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73쪽 \| 52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7155395
ISBN10	8987155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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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등저 : 도종환 이동 관심작가 알림신청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일해야 하고, 수확물을 시장에 갖다 팔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부모님에게 돈을 타 쓰는 도시의 아이들하고는 다르다. 적어도 자신의 삶과 관련된 현실에 대해서는 도시의 아이들보다 훨씬 절실하게 이해하고 있다. 농촌과 농촌에 계신 부모님의 어려움을 잘 아는 그 아이에게 과중한 비용을 들이는 서울 유학은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다. 더구나 성적은 성적대로 오르지 않을 때 느끼는 그 아이의 갈등은 충분히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 p.199

돌아가리라. 고향의 전원이 황폐해 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요.
이미 마음은 육체의 종이 되었으니 어찌 헛되이 슬퍼하리요.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음을 알고, 장래의일은 이제부어 늦지 않았음을 알았다.
실로 길 읾음이 오래되지 않았으니, 오늘이 옮고 어제가 잘못되었음을 알겠다.
배는 가볍게 미끄러지고, 바람은 가만히 옷깃을 스친다.
길손에게 앞길을 물으니, 새벽빛의 희미함을 원망한다.
이제야 누추한 내 집을 보고 기뻐 달려가니, 하인들이 반겨 맞이하고 아이들은 문에 나와 기다린다.

--- p.219

나면서부터 장님인 어떤 아이가 아버지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는 것이다. 돈이 어떤 것인지, 돈을 주면 무엇을 사먹을 수 있다느 것쯤은 경험으로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런데 "왜 돈을 꺼내지?"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 아이는 소리나는 쪽을 향해서 "아버지 그걸 어떻게 알아?"하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장님인 어떤 제자에게서 듣고 꽤나 놀랐다. 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애당초 모르는 아이의 내면세계를 생각할 때 숨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 명주 실오리만큼한 빛도 들어가 본 일이 없는 오나전한 어두움이란, 눈 뜬 사람으로서는 이해할래야 이해할 길이 없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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