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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른다

막이 오른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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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9월 02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11쪽 | 488g | 128*188*30mm
ISBN13 9788959758692
ISBN10 8959758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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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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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정경진
상명대학교 일문과를 졸업했다. 완벽한 번역은 없다지만 마음만은 늘 완벽을 꿈꾸며 번역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우타노 쇼고의 《늘 그대를 사랑했습니다》,《절망노트》, 아야츠지 유키토의 《안구기담》, 《프릭스》, 츠지무라 미즈키의 《나의 계량스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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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처음 느꼈다. 3학년이 돼서야 이런 기분을 맛보다니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마도 이 쾌감을 모른 채 연극부 생활을 마감하는 아이들도 많을 테니 이 정도도 호강에 겨운 것일지도 모른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열심히 하고 있는 자신에게 도취되어 있어서도 안 된다. --- p.51

“책임, 저희가 져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생각을 했는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저희 인생이니까요.” 카, 멋지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가장 폼 나는 순간이었다. 이 또한 요시오카 선생님의 영향일지도. “……그래.” 요시오카 선생님은 이날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잘 부탁합니다.” 가루루가 터무니없이 크게 외쳤다. 그걸 보고 세 사람도 덩달아서 “잘 부탁합니다” 하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전혀 안 그럴 것 같은 나카니시가 가장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연극부, 파이팅.” 유코가 고개를 숙인 채 속삭였다. 그 소리에 모두 “파이팅” 하고 엉겁결에 따라 하고, 그러고서 다 같이 웃었다. --- p.80

아무튼 내가 읽은 소설들은 이런 이야기를 굉장히 섬세하게 잘 그려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소설로 각본을 쓰자니 뭔지 모를 괴리가 느껴졌다. 그럴 것이 우리는 실제로는 우리 자신에 대해 이렇게 잘 알고 있지 않다. 알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이렇게 글로 읽으면 아아, 그래, 하고 공감하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 p.142

모든 것이 순조로웠는데,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유코의 추천 시험 날짜와 현 예선 날짜가 겹치는 것이었다. 물론 유코 본인은 진즉에 알았고 그 문제로 담임과 상담도 했던 모양이다. 그런 이야기를 내게 해주지 않은 것도 충격이었고, 내가 유코의 그런 고민을 눈치채지 못한 것도 충격이었다. 유코의 얼굴이 어두웠던 까닭은 나카니시 때문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나카니시에 대한 유코의 감정이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아서 안심하고 있었다. 각본을 쓴다고 정신이 팔려 있었으니…… 부장으로선 실격이다. --- p.173

하지만 올해의 우리는 다르다. 요시오카 선생님이라는 확실한 나침반이 있고, 무엇보다 부원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이상한 집착으로 주위에 피해를 주는 부원이 없는 것은 부장으로서 행운이다. (……) 올해는 우리도 다르다. 모든 것이 다르다. 우리는 예전의 우리가 아니다. --- p.196

정말로 그럴까? 정말로 우리는 그렇게 발전한 걸까? 우리는 지금의 방식이 최상이라고 생각하고 해왔지만, 그것은 독선일지도 모른다. 물론 어느 잣대에서는 그것이 최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심사 위원이 그것을 꼭 알아준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의 잣대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 시간이 있으면 쓸데없이 불안해진다. --- p.217

벨이 울린다. 벨소리가 멎고, 한 호흡 쉬고 버튼을 누른다. 새로 지은 극장이라 그런지 이곳 막은 올라가는 속도가 약간 빠르다. 전날 이 사실을 알고 버튼 누르는 타이밍을 조금 늦춰보기로 했다. 배우들에게는 미리 알려뒀기 때문에 동요는 없었다. 소리 없이 올라가는 장막을 바라보면서 나는 문득 와비스케에 대해 생각했다. 밤에 그렇게 놀림을 당했는데 아침부터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왜 갑자기 그 생각이 났을까. 이런 중요한 순간에.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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