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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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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9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510g | 150*210*30mm
ISBN13 9788984372719
ISBN10 898437271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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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커서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니?”
노암은 고개를 숙였고, 머리칼은 다시 눈 위로 흘러내렸다.
“글쎄요. 소방관? 아니면 여객기 조종사?”
“둘 다 멋진 직업이지. 왜 그것들을 선택했지?”
노암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답변을 생각해 보았다.
“왜 항상 어떤 이유가 있어야 하죠?”
“노암, 어떤 일에든 항상 이유가 있는 법이야. 그걸 알아내려고 시도할 수도 있고 반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도 있지.”
“그다음엔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따져 보는 거구요?”
노암이 꾀바른 시선을 던지며 대꾸했다. 로랑스 박사는 너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그만두자. 오늘은 네가 이겼어.”
노암은 발끝으로 자신의 스케이트보드의 끄트머리 부분을 눌러 전체를 세우고 손으로 잡은 뒤 로랑스 박사를 향해 손짓을 했다.
--- p.22

“넌 우리의 이별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해?”
“노암, 난 냉철해지고 싶어. 뉴욕에 가서 아버지와 함께 지낼 거야.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냉철함은 고통에 맞서는 하나의 무기야.”
“어쩌면 이번 겨울에…….”
“그래, 어쩌면, 혹은 부활절 방학 동안일 수도 있겠지. 혹은 일 년 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쥘리아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내 말을 끊고 말했다.
“편지나 전화를 할 수도 있잖아.”
나는 항변하듯 말했다.
“노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 뭔지 알아? 그건 우리가 입 밖에 내지 않은 말이야. 그 말은 우리의 시선 속에, 침묵 속에 들어 있었어. 전화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우리의 이야기는 예외적인 거였어. 난 그걸 진부한 짓들로 퇴색시키고 싶지 않아.”
--- p.45~46

“당신은 아직 젊고 가족력도 없어요. 심장이 고장날 확률은 아주 낮죠. 그렇지만 심장마비에 대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의사는 아무도 없죠. 심장은 갖가지 이유로 멈출 수 있고 그중 몇은 탐지되지 않으니까요.”
“병원에서 나가다가 픽 하고 쓰러질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노암은 농담조로 말했다.
“그럴 수도 있죠. 예방 차원에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건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보장이 되는 건 아니죠.”
의사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의사는 컴퓨터 앞에 자리를 잡고는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한 뒤 진찰비를 지불하게 했다. 방을 나오려고 문턱에 이르자 의사가 한마디 덧붙였다.
“사람들은 마흔 살이 가까워지면 자신이 늙는다고 느끼기 시작하죠. 그런 감정은 그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이게 당신의 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신은 매우 긴장되고 불안한 상태로 보여요. 그런 해로운 감정들이 당신의 일상을 침범하게 놔두지 마세요. 죽음에 대한 생각이 강박증으로 발전하기 전에 전문가를 찾아가 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심리학자나 정신과전문의 같은.”
노암은 의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경우에 있어서 강박증은 이미 오래전에 찾아왔다.
--- p.75~76

“노암, 넌 늘 네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봐.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마땅히 져야 할 책임들을 회피하고 고약한 염세주의의 프리즘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본다고.”
“누나,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래. 네 안엔 언제나 한 조각의 그늘이 있어. 가끔 그것이 사라져 버리면 넌 아주 적극적이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또 그게 다시 불쑥 나타나면 상념에 잠긴 모습이야. 그게 일종의 매력을 이루기도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 그늘이 너의 내적 세계 전체를 뒤덮어 버렸다는 느낌이 들어. 너 자신이 하나의 그늘이 된 것처럼 말이야.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듯 보이지만 진정 그들을 만지지 않으면서 삶을 통과하고 있어. 때로 그들의 빛에 커지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그들이 널 짓밟아도 가만히 있지.”
--- p.108

“노암, 당신은 신을 믿나요?”
“아니요.”
노암은 딱 잘라 말했다.
“그럼 무신론자?”
“그건 아니지만, 말하자면 불가지론자라 할 수 있겠죠. 난 어떤 높은 차원의 힘의 존재를 믿어요. 어쩌면 세계의 위대한 주관자가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어떤 특정한 종교, 교리로 환원시키지는 못하겠어요. 근데 그게 중요한가요?”
“당신이 당신의 영혼에 어떤 차원을 부여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요.”
“내 영혼에 부여하는 차원?”
“네. 당신의 영혼이 살아가는 장소는 당신이 스스로에게 제기하는 질문, 고찰하고 믿고 받아들이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죠. 완전히 물질주의적인 사람은 영혼을 소유의 관계 속에 가둬놓죠. 과학자는 영혼에 다양한 탐구의 영역들을 제공하고, 지성인은 영혼으로 하여 이성의 한계들을 탐사해 볼 수 있게 해주죠. 신비주의자는 합리성의 장벽을 허물어 영혼으로 하여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취하고 모든 가능한 질문들로 자신을 살찌울 수 있게 해주죠.”
“물질주의자, 과학자, 지성인보다는 신비주의자가 되는 게 낫다는 말씀인가요?”
“천만에요. 각 영혼은 저마다의 차원을 가지고 있죠. 단지 영혼에게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이 되도록 강요하거나 자신이 원치 않는 곳으로 가도록 강요하지 않는 게 옳다는 말이에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영혼을 축소시키는 걸 피해야 하고요.”
--- p.114~115

노암은 자파 성문에 금세 다다랐다.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성문을 올려다보았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고도(古都)의 성벽이 우뚝 솟아 있었다. 성벽 아래에는 행상들이 빵, 과일, 음료 등속을 팔기 위해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잡았다. 노암은 스스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쉽사리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부분적으로 이 도시의 마법과 눈부신 아름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모든 신앙의 근원지였다. 심지어 가장 어처구니없는 신앙 역시 이곳에서 탄생했다. 노암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무엇보다 그가 마법에 걸린 것은 이곳에 오고 나서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오래전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 p.176

“노암, 자기는 지금 이 일에 너무 깊이 빠져 있어. 예언이란 것도 사실 애매한 거야. 설사 자기와 그 인물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도 극히 애매모호한 것일 테고. 내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그 심리치료사라는 여자와 허무맹랑한 이론, 예언자 아이의 말을 백퍼센트 신뢰하지 않아. 자기도 인정해. 이 모든 만남들은 명백히 쓸데없는 짓이었다는 걸.”
“나도 당신 말을 받아들이고 싶어. 근데 왜 사라는 이 사람들을 지목했을까? 사라는 어떻게 이 사람들의 존재와 이름, 주소를 알고 있었을까?”
“그래. 바로 그게 진짜 문제야. ‘사라와 미지의 인물들 간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하는 점 말이야. 자기와 그들 간의 관계가 아니라.”
--- p.236

아버지를 방문한 일을 통해 난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어떤 산들은 꼭대기만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반면 눈을 아래로 내려 한 걸음 내딛기만 하면 그것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는 아버지가 벌려놓은 그 거리를 비난하면서, 죄의식이 만들어낸 흉측한 형상들로 아버지를 규정지으며 분노를 키워왔었다.
그때 누나가 먼저 한 걸음 내딛었고 그다음 걸음들을 통해 나는 용서에 이를 수 있었다. 난 누나가 아버지의 그 고독한 꼭대기까지 이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누나는 적어도 연민의 감정은 보여주었었다. 반면 나는 아래에 머물러 있었다. 가슴 가득 원한을 품은 채 정상을 노려보며 바위에 몸을 쾅쾅 부딪쳐 가면서 말이었다.
그것은 마치 나를 비난하려는 듯, 나로 하여금 죄의식을 느끼게 하고 싶은 듯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내려놓고 멀리 떠나 버린 아버지에 대한 분노였다.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악착스럽던 반감은 사실 내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그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의 무력감 때문에 유지되어 온, 아니, 갈수록 커져 온 존재를 경화시켜 온 은밀하면서도 맹렬한 분노였다. 나는 길가에 버려져 겁에 질리고 어찌할 바 모르는 무력한 아이로 남아 있었다.
오늘,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졌다. 나의 망령들을 똑똑히 마주 보고 그것들을 흩어버릴 빛을 찾고 싶어졌다. 적어도 그 망령들을 내 뒤에서 따라오게 만들고 싶었다.
--- p.256~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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