 생애가 상상됐다. 가령 일정 기간 살다가 미련 없이 죽고 그 죽음에서 빠져나온 뒤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얼굴로 다시 태어나는, 그러니까 일생이란 개념으로는 규정될 수 없는 태어남과 죽음의 끊임없는 반복. 그런 식의 삶은 기차 같은 거라고 민은 생각했다. 수많은 칸들이 연결된 기차처럼 각기 다른 생애들이 길게 이어져 전체 삶을 완성하는 것이다. 어제의 눈물을 기억하지 않고 내일의 포부 따위 갖지 않는, 그저 그 순간만을 살다가 죽는 것이 가능하다면 응급실의 노인을 떠올리며 미리 슬픔에 잠식될 필요도 없을 터였다.
--- p.9

세계의 농도가 묽어지는 게 느껴졌다. 묽어지면서 흐릿해지는 세계, 낯설지는 않았다. 눈 깜빡할 사이에 생애가 지나가는 곳, 죽는 건 또 다른 생애를 위한 준비에 불과하므로 불안할 것도 아플 것도 없는 세계, 생애와 생애는 기차 칸처럼 연결되어 있으니 손에 쥐고 있는 표를 잃어버린대도 상관없는 곳, 그런 세계를 지나가고 있는 거라고 민은 생각했다.
--- p.116

몽롱했던 어둠, 흐릿한 거울, 톱밥 냄새와 차렵이불의 감촉은 콘크리트 먼지에 묻힐 것이고 성스러움에 가까웠던 목수의 노동은 처음부터 없었던 듯 허공으로 돌아갈 것이다. 소진만 가능했던 이 세계의 여분 같은 공간, 그 공간이 아니라면 살아 있는 게 의심될 때도 찾아갈 곳은 더 이상 없을 거라고 민은 생각했다.
--- p.179

바람이 가는 곳은 여름의 끝일 터였다. 이제 여름은 설산이나 사막보다 더 먼 곳처럼 느껴졌다. 언제였던가. 밀폐된 방에서 노인의 모습으로 죽어가는 꿈을 꾸었던 가구점에서의 어느 날이 떠올랐다. 가엾다고, 그때 수는 생각했었다. 타인의 애도나 눈물 없이 죽어가는, 혹은 이미 죽어버린 노인이 아니라 그 노인의 세계가 담긴 오르골을 품에 안고 있던 여자아이가 가엾었다. 그렇게 죽음을 안고 다닌다면 살아 있는 매 순간이 불안과 고독으로 요동칠 터였다. 또다시 넘어질 수밖에 없는 아이, 수는 생각했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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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이 도시에 던져진 순간부터 고독과 몰락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청춘이란 그 예정을 실현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삶의 매 순간순간이 불가항력의 재난이 박두한 시시각각이라는 것을.

저 찬연한 자본의 진열장 너머에는 우리를 위한 것이 없다. 벤야민의 말처럼, 희망은 도처에 넘쳐나지만 그것은 결코 우리를 위한 희망이 아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건 이 세상에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오로지 철거와 파장이 진행 중인 폐허뿐이다. 흔적 없이 사라질 폐허에서 조해진만큼 예민하게 빛과 온기를 탐지해내는 작가도 없다. 그래서 나는 무모하게도 지난여름을 민과 수, 연주와 함께 겪어낼 각오를 했다.
여기 젊은 세 남녀가 있다. 매물로 나온 집에 몰래 들어가 거주인의 삶을 짧게 살아내고 나오는 부동산중개업소 직원 민, 입대를 앞두고 남의 신분증을 위장하여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용불량자 수,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쏟지만 머지않아 일자리를 잃게 될 연주가 그들이다. 기차 칸을 통과하는 승객처럼 단편적인 삶, 끊어질 철로를 달리는 기관사처럼 위험한 삶, 묵묵히 달리는 기차바퀴처럼 고단한 삶. 세계는 거듭 폐허이며, 그들에게는 작은 피난처라도 필요하다. 아무리 허약하고 위태롭더라도 눈물겹게 그것이 갈급하다. 그리하여 그들은 곧 폐점될 가구점에서 살이 부러진 비닐우산을 나눠 쓰고, 곧 철거될 옥상 놀이공원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나눠 마신다. 각자 겨우겨우인 삶 속에서.
“여름을 지나가다”를 읽고 나는 내 어깨 위에 온전치 못한 천사가 기우뚱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당신에게도 그 불구의 천사가 찾아온다면, 그리하여 그 가엾은 천사의 호위로 꺾이려던 당신의 무릎이 곧추서고 비틀거리던 걸음이 제대로 놓인다면, 부디 기억하라. 그것은 조해진이 지난여름을 아프게 통과한 당신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는 것을. 그리고 당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선물이라는 것을. 천겁의 여름이 와도, 억겁의 여름이 가도.

권여선(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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