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도자기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금전적 가치, 그러니까 값어치가 얼마나 나가느냐 하는 관심이다. 개인 소장의 옛 물품 혹은 예술품의 가치와 가격을 감정하는 TV 프로그램도 있다. 그 프로그램이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저 물건이 과연 얼마나 할까?'하는 호기심, 요컨대 금전적 가치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데 있다. 이러한 관심의 극단적인 형태가 바로 도굴과 암거래다.
두 번째로 예술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다. 고미술품 수집가 가운데는, 단순히 금전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으로서의 도자기가 주는 매력에 이끌려 수집에 나선 사람들도 적지 않다. 반드시 값나가는 옛 도자기는 아니더라도 그럴듯한 도자기 하나가 적당한 위치에 놓여 있는 집을 방문하게 되면, 집주인의 심미안, 예술적 취향이나 감각을 가늠할 수도 있다.
세 번째로 과학기술 혹은 공학적인 측면에서 도자기에 접근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오늘날에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도자기 제작 기술은 어느 시대에서든지 그 시대 최고 수준의 재료 공학 기술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물과 불과 흙이 1000도가 넘는 고온에서 한데 어우러져 탄생하는 도자기이고 보면, 주먹구구로는 어림도 없다. 요업공학, 세라믹공학, 무기재료공학 등이 바로 도자기를 그런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학문 분야다.
요업이라는 말에서 도자기 생산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 사실 요업공학과, 세라믹공학과, 무기재료공학과 등에서는 비금속 무기재료의 합성, 관련 공정 개발 및 응용을 연구한다. 최근에는 특히 첨단 소재공학, 그러니까 우주항공, 자동차, 의료, 환경, 반도체, 건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소용이 닿는 첨단 재료의 연구 개발에 주안점을 둔다.
마지막 네 번째로 문화사적, 역사적 관심이 있다. 이야말로 가장 종합적이고 의미도 각별하다. 그것이 가장 종합적인 까닭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관심을 모두 아우르기 때문이다. 요컨대 값이 얼마나 나가는가(경제적 가치), 얼마나 아름다운가(예술적 가치), 어느 정도의 기술 수준을 반영하고 있는가(과학기술적 가치), 이러한 여러 관심이 바로 문화사적, 역사적 관심에서 만난다. 그것의 의미가 각별한 까닭은, 도자기를 통해 옛 사람들의 삶을 읽어내려는 관심이기 때문이다.
책을 소개하기 위한 서론이 길었는데, 도자사 연구가인 미스기 다카토시 선생이 집필하고, 역시 도자사 연구가인 김인규 선생이 번역한 『동서도자교류사』(눌와)는 바로 네 번째 관심의 측면에서 각별하다. 저자는 전문적인 식견이 없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고대 도자기의 종류와 제작 기술, 전파 과정, 도자기 관련 역사적 사항들을 설명한다. 적절한 수준의 역자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 번역자의 배려도 남다르다.
'마이센으로 가는 길'이라는 부제목이 눈길을 끈다.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서남아시아에서 800도의 온도에서 구운 도기가 탄생했지만, 중국에서 고령토로 빚어 1300도의 고온에서 구워낸 자기의 아름다움에는 견줄 수 없었다. 이에 아라비아와 페르시아 상인들은 자기를 비단과 함께 중국 특산품으로 간주하여 해로를 통해 수입했다. 16세기의 대항해 시대 이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중국의 청화백자를 대량 수송함으로써, 유럽에서는 쉬누아즈리(Chinoiserie), 즉 중국 취미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중국 자기가 각광을 받았다.
그리고 중국 자기의 제작 비밀을 알아내려는 유럽인들의 노력은 1709년 독일의 마이센 가마에서 열매를 맺게 되었다. 결국 '마이센으로 가는 길'이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진 자기의 행로를 뜻한다. 동양의 도자가 유럽 도자에 미친 영향, 무역 상품으로서의 도자가 유럽 문화, 예술에 미친 영향이 이 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도자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우리의 옛 도자기도 다루고 있는데, 세계사적 맥락에서 우리의 도자기를 조감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도자기라는 주제를 담은 신뢰할만한 사전 한 권을 지닌다는 기분으로 이 책을 서가에 갖추어 둔다면, 값나가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오래 지나도 좀처럼 물리지 않는 도자기 하나를 갖추는 것과 같다.
도자기라는 주제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로 다음과 같은 책들이 있다. 『한국의 도자기(문예출판사)』, 『유혹하는 유럽도자기(한길아트)』, 『우리 옛 도자기(대원사)』.